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고잔 갯벌 탐조 때 짹이아빠님께 켄코 아반타가 시야도 넓고 좋은데 선명하지 않아서 불만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스와로브스키 CL 큐리오를 추천해 주셨다. 나의 사용 스타일로 볼 때 큐리오가 딱 맞을 거라고...
스와로브스키의 30mm 미만 모델은 포켓과 큐리오가 있는데 이 중에서 큐리오가 21mm로 가장 작은 크기의 모델인 거 같다.
고맙게도 짹이아빠님께서 니오비전에 방문하셨을 때 비교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크기도 포켓보다 큐리오가 많이 작지만 무게 차이도 꽤 난다고 알려주셨다. 거기다 초점 조절장치도 큐리오가 훨씬 부드럽고 한 손 사용에 최적화된 거 같다고...
작지만 성능은 정말 끝내준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는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짹이아빠님은 니오비전에 방문해서 직접 보고 결정하라고 하셨지만 그냥 지름.
색상은 번트 오렌지와 앤트러사이트(이게 무슨 색이여) 두 종류가 있었는데 번트 오렌지를 사고 싶었지만 힌지 부분이 밝은 은색이라 새들 눈에 튈까 봐 앤트러사이트를 고름. 사진으로는 특별할 거 없는데 직접 보면 나쁘지 않은 색이다.
무게는 254g으로 코와 SV2 25-8이나 켄코 아반타 보다 가벼운데 구경도 제일 작아서 상대적인 비교는 의미 없다. 하지만 만듦새나 재질은 비교 불가다. 큐리오가 비교 안되게 좋음.
시야각은 7.7°로 켄코 아반타 보다 좁고 코와 SV2보다 넓은데, 상은 다른 제품들이 비빌 영역은 아니었다. 정말 선명하고 맑은 느낌으로 스와로브스키 필드스코프를 보는 느낌이다.
이 큐리오를 구입하기 전에 망설인 유일한 이유는 짹이아빠님이 현타 오라고 빌려주셨던 브레서 엘핀(Bresser elfin) 7x20 쌍안경 때문이었다.
무슨 장난감 쌍안경 같은 외모에 실제 가격도 4 만원이 안된다고 한다. 그런데 중심상이 어마무시하다... 너무 깜짝 놀라서 집에 있는 쌍안경들과 모두 비교했지만 얘가 제일 잘 보임... (니콘 모나크 어쩔...)
스와로브스키 큐리오가 잘 보인다고는 하지만 가격 차이가 25배가 넘는데 25배 더 잘 보일리는 없어 보였다. 정말 현타 오게 만드는 쌍안경이었는데 유일한 단점은 잡광에 취약하다는 점. 그래도 4 만원도 안 하는데 뭘 더 바라겠나...
그래서 살짝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전날 올림픽공원의 88 호수에서 새들을 관찰하다가 충동적으로 큐리오를 구입해 버렸다. 선명하면서 대비도 뛰어난 쌍안경을 써보고 싶었기 때문. 큐리오가 만족시켜 줄 거라 믿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도착한 큐리오는 어땠을까?
브레서 엘핀이 정말 잘 보이긴 하지만 중심상 한정이고 당연하게도 모든 면에서 큐리오의 압승이다.(이겨줘서 다행이다...)
큐리오는 구경이 작아서 흐린 날 상이 어둡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비 맞으며 사용해 보니 걱정할 필요 없었고 대비가 좋아서 어두운 곳의 대상도 잘 구분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굉장히 선명하고 대비가 뛰어난 상을 보여준다.
작고 가벼워서 목에 걸고 다녀도 부담이 없고, 적당한 시야와 난반사 없이 맑고 선명한 상을 보여주는 큐리오는 정말 꼭 한 번 사용해 봐야 한다. 정말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 기대 이상이었고 정말 마음에 드는 쌍안경이다. 나처럼 카메라가 메인인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택인 듯.
앞으로 쌍안경을 또 구입한다면 이제는 대구경일 거다. 더 이상의 소구경 쌍안경은 이제 필요 없다. 큐리오 하나면 끝.
처음부터 큐리오를 구입했으면 쓸데없는 낭비를 줄였을 텐데... 역시 장비는 한 방에 끝판왕으로 가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