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비만 안 오면 매일 올림픽공원으로 탐조를 나간다. 탐조라기보다는 이제는 그냥 일과인 듯. 그러다 보니 탐조 기록이 너무 많이 쌓여서 이제는 매일매일 탐조 일기를 쓰는 것은 포기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친구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녀석들을 소개해 본다. (소개 순서는 순위가 아님.)
1. 노랑부리저어새
가장 어이가 없었던 녀석. 올림픽공원에 노랑부리저어새라니... 눈이 오던 날 날아왔다가 호수가 꽁꽁 얼자 떠났다.
얘 때문에 탐조하는 사람들이 모여 들어서 한동안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다행히 별 탈 없이 돌아갔음.
2. 후투티
경주 황성공원에서 본 이후로 오랜만에 만난 후투티.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녀석인데 까치들이 못살게 구는 바람에 금방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잠시 머무는 동안 볼 수 있었다.
3. 솔새사촌
올림픽공원에서 솔새사촌을 만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뭐 노랑부리저어새도 봤으니 이젠 별 거 아닌 게 됐지만 그래도 솔새사촌이라니... 내륙에서 볼 수 없는 새들을 최근 자주 볼 수 있게 된 게 강력한 태양 활동에 의한 자기장의 교란 때문에 새들이 길을 잃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어 보임...
4. 굴뚝새
여름부터 기다렸던 굴뚝새. 이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이 녀석에게 끌렸다. 그렇게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이란... 고양이들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녀석들이 안쓰러워 더 기억에 남는 거 같다.
5. 붉은가슴흰꼬리딱새
한 달 정도 올림픽공원에 머물다 간 붉은가슴흰꼬리딱새. 특이한 울음소리 때문에도 기억에 남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보도블록에 앉아서 몸을 부풀리고 힘없이 앉아있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잘 갔겠지??
6. 붉은목지빠귀
산수유 열매가 다 떨어져 가던 일요일에 만난 녀석. 어르신들 말씀으로는 올해 산수유는 폭망이라고... 기후 변화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2월까지 남아있어야 할 산수유가 12월도 한 참 남았을 때 다 떨어졌다. 그러니 먹을 게 없으니 열매가 남아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을 듯... 매년 들르는 녀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7. 황여새
붉은목지빠귀와 함께 왔다가 잠깐 머물고 떠나버린 황여새. 작년에는 오지 않았고 재작년엔 몇 주 머물다 갔다는데 올해는 산수유가 없어서 더 보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8. 새매
눈앞에서 직박구리를 사냥해서 나무 위로 올라가 털을 뽑고 있던 새매. 처음엔 하도 소란스러워서 직박구리들끼리 싸우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새매랑 혈투를 벌이는 중... 직박구리가 불쌍하긴 하지만 올림픽공원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
이 밖에도 다양한 종을 만날 수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녀석들만 소개했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디를 가도 올림픽공원처럼 다양한 새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은 없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