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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7월 20일] 푸른수목원 탐조

by 두루별 2023. 7. 23.

날씨 때문에 미루고 미루던 「푸른수목원」을 짹이아빠님과 드디어 다녀왔다.
전철 천정에 돌아가는 선풍기가 달려있던 시절에 타본 이후로 오랜만에 1호선도 타보고 나름 즐거운 여행이었다.

백만년 만에 타본 1호선과 온수역

'이름이 설마 온수/냉수 할 때 그 온수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도착해 보니 진짜 따뜻한 물이라는 뜻... 
아마 옛날에 이곳에 온천이 있었나 보다. 쓸데없는 잡지식에 빠져 있는 사이 짹이아빠님이 도착. 함께 푸른수목원으로 향했다.

걸어가기는 좀 먼 거리라 온수역 앞에서 항동지구 방향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같은 번호인데 가는 곳이 다르니까 잘 보고 타야 함. 사실 나는 처음이라 짹이아빠님이 가는 대로 따라만 다녔다... 졸졸졸...

여기가 후문이다. 정문 아님.

드디어 푸른수목원 도착! 푸른수목원은 항동저수지와 같이 붙어 있는 구조인데, 저수지에서는 물에 사는 새들을 보고 수목원에서는 숲에 사는 새들을 보는 그런 코스. 나름 알차다.

오늘의 목표종은 덤불해오라기와 쇠물닭. 덤불해오라기는 8월이면 돌아가는 녀석이라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자주 오기 힘든 곳이라 오늘 꼭 봐야 한다!! 그렇게 아침부터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탐조는 시작되었다...

첫 손님은 오늘도 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항동저수지에는 수련(수련목 / 수련과)이 많았다.
하얀 수련꽃

연꽃과 수련의 차이는 뭘까? 1995년까지는 아무도 그 차이를 몰랐다고 함. 구분하는 법은 잎이나 꽃 모두 물에서 멀찍이(30cm 이상) 떨어져 있으면 연꽃이고 잎도 꽃도 위의 사진처럼 물에 붙어 있으면 수련이라고... 잡지식 하나 또 늘었다.

사람을 보면 따라다니는 잉어(잉어목 / 잉어과). 이름을 부르는 아줌마도 있었다.
여전히 소란스러운 개개비(참새목 / 개개비과, 여름철새)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가 잠을 자고 있다. 바로 옆에 가도 도망 안 감.
산딸나무에 매달려 있는 개개비
여기도 청둥오리. 얘들 물에는 안 들어가고 땅에서 자고 있다. 여기엔 고양이가 없나 보다.

오전인데도 너무 뜨겁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 짹이아빠님의 핸드폰은 열기에 과열되어 촬영이 안되신단다. 얼음팩까지 챙겨 오시는 준비성에 감동했다... 그늘도 없어서 햇볕을 피할 방법도 없다. 그냥 참고 갈대숲에서 부지런히 덤불해오라기를 찾았다.

저 멀리서 날개를 펴고 체온을 식히고 있는 왜가리(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텃새)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도 더운지 아침부터 목욕하러 왔다.
헛! 응애 되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도 목욕하러 왔다.
나를 보더니 도망가려나 보다.
타앗!!
푱~.... 솔직히 날아갈 줄 알았다. 점프해서 갈 줄이야...
엇... 저 궁둥이는??
청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다!
얘들도 더운가 보다. 딱히 뭐를 안 하고 쉬고 있다.
아이고 시끄럽다... 머리에 털도 안 난 응애 물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가 울어댄다.
목청이 얼마나 큰지 근처 새들 다 도망갔다.
청딱따구리가 딱따구리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시끄럽게 울어대던 응애 물까치도 목욕하러 왔다.

역시 조복은 지지리도 없다. 한참을 돌아도 익숙한 녀석들만 보일 뿐 덤불해오라기하고 쇠물닭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짹이아빠님 말씀으로는 덤불해오라기는 몰라도 여기서 쇠물닭 못 보면 문제 있다던데... 내 조복은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
중간에 만난 젊은 탐조인도 덤불해오라기를 봤다던데 나만 못 봤다... ㅠㅠ

저수지는 너무 뜨거워서 일단 푸른도서관 뒤편의 산에서 잠시 탐조를 하기로 했다. 여기서 실수... 
요즘 너무 잘 걸어 다녀서 건강이 좋아졌다고 자만하고 있었는데, 이날 등산 아닌 등산을 하고는 몸이 망가졌다. 전날도 낮에 탐조를 하고 밤에 별까지 보고 왔는데 잠도 못 자고 또 탐조를 왔으니 몸이 멀쩡할 리가 없다...

여기부터는 죽을힘을 다해 짹이아빠님을 따라다녀야 했다. 그래도 새소리를 들으면 허리 아픔도 잊게 된다.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반가워!
식육목 개과인 개님도 산길로 산책을 다니는 곳.
멧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아내가 좋아(?)하는 청설모(설치목 / 청설모과)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청딱따구리 두 마리가 함께 있다.
딱따구리는 역시 저 자세.
엇! 되지빠귀?
맞네. 되지빠귀 새끼다.
땅에 뭐가 있나? 저자리를 떠나지 않는 청딱따구리.
머리털 덜난 응애 직박구리.

