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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7월 3일] 폭염속의 올림픽공원 탐조

by 두루별 2023. 7. 5.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이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뜨거운 날 올림픽공원으로 탐조를 다녀왔다. 
역시 별은 추워야 제맛이고 새는 더워야 제맛(?)은 아닌 거 같고... 비가 그친 거에 신나서 날씨 생각을 못했다...

오늘은 올림픽공원의 서쪽을 돌아볼 생각이다.

껙껙 시끄러운 큰부리까마귀 (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음악 분수가 있는 호수로 내려가는데 큰부리까마귀가 껙껙 시끄럽게 울고 있다. 까치가 없으니 이 놈이 왕노릇.
잎이 우거진 나무를 발견하면 일단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작은 새들이 잔뜩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숨어있는 박새 발견
박새 (참새목 / 박새과, 텃새)

호수에는 역시 지박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진짜 망부석 될 거 같다.
이 뙤약볕에 발만 물에 담그고 멍하니 서 있는 왜가리님. 여름 지나면 보고 싶어서 우쨔...

왜가리 NPC
왜가리 (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민물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겨울철새, 텃새)도 NPC가 되려나 보다.
열심히 자맥질 중인 청둥오리 (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지금은 거의 텃새)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 몇 주 전의 아기들이 저렇게 큰 걸까??
날개가 나비처럼 생긴 나비잠자리 (잠자리목 / 잠자리과)
곰말이 꿈마을이라니 예쁜이름이다.
곰말다리를 건너면 몽촌토성의 일부가 연결되어 있었다.
꺼억꺼억 울던 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나무그늘 아래 벤치가 시원해 보여서 잠깐 쉬었다 가려고 들어갔더니 머리 위에서 난리가 났다.
하여간 소란스런 녀석들. 참새는 온데간데없고 자작나무엔 온통 박새들 천지다.

귀여운 볼따구니를 만져보고 싶다.
박새 (참새목 / 박새과, 텃새)
박새는 자작나무를 좋아하나 보다. 자작나무엔 항상 박새가 있었다.
목 빠지게 올려다 보는 박새

소란한 박새들 소리에 정신이 팔렸는데 순간 찌익~ 하는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짹이아빠님께 배웠던 쇠딱따구리 소리다.
역시 소리를 알아야 새를 찾을 수 있나 보다. 소리를 찾아서 살금살금 나무를 뒤졌다.

쇠딱따구리 (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동고비랑 삐까뜰 나무타기 실력
아웅... 정말 귀엽다...
다른 새들처럼 가만히 가지에 앉아 있는 건 처음 봄.
찌이익~ 노래하려고 앉았나 보다. 살짝 눈 감는 게 귀염 포인트.
이 자세가 가장 딱따구리스럽다.
쇠딱따구리를 이렇게 오래 지켜본 건 처음이다.

쇠딱따구리를 보느라 한참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근처 어르신들이 다 쳐다보심... 데헷... 얼른 자리를 떴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서 비현실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너무도 이상한...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꿩처럼 생긴 생명체

몽촌토성 사면에 꿩처럼 생긴 생명체가 뭔가를 먹고 있었다. 그것도 암수가 동시에...
이게 뭐냥... 환한 대낮에... 그것도 산책로에서 2m도 안 떨어진 곳에서 꿩이 먹이를 먹고 있다니... 

어머 세상에 꿩 맞다! (꿩 정수리는 또 처음본다...)
장끼 (꿩 수컷, 닭목 / 꿩과, 텃새)
까투리 (꿩 암컷, 닭목 / 꿩과, 텃새) (꿩 암컷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
저 화려한 깃털... 꿩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야생 꿩을 2m 앞에서 볼 줄이야...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내가 뒤로 물러났다.
넓은 산책로라 자전거 타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나처럼 사진 찍는 인간까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신경도 안 쓴다. 사실 아무도 꿩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나만 신난 거지...

앗! 눈이 마주쳤어!!... 도촬하다 들킴...
나 따위 신경도 안 씀...
두 분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너무 진귀한 경험을 했다. 겁이 많아서 사람이 있으면 숨어 있어야 할 꿩이 비둘기처럼 대놓고 돌아다니다니...
올림픽공원에 사는 새들은 사람과의 접촉에 익숙한 거 같았다.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기원한다.

분위기 전환용 무궁화 (아욱목 / 아욱과)
어린 물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다 큰놈이 어미에게 먹이 달라고 난리가 났다.
쬐끄만 벌레 하나 먹여주니 조용...

꿩을 보고 흥분한 나머지 나무를 마구 지나쳤다. 진정해야지...

벌써 꽤 걸어서 땀도 많이 흘렸다. 잠시 쉬려고 88 호수 근처 숲길의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려는데...
정면에 보이는 숲 속의 좀 떨어진 나무에 뭔가가 앉아있었다. 순간 직감했다. 크헙... 오...오색딱따구리닷!!
물병은 내동댕이치고 허둥지둥 카메라를 집어 들고는 심호흡을 하고는 겨눴다. 촤르르륵...

촬영 당시는 몰랐는데 집에 와서 정리하면서 동정을 해보니까 더 귀하신 큰오색딱따구리였다.

큰오색딱따구리 (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우연히... 그것도 물 마시다 이 분을 뵙게 될 줄이야...
저 붉은 머리... 도끼날 같은 부리... 너무 멋지다!!
조...조금만 더!!

딱따구리과는 다 그런가? 덩치는 쇠딱따구리 5배는 될 거 같은데 금세 나무를 타고 휘리릭 사라져 버렸다. 신기루 마냥...
그래도 얼굴 봤으니 됐다. 엉덩이만 본 어치도 있는데 이 정도면 대 만족이다.

88 호수에서 물총새를 보고 싶었는데 오늘도 뾰로로롱~ 날아가는 뒷모습만 지켜봤다. 
물총새는 0.5초 봤지만 대신에 파랑새가 물에 몸 담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에 아주 순간 몸을 담그고 날아 오르는 파랑새. 날개 끝의 흰점만 기억하면 된다.
물에 몸을 잠깐 담궜다가 한 바퀴 돌고...
같은 위치로 돌아와서 몸을 또 담근다.
파랑새 (파랑새목 / 파랑새과, 여름철새) (목욕 끝난 듯.)
오목눈이 응애인가 보다. 색이 갈색이다.
입벌리고 노래하는 모습이 열라 귀엽다.
오목눈이 (참새목 / 오목눈이과, 텃새)
아... 귀엽다...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다늬...
내가 신기한가 보다. 빤히 쳐다본다.
옆 나무에서는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가 애타게 울고 있다.
멧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땅바닥의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아직 오전인데도 이러면 오후에는 엄청날 거 같다.
공원의 서쪽만 돌아보고는 더위에 기운이 빠져서 탐조를 마쳐야 했다. 다음에 또 보자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