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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9월 5일] 선정릉 탐조 - 쇠솔딱새, 제비딱새, 쇠솔새, 꿩, 청딱따구리, 아물쇠딱따구리, 어치 등

by 두루별 2023. 9. 5.

오후에 선릉역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들른 김에 선정릉을 돌아봤다. 올림픽공원에 비하면 엎어지면 정말 코 닿을 곳인데 처음 와봄. 구리 동구릉이나 파주 삼릉처럼 숲에 인접한 곳이 아니어서 새가 없을 거라고 미리 단정해서 그런 듯. 총 3km 정도의 산책로가 있는 거 같으니 천천히 돌아보며 탐조할 생각이었다.

입구는 다녀본 왕릉 중에서 제일 작았다. 지하주차장 있는 왕릉이라니...

입장료는 1,000원. 강남구민은 50% 할인이다.(앗싸!!) 누구나 둘러볼 수 있는 가격도 좋지만 더 받아도 될 거 같은데...

입구의 선정릉 모델이 귀엽다. 가운데에 있는 숲이 산 같은 느낌. 등고선이 있어서 좋았다.
지도를 보니 생각보다는 규모가 있었다. 등산도 좀 해야 할 거 같고...
선정릉도 다른 왕릉들처럼 정비가 잘 되어 있었고 숲이 울창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항상 처음 들른 곳에서는 새를 많이 봤다. 초심자의 행운이 작용하는 듯. 선정릉도 그럴 모양인지 입구에 큰부리까마귀가 떼로 있었고 청딱따구리가 날아다녔다.

청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바로 옆이 차도고 건물인데 청딱따구리가 나무에 붙어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시작부터 청딱따구리라니... 오늘 어떤 녀석들을 만날지 기대된다.
큰부리까마귀(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도심에 까마귀가 많이 늘긴 했지만 선정릉 안에는 정말 많은 큰부리까마귀들이 있었다. 까악까악~ 어찌나 시끄럽게 울어대던지 입구는 온통 까마귀 소리로 시끌시끌했다.

어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오랜만이다!
이곳은 까치랑 어치랑 수가 비슷해 보였다.
올림픽공원에서는 의외로 잘 안 보이더니 다 여깄었구나.
숲이 깊어서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같이 작은 친구들 보기가 좀 힘든게 단점.
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선정릉 외곽엔 바로 빌딩 숲이다. 왕릉이라기보단 그냥 동네 공원 느낌.
울창한 숲이라 안쪽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겨울이 탐조하기 더 좋을 거 같다.
앗!! 꿩(닭목 / 꿩과, 텃새)이다!!
수컷 장끼가 정릉을 오르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올림픽공원의 꿩만 사람 안 무서워하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구나...
왕릉에는 관심이 없으니 슬쩍 정릉 한 번 올려다 보고는 다시 탐조...
배추흰나비(나비목 / 흰나비과)
까치반 어치반
잠깐 앉아서 쉬려는데 위에서 시끄럽게 군다.
큰부리까마귀도 합세...
입구와 정릉 근처에는 까치와 어치가 많았다.
이렇게 한 번에 어치를 많이 보기도 처음이다.

정릉을 지나 이제 본격적인 등산(이라고 하긴 좀 부끄럽지만...)이다. 작은 개울들이 산책로 주변에 있어서 새들이 물 마시거나 목욕하기도 좋은 곳이었다. 왕릉이라 나무 보존도 잘 되어있고 물도 있고 새들이 살기엔 최적인 거 같았다.

응애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세상 물정 모르는 녀석. 내가 궁금한가 보다.
얘는 다 큰 직박구리. 여기도 직박구리 천지다.
좀작살나무 열매를 따 먹느라 직박구리들이 정신이 없었다.
좀작살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직박구리들.
아물쇠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오랜만에 아물쇠딱따구리도 만났다.
올림픽공원에서는 통 안보이던데 선정릉에서 만났다.

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가 열심히 씨앗을 먹고 있었다.
청딱따구리 또 발견.
왕릉에는 고목이 많아서 그런가 딱따구리들이 많은 거 같다.
실개천이 졸졸졸... 새들 목욕탕으로 딱이다.
얼마 오지도 못했는데 새들이 많아서 보느라 시간을 많이 썼다.
여기도 고양이가 있구나. 캣맘들은 입장료 내고 들어와서 밥주려나?
오호~ 또 꿩이다. 이녀석은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꿩뻘쭘. 땅파다 나랑 눈 마주침.
뭐여뭐여?? 왜 쳐다봐?? 이런 표정...
잠깐 보더니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할 일 함.

곤줄박이(참새목 / 박새과, 텃새)
곤줄박이가 열매를 먹고 있었다.
올림픽공원의 쇠박새에 비하면 경계가 좀 심하다.
박새 소리도 많이 들리지만 곤줄박이도 많이 보인다.
멧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잘린 나무에 군생하는 뽕나무버섯부치(주름버섯목 / 뽕나무버섯과). 신기하다...

아이고 힘들다... 절반도 못 돌았는데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바람에 일일이 확인하다 보니 벌써 3시간이 후딱 지나감. 저녁에는 PT도 있어서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하는데 잠깐 쉬려고 멈춘 나무 꼭대기에서 작은 새들이 계속 날아다닌다.

음... 엉덩이를 보면 솔새류 같은데...
이 한장의 사진을 끝으로 이녀석은 날아가서 볼 수 없었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큰유리새라고 하는데 어딜 봐서 큰유리새라는겨... 짹이아빠님께 도움을 요청! 전문가분들께 물어봐 주신다고 했는데 진짜 큰유리새(참새목 / 솔딱새과, 여름철새) 암컷이라고 한다!! 오오오!!! 큰유리새라니!!

대박!! 제비딱새(참새목 / 솔딱새과, 나그네새)다!!
높은 곳에 앉아있어서 가지 사이로 간신히 촬영!
요즘 자주 만나는 쇠솔새(참새목 / 휘파람새과, 나그네새)
나그네새라고 하는데 많은 개체가 지나가는 모양.
탐조 나오면 거의 하루에 한 마리는 보는 듯.
전신이 다 보이는 곳에서 만나고 싶다...
헐... 아래 주둥이의 노란 비율이 많은걸로 봐서 얘는...
쇠솔딱새(참새목 / 솔딱새과, 나그네새)다!!
한자리에서 벌써 3종이나 종추다...
역시 솔딱새과 애들이 눈도 크고 귀엽다...

오늘 솔딱새과 애들만 3종을 만났다. 이런 날도 있구나... 
지금이 한 창 철새들이 지나갈 시기인가 보다. 맨날 같은 새들만 만나도 행복했는데 새로운 새들을 보니 또 다른 기쁨이 있다. 이렇게 만나보지 못한 새들이 아직도 많은데 하나씩 만나는 재미는 정말 최고다. 이제 선정릉도 한 번씩 꼭 들러봐야겠다. 예상치 못한 재미가 쏠쏠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