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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1월 8일] 동해안 탐조 여행(2)

by 두루별 2024. 1. 10.

TV를 보다 잠들 생각이었는데 '에어리언 2'를 하길래 추억이 돋아 끝까지 다 봐 버렸다. 다시 봐도 명작이여...
그 바람에 늦게 잠들었는데도 개운하게 잘 일어남.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좀 남았지만 청초호로 탐조를 나갔다.

청초호 주변 풍경
아파트 뒤로 설악산이 쫘악~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새들도 조용했지만 속초의 풍경은 절경이었다... 왜 아내가 속초 가서 살자는지 이해됐음...

해뜨기 전 새 대신 그믐달과 금성 관측하기

바닷가라 더럽게 추웠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달과 금성도 잠깐 봐주는 동안 새들이 살살 활동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이곳 청초호에서 무슨 갈매기를 보셨다고 했는데 이름은 기억 안 남. 

어제보다 더 추운 날씨였지만 일정이 빠듯해서 부지런히 둘째 날 탐조 출발!

뿔논병아리(논병아리목 / 논병아리과, 겨울철새)
볼 만한 새는 없었지만 풍경이 다한 영랑호
흰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겨울철새)
딱 한 마리 있던 가창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발이 까만 세가락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겨울철새)
딱 한 마리가 바위에 앉아 있었는데 발이 까만 갈매기는 처음 봄.
흰줄박이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흰뺨오리와 다르게 얼굴 뒷쪽에 흰점이 있다.
큰재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겨울철새)

오전 탐조가 끝나고 오후에 타기로 했던 배를 조금 당겨서 타기로 했다. 일명 선상 탐조! 
선상 탐조라니까 뭔가 대단한 배를 타는 거 같지만 실상은 낚싯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바다에 떠 있는 새들을 보는 거. 바다에 새가 있나 싶지만 굉장히 많았다. 얘들은 그냥 파도를 타고 잠도 자고 먹이도 먹고 하는 듯...

요만한 낚싯배를 타고 나간다.
흔들리는 배에서 요런식으로 탐조를...

선생님들은 배 타기 전 멀미약을 드셨는데, 나는 배멀미를 하는지 영 기억이 안 나서 안 먹고 버텼는데 결국 멀미는 안 했다. 엄청 흔들리는 배에서 카메라로 대상을 보고 있자니 살짝 어지럽긴 했는데 카메라에서 눈을 떼면 말짱해짐.

뜻밖의 발견! 배멀미를 하지 않고 배를 잘 탐. 

아무튼 작은 어선을 타고 나간 선상 탐조는 몸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통에 정신이 없었지만 바다에 떠 있는 새들을 찾느라 다들 초집중 상태였다.

선상 탐조 첫 손님은 큰회색머리아비(아비목 / 아비과, 겨울철새)
날개의 흰점들이 눈에 띈다.
아비는 처음 보는데 독특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다에서 바라본 육지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흰눈썹바다오리(도요목 / 바다오리과, 겨울철새)
빨간 발이 너무 예쁘다.
물위를 한 참 달려야 날아 오를 수 있었다.

선장님이 찾아 주신 '흰눈썹바다오리'. 서식지가 먼바다란다. 그렇게 귀한 새는 아니라는데 네이처링에는 21년 첫 기록 이후 내 기록까지 6건이 전부. 촬영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운 좋게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연초부터 조복 폭발.

쇠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겨울철새)
살짝 사선 위를 보는 모습이 특징.
해안가에서 떨어진 곳에 떼를 지어 모여 있었다. 이러니 해안가에서는 안 보임...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날개 깃털이 촘촘하지 않아서 놀람.
바다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우리를 보고 날아가 버리는 쇠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겨울철새)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오늘의 끝판왕. 이 녀석 때문에 바닷새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뀜.

바다쇠오리(도요목 / 바다오리과, 겨울철새)
처음엔 펭귄인 줄 알았다... 진심...
저 짧은 다리 어쩔... 조... 졸귀...
꽁지도 어찌나 짧은지 다리나 꽁지나 구분이 안 됨.
세상에 이런 크리처가 있었다니... 모르고 산 세월이 한스러움...

'바다쇠오리'라고 하길래 쇠오리 같이 작은 오리 모습을 상상했는데 얘는 펭귄인 줄 알았다. 날아오르는 모습도 어찌나 귀엽던지... 거기다 잠깐 낮게 날아올랐다가 폭~ 하고 물로 들어가 버림. 영락없는 펭귄의 느낌. 너무 귀여운데 엄청 빨라서 촬영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얘를 보고 난 후 바닷새에 대한 관심이 대폭발.

흰꼬리수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날아가는 흰뺨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무리
또 날아가는 흰꼬리수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거북이 닮은 섬
거북이 닮은 섬의 바위에 쇠가마우지들이 모여있다.
또 흰꼬리수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큰회색머리아비(아비목 / 아비과, 겨울철새)를 끝으로 항구로 돌아갔다.
선장님 뱃소리를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 충견 까불이. 항구에 먼저 마중 나와 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항구에 도착.

바람도 많이 불고 파도도 높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무사히 육지에 도착!
선상 탐조는 처음이었지만 진짜 재밌었다. 사진은 몇 종 없지만 멀어서 촬영하지 못한 종도 많음. 종추 잔뜩 하고 돌아오니까 마치 만선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선상 탐조를 마치고 다시 해안가 탐조. 아직도 볼 새가 많이 남아 있다.

해안가 바위에 앉아 있는 쇠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겨울철새)
제주도 이후 처음 보는 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텃새)
해안가에서 보면 멀리 있는 새들은 이렇게 작게 보인다. 그나마 보이는 거리에 있는 녀석들.

해안가 탐조는 거의 필드스코프로만 가능해서 사진은 없지만 검둥오리, 검둥오리사촌, 흰줄박이오리 등등 많은 바닷새들을 볼 수 있었다. 어둑해질 때까지 실컷 탐조를 하고는 서울로 출발!

마눌님 조공품

중간에 저녁 식사를 위해 들른 진부령 어디쯤의 식당에서 마눌님께 드릴 조공품도 구입하고 달리고 달려서 서울에 도착. 
이번 탐조 기간 내내 운전해 주신 선생님들 너무 고생 많으셨다. 다음엔 내차로 내가 운전해서 모셔야겠음.

또, '오리는 다 거기서 거기야 갈매기도 다 똑같이 생겨서 재미없어.' 이게 이번 탐조를 가기 전 나의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생각이 바뀌었다. 하나하나 찾는 재미도 좋았고 자세히 관찰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이젠 묵히다 못해 발효가 되고 있는 필드스코프를 꺼내서 바닷새를 보러 다녀야겠다. 

이번에 종추를 엄청 많이 해서 200종 넘을 줄 알았는데 딴짓하다 나만 못 본 몇 마리 빼고 나니까 총 197종이다... 젠장... 3종 모자람... 어디서 채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