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비오리가 아직 중랑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장비를 챙겨 중랑천으로~
지금까지는 얘랑 인연이 없었다. 어떻게 가는 날마다 눈이 오는지... 그 바람에 오래 찾아보지도 못하고 돌아왔었다. 오늘은 날씨가 맑으니까 수색 범위를 넓혀 볼 생각. 반드시 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탐조 장소에 도착.
어르신들이 모여서 뭔가를 열심히 촬영하고 계시길래 슬쩍 보니까 비오리가 있었다. 옆에서 나도 비오리를 촬영하고 있는데 어르신 한 분이 뭐 보러 왔냐고 물어보심. 호사비오리요~! 하니까 비오리를 가리키시면서 저깄다고 찍으라고 하신다.
음... 쟤는 비오린데... 순간 머릿속에 혼란이 왔다... 내가 잘 못 알고 있나... 도감을 뒤적뒤적... 뭐여 비오리 맞다...
어르신들의 노심(老心)을 파괴할 수 없어서 그냥 호사비오린척 열심히 촬영함.
어르신들은 신나서 얘는 암컷이고 저쪽에 수컷이 있으니까 여기서 기다려 보라고 하셨는데 두리번두리번 찾아보니 저~ 멀리 정말 수컷이 보였다!! 너무 멀지만 날아가기 전에 일단 인증사진 한 장 찰칵!
신나서 수컷 쪽으로 가려는데 어르신이 쫓아가면 못 본다고 그냥 한 자리에서 기다리는 게 좋다고 하심. 그래도 한 번 가보라고 하시길래 성질 급한 나는 부리나케 수컷 쪽으로 쫓아갔지만 헐... 정말 위쪽으로 슝~ 하고 날아가 버렸다...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호사비오리 수컷. 그래도 멀리서 얼굴은 봤으니 다행... 상류 쪽에는 넓적부리도 있다니 상류로 날아간 호사비오리도 찾아볼 겸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상류에 도착하니 이번엔 하류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호사비오리... 어르신들의 말씀이 옳았다... 그냥 기다려야 하는 거다...
터덜터덜 하류로 내려가고 있는데 아까 뵀던 어르신이 크림빵 하나를 내미신다. 넙죽 받아먹었다. 핵꿀맛.......
근데 호사비오리는 방금 상류로 다시 날아갔다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이번엔 어르신들이 상류로 올라가셨다. 이제 곧 내려올 거니까 꼭 기다리라고 당부를 하셨는데, 10분이나 기다렸을까 거짓말처럼 호사비오리가 날아왔다!!
정말 가까운 거리였는데 날아갈 까봐 조심조심... 최대한 나무 뒤에 붙어서 촬영을 했는데, 비오리 암컷이랑 함께 다니고 있었다. 둘이 친구 먹은 모양... 그러고는 모래톱 옆에 있는 돌무더기 부근에서 두 마리가 털을 고르며 쉬고 있었는데 이런 장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될 줄이야....!!!
보고 싶었던 호사비오리도 봤으니 오늘 탐조는 성공. 어르신들이 도와주셨기에 망정이지 자칫 못 볼뻔했다. 인사도 못 드리고 돌아왔는데 다음에 또 뵙게 되면 이번엔 내가 뭐라도 대접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