산을 타고 내려왔지만 새소리도 많이 들리지 않았고 숲이 울창해서 새를 발견하기도 어려웠다. 역시 숲 탐조는 어렵다.

큰밀잠자리(잠자리목 / 잠자리과)

푸른 몸통에 하얀 꼬리면 다 '밀잠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네이처링」에 밀잠자리라고 올렸더니 바로 정정해 주심. 큰밀잠자리, 밀잠자리붙이 등등 밀잠자리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다. 역시 집단지성이 최고다!

엄마랑 함께 목욕하러 온 애기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
어미새가 먼저 목욕을 한다. 너무 귀엽잖아...
올려다 보는 것도 똑 같아... 졸귀...
목욕하고는 물기를 턴다고 또 부산이다.
참새를 쫓아내고 물먹는 직박구리.
참새들도 정말 귀엽다. (참새만 봐도 좋음)
미끈하게 잘 생긴 물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물까치 새끼가 밥 달라고 난리다.

청둥오리가 아직도 땅에서 쉬고 있었다. 겁이 너무 없는데...

지쳤다... 날도 너무 덥고 힘에 부친다. 당분을 섭취하고 시원한 데서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다행히 저수지 근처에 미니 카페가 있었다. 여기저기 자판기가 많은 올림픽공원이 최고지만 카페라도 있으니 다행이었다.

시원하게 레모네이드 한 잔 하면서 HP 충전. 쪽 빠니까 한 모금 컷... 아쉬운 대로 숨을 돌렸다.

저 멀리 갈대밭의 개개비
아아아! 쇠물닭(두루미목 / 뜸부기과, 여름철새) 발견!!
갑자기 덤불에서 걸어 나왔다. 붉은 이마와 초록빛 도는 노란 발. 쇠물닭이 맞다!
발이 엄청 크다. 그래서 갈대나 수풀을 잘 헤치고 다니나 보다.
커헉!! 새끼도 있었다!!
새끼 발도 왕발이다.
어미와 새끼 쇠물닭. 오늘은 절반의 성공이다.
그래도 쇠물닭은 봤으니까 나의 조복은 중간은 간다는 건 증명된 셈.
갈대숲 한가운데의 물총새(파랑새목 / 물총새과, 여름철새, 텃새)

쇠물닭의 흥분이 가라앉을 무렵 짹이아빠님이 저수지 가운데에 있는 갈대숲에서 물총새를 발견하셨다. 존경스럽다. 난 쌍안경으로 봐도 잘 안 보인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제 슬슬 지쳐가는데 덤블해오라기는 볼 수 없었다. 짹이아빠님은 올 때마다 덤불해오라기를 보셨다는데 왜 나만 오면 사라지는 걸까... 새덕후 굿즈 중에 조복 상승하는 마법의 후드티가 있던데 그거라도 사 입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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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저수지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쪽에서는 갈대숲 반대편이 보인다. 

갑자기 저공비행하는 왜가리.
나비잠자리(잠자리목 / 잠자리과)

머리 위로 어지럽게 왜가리 두 마리가 날아다닌다. 아유 정신 사나워...
그렇게 왜가리에 정신이 팔려있는데 갑자기 바로 코 앞에서 갈대를 헤치고 덤블해오라기가 나타났다!! 
덜덜덜... 어... 어서 촬영을... 망할 카메라... 초점을 못 잡는다... 수.. 수동으로...

아... 카메라가 초점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덤불해오라기는 다른 갈대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늘의 주인공 덤불해오라기(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수컷)
얼굴은 못찍고 튼실한 궁둥샷만...
특이하게 생긴 다리로 갈대를 붙잡고는 갈대사이로 들어간다.
얼굴은 끝내 촬영 못함...

아아... 캐논 진짜... AF 똥망이다... 코앞에 있는데 그걸 못 맞추냐고... 
거기다 갑자기 튀어나온 데다 생각보다 너무 작았다. 닭정도 되려나? 어버버버 하다가 궁둥샷만 건지고 말다니...
그래도 이게 어디여!! 실제로 봤다는 게 중요한 거다!!

다시 나올까 한참을 기다렸는데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따뜻하니까 잠 잘 오냐?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가 눈을 못 뜬다.
쇠물닭을 다시 만났다.
부리에 풀잎을 붙이고 있는 흰뺨검둥오리. 사람으로 치면 얼굴에 밥알 붙이고 있는 거...
정신없게 날아다니더니 나무 데크에 내려앉은 왜가리.

오늘은 여기까진가 보다. 더위에 기력을 모두 소진했다.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서서 졸았다. 나 때문에 짹이아빠님이 너무 고생하셨다. 그래도 덕분에 덤불해오라기도 보고 쇠물닭도 봤다. 오늘 목표는 모두 이룬 셈.

푸른수목원은 수목원이라기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그런 공원. 옆에 저수지가 붙어 있지만 갈대가 높이 자라버린 한여름에는 새를 보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초여름이나 가을에 다시 방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