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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1월 10일] 중랑천 탐조 - 호사비오리

by 두루별 2024. 1. 10.

호사비오리가 아직 중랑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장비를 챙겨 중랑천으로~
지금까지는 얘랑 인연이 없었다. 어떻게 가는 날마다 눈이 오는지... 그 바람에 오래 찾아보지도 못하고 돌아왔었다. 오늘은 날씨가 맑으니까 수색 범위를 넓혀 볼 생각. 반드시 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탐조 장소에 도착.

첫 손님은 원앙(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
암컷이랑 풀을 뜯다 나를 보고는 물로 내려감. 미안하다... 미처 못 봤다...
백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겨철새)
까마귀에게 쫒기고 있던 말똥가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쇠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쇠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어르신들이 모여서 뭔가를 열심히 촬영하고 계시길래 슬쩍 보니까 비오리가 있었다. 옆에서 나도 비오리를 촬영하고 있는데 어르신 한 분이 뭐 보러 왔냐고 물어보심. 호사비오리요~! 하니까 비오리를 가리키시면서 저깄다고 찍으라고 하신다.

음... 쟤는 비오린데... 순간 머릿속에 혼란이 왔다... 내가 잘 못 알고 있나... 도감을 뒤적뒤적... 뭐여 비오리 맞다...
어르신들의 노심(老心)을 파괴할 수 없어서 그냥 호사비오린척 열심히 촬영함.

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암컷. 어르신들 사이에선 호사비오리로 통함.

어르신들은 신나서 얘는 암컷이고 저쪽에 수컷이 있으니까 여기서 기다려 보라고 하셨는데 두리번두리번 찾아보니 저~ 멀리 정말 수컷이 보였다!! 너무 멀지만 날아가기 전에 일단 인증사진 한 장 찰칵!

드디어 만난 호사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수컷.

신나서 수컷 쪽으로 가려는데 어르신이 쫓아가면 못 본다고 그냥 한 자리에서 기다리는 게 좋다고 하심. 그래도 한 번 가보라고 하시길래 성질 급한 나는 부리나케 수컷 쪽으로 쫓아갔지만 헐... 정말 위쪽으로 슝~ 하고 날아가 버렸다...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호사비오리 수컷. 그래도 멀리서 얼굴은 봤으니 다행... 상류 쪽에는 넓적부리도 있다니 상류로 날아간 호사비오리도 찾아볼 겸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재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겨울철새)
흰목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나그네새)
논병아리(논병아리목 / 논병아리과, 텃새)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백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겨울철새)
넓적부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누구의 뼈일까...
넓적부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암컷
6 개체는 넘어 보이던 흰목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나그네새)
굴뚝새(참새목 / 굴뚝새과, 텃새)
큰부리까마귀(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대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겨울철새)

상류에 도착하니 이번엔 하류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호사비오리... 어르신들의 말씀이 옳았다... 그냥 기다려야 하는 거다...
터덜터덜 하류로 내려가고 있는데 아까 뵀던 어르신이 크림빵 하나를 내미신다. 넙죽 받아먹었다. 핵꿀맛.......

근데 호사비오리는 방금 상류로 다시 날아갔다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이번엔 어르신들이 상류로 올라가셨다. 이제 곧 내려올 거니까 꼭 기다리라고 당부를 하셨는데, 10분이나 기다렸을까 거짓말처럼 호사비오리가 날아왔다!!

호사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너무 가까워서 숨이 멎는 거 같았다...
휘날리는 저 머리깃털... 너무 예쁘다...
그라데이션 부리부터 비늘 같은 옆구리까지...
정말 호사스러움의 끝판왕!

정말 가까운 거리였는데 날아갈 까봐 조심조심... 최대한 나무 뒤에 붙어서 촬영을 했는데, 비오리 암컷이랑 함께 다니고 있었다. 둘이 친구 먹은 모양... 그러고는 모래톱 옆에 있는 돌무더기 부근에서 두 마리가 털을 고르며 쉬고 있었는데 이런 장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될 줄이야....!!!

모래톱 옆에서 쉬고 있는 호사비오리
비오리 암컷. 둘이 찰떡처럼 붙어 다닌다.

보고 싶었던 호사비오리도 봤으니 오늘 탐조는 성공. 어르신들이 도와주셨기에 망정이지 자칫 못 볼뻔했다. 인사도 못 드리고 돌아왔는데 다음에 또 뵙게 되면 이번엔 내가 뭐라도 대접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