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탐조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올림픽공원으로 탐조를 다녀왔다. 이제 올림픽공원은 탐조라기보다는 산책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제주도에서 생각보다 새를 별로 보지 못해서 올림픽공원에서 만나는 새들이 무척 반가웠다.
이날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뜨거운 날씨여서 올림픽공원에도 새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4일 동안 제주도에서 본 새보다 훨씬 많은 새를 볼 수 있었다. 역시 탐조는 도심 속 공원 탐조가 최고인 듯...
이날은 오랜만에 소니 A1과 SEL100400GM(FE 100-400mm GM) 렌즈를 사용했는데 확실히 AF는 소니 A1이 짱이다. 하지만 SEL100400GM 렌즈는 아쉬움이 많다...
2시간 정도의 탐조로 자라, 파랑새, 꾀꼬리 등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올림픽공원 탐조가 최고다.
《소니 A1과 SEL100400GM 렌즈를 몇 달 사용해 본 소감.》
나는 아마추어 중에서도 초짜 아마추어라 그냥 내가 느낀 점을 적어 본다. 나와 같은 조합으로 장비 구성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내 경험이 참고가 되면 좋겠다.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지 예측이 안 되는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캐논 EOS R5 + RF 100-500mm 조합으로 촬영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수십 번의 시도 끝에 한 번 성공할까 말까... 하지만 소니 A1을 사용하면 한 두 번에 성공한다. 정말 A1의 AF는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SEL100400GM 렌즈는 GM이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렌즈다. 중심부 선예도는 뛰어난데 주변부는 많이 무너진다. 그래도 선예도는 색수차에 비하면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렌즈는 역광에서 푸른 색수차가 너무 심하게 나타난다. 캐논의 RF 100-500 렌즈도 역광에서 회절이 발생하는 물체에서는 색수차가 발생하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다. 하지만 SEL100400GM은 그 정도가 심하다.(궁금하면 위에 올려둔 사진들을 보면 된다.)
SEL100400GM의 제일 아쉬운 점은 배경 흐림이다. 배경 흐림이 너무 부자연스럽고 피사체와 분리되는 경계도 부자연스럽다. 배경 흐림이 부자연스럽다 보니 복잡한 배경은 일부러 피하게 되고, 하늘을 배경으로 피사체를 담아야 하는 구도도 피하게 된다. 결국 조류 촬영에 사용하기가 애매하다. (풍경도 제대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소니 A1 바디와 캐논의 RF 100-500mm 렌즈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생각한다. 결국 이런 조합은 불가능하니까 촬영은 항상 거지 같은 캐논 EOS R5와 너무 훌륭한 RF 100-500mm 렌즈를 사용하게 된다. 순전히 RF 100-500mm 렌즈 때문에 이 조합을 사용하는 거지만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심지어 이 조합은 소니 A1 바디 가격도 안된다. 정말 캐논은 렌즈가 다 했다.
현재도 둘 다 보유하고 있고 두 조합 모두 몇 달 정도 사용해 본 사람의 입장에서 만약 소니와 캐논의 조합 중에서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캐논을 고를 거다. 소니는 바디만 공들이지 말고 렌즈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