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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7월 1일] 파주 삼릉과 공릉천 탐조

by 두루별 2023. 7. 5.

파주삼릉으로 볕이 뜨거운 오후에 탐조를 갔다. 이 더운 날씨에 사람들이 있겠나 싶었는데 지난번 보다 많았다. 
이곳 주차장은 그늘이 전혀 없어서 세워두면 차가 찜통이 된다. 열차단 필름아 너만 믿는다...

더워서 그런지 토끼들은 어디 가고 없었다. 파주삼릉에 대해 알고 싶으면 입구에 있는 역사문화관을 둘러보면 됨. 
생각보다 아주 잘 만들어 놔서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삼릉은 관리도 잘되어 있고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제일 처음 만난 새는 되지빠귀였다. 이곳에서 번식도 많이 한 거 같다.

둥지 재료를 한 입 가득 물고 있는 되지빠귀. 지금 둥지 만들기엔 늦지 않았나?
열심히 울어댄다. 노래도 레파토리가 너무 다양함.
되지빠귀 (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

유조를 볼 수는 없었지만 6월 초에 왔을 때처럼 여전히 되지빠귀가 많이 있었다. 반대로 다른 새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음.
아침에 왔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날이 너무 더워서 새도 다 그늘에서 쉬고 있나 보다. 

공릉 정자각
말나리 (백합목 / 백합과)
지네를 사냥한 되지빠귀. 마...맛있게 먹어라...
언제나 시끄러운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새를 못 찾아서 시무룩해 있는데 아내가 나무 위를 계속 살피더니 조그만 새가 있으니까 얼른 보라고 난리다.
나뭇잎 때문에 처음엔 못 찾다가 간신히 발견! 음...박새? 아니지 색이 좀 다른데... 

오오! 곤줄박이다!
곤줄박이 (참새목 / 박새과, 텃새)

너무 울창한 나무에 있어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곤줄박이였다. 
아내에게 쌍안경 사주기를 잘했다. 아주 잘 찾는다. 나는 눈이 침침해서 잘 안 보임...

나무를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니는 동고비 친구.
동고비 (참새목 / 동고비과, 텃새)
시원한 덤불 속에서 소란을 떠는 붉은머리오목눈이(참새목 / 붉은머리오목눈이과, 텃새)

나무 타기 명수 동고비와 소란스러운 뱁새를 끝으로 또 새들은 자취를 감췄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숲 길은 나무 그늘로 시원했다. 나무가 없는 곳은 불지옥.

30분도 안 돼서 삼릉 탐조는 끝. 더 있어봐야 다른 새들을 찾기도 힘들 거 같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파주에서 갈 만한 곳을 고민하다가 공릉천을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지만 일단 가보는 거지 뭐.

공릉천은 특별한 탐조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니고 공릉천 주변 논과 숲에서 탐조를 하는 거 같았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일단 네비로 접근이 쉬워 보이는 곳을 찍고 무작정 이동했다. 

※ 여기까지 100-400GM으로 촬영했고 아래는 200-600G로 촬영했다.

논 길을 다녀야 해서 새 찾으랴 운전하랴 처음엔 정신이 없었지만 자율주행 켜 놓고 살살 돌아다니니까 시원하고 좋았다.

공릉천 첫 손님은 참새 (참새목 / 참새과, 텃새)
전깃줄에 앉아 있는 찌르레기 가족 (참새목 / 찌르레기과, 여름철새)
큰부리까마귀 (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중대백로 (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논길을 벗어나 공릉천 둑에 올라 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공릉천 주변은 엄청난 갈대밭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정말 보존이 잘돼있었다. 그런데 왜 여길 굳이 파헤치려고 그러냐고...
자연을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좋은 기분과 찹찹함이 교차한다.

아름다운 자연하천 공릉천. 자연과 도시가 대비를 이루는 곳.
공릉천을 날아가는 멧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논에서 중백로 발견! 중대백로라고 생각했지만 입꼬리 끝(구각)이 짧고 목이 덜 굽은 점 등을 봤을 때 중백로가 확실하다.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발끝까지 새까만 게 중백로라고 확신함. 이제 쇠백로만 보면 백로는 거의 완성이다.

중백로 (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경계심이 너무 심하다. 조금만 근처에 가도 그냥 날아가 버림.
저멀리 날아가는 저어새 (사다새목 / 저어새과, 여름철새)
괭이갈매기 (도요목 / 갈매기과, 텃새)
서해가 가까워서 인지 갈매기가 많다.

큰 나무에 가려 어두운 숲 속 공원만 다니다가 오랜만에 뻥 뚫린 곳에 오니까 너무 좋다. 공기도 상쾌하고...
저 멀리서 흰뺨검둥오리가 날아오다가 내 머리 위로 지나간다. 요즘 카메라의 AF 성능은 초보의 촬영 기술을 뛰어넘는다. 
그냥 조준하고 셔터를 누르면 알아서 초점 잡고 촬영한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공릉천에서 날아 오르는 흰뺨검둥오리 (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
푸른 하늘 위를 시원하게 날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흰뺨검둥오리는 암수 구분이 어려워서 번식기 때 위에 있는 게 수컷이라고...

탁 트인 시야에서 훨훨 날아가는 새를 보는 것도 공릉천의 탐조 재미 중 하나다. 오랜만에 느끼는 개방감이다.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민물가마우지가 내 머리 위로 날아가는 진귀한 경험도 했다.

입 벌리고 날다가 벌레 들어가겠다. 그걸 노린 거??
민물가마우지 (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겨울철새, 텃새)
저~ 멀리 날아가는 황로 (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둑에서 발견한 왜가리 나무
백로와 가마우지도 입주해있다.
중대백로 (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내 차는 소리가 커서 근처만 가도 목을 빼고 쳐다본다.
바로 돌아서서 가버림.
날이 저물어 간다. 어디론가 날아가는 저어새 무리.
키가 작은 중대백로. 저러다 벼에 가려지겠다.
야윈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온통 백로다. 이곳저곳 전부...

공릉천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전선에 앉아있던 파랑새 발견!!
새 찾으랬더니 시원한 차에서 졸고 있는 아내 때문에 내가 운전하다 발견했다. 거리를 안 줘서 한 번 날리는 바람에 이번엔 아예 멀찍이 차를 대고 관찰을 했다. 내가 차에서 내리니까 바로 경계시작...

파랑새 (파랑새목 / 파랑새과, 여름철새)
대두(大頭)라더니 머리가 참 크다.
파랑새는 날개 끝의 하얀 점 때문에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벌레를 물고 오는 걸 보니 육추 중인 거 같았다.

우연히 파랑새 둥지를 발견했는데 귀한 새인만큼 다른 사람들한테 발견 안되고 무사히 육추를 마쳤으면 좋겠다.
새를 좋아하지만 꼭 촬영해야 하는 건 아니다. 촬영은 기록 차원일 뿐 못해도 괜찮다. 소리만 들어도 좋고 보기만 해도 좋다. 굳이 육추 하는 거 찍겠다고들 몰려다니지 말았으면 좋겠다. 새는 사물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친구다.

논두렁 돌아다니느라 차 꼴이 말이 아니다. 이곳저곳 긁혔지만 상관없다 너무 재밌었다. 아내의 SUV를 끌고 이런 곳을 다녀야 하는 데 승용차로 다니려니 영 불편하다. 그래도 좋은 장소에서 예쁜 새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공릉천은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방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