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철이 끝나가는 무렵 고대하던 하늘이 드디어 열렸다.
뭉게구름이 엄청난 속도로 낮부터 움직이면서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예사롭지 않게 푸르렀다.
전날왔던 비의 영향인지 하늘의 청명함은 근래에 보기 드문 하늘이었다.
그래!! 오늘 하늘이 열리면 대박일듯! 월령도 딱 좋다.
마침 오늘 도착한 T-MOUNT도 테스트 해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보냈다. T-MOUNT의 삼각대는 원래 Vixen의 SX-HAL-130 알루미늄 삼각대를 쓸 예정이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아쉬운대로 포르타의 삼각대에 올려서 사용할 생각이다.
드디어 저녁이되어 나랑 후배 두 놈이랑 회사건물 옥상으로 장비를 주섬주섬 챙겨 올라갔다.
T-MOUNT는 포르타의 2배가 넘는 무게다. 혼자 옮길 수 있는지 보려고 낑낑대며 혼자 들고 올라갔다.
아직 동쪽은 구름이 가득하지만 남쪽과 서쪽은 구름이 모두 걷힌상태!!
금성, 화성, 토성이 쪼로록 늘어서있는 아래로 황혼이 지고 있었다.
행여 구름이 몰려올까 무서워 부지런히 장비를 설치했다.
경위대인 나는 머 장비 설치에 1분... LXD75 적도의를 두 놈이 열심히 설치한다.
LXD75에 올린 막스도프 4인치 망원경.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녀석이지만 굉장히 똘똘한 상을 보여준다.
오늘은 주관측 목적이 FLT98 성능 테스트 및 T-MOUNT 성능 테스트다. 옆에서 두 놈은 열심히 달 사진을 찍어보는 동안 나는 금성부터 차근 차근 관측을 해 본다.
금성의 고도가 아직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 꽤 선명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늘에 떠있는 달과 동일한 월령의 모습. 푸른빛이 감도는 대기위로 언뜻언뜻 무늬가 느껴진다. 훌륭한 상이다.
이번엔 토성을 본다. 포르타에서는 진동이 심해 88배 이상은 관측을 포기했었다. T-MOUNT를 포르타 삼각대 위에 올렸지만 바람이 세게 불기전엔 진동을 느끼기 힘들다. 초점 조절시에도 굉장히 단단하게 잡아준다는 느낌이 든다. 고배율 초점 조절시에도 진동이 적어 손쉽게 초점조절이 가능했다.
현재 가지고있는 아이피스가 모두 뮤론210에 맞춰놓은 상태라 초점거리 618mm인 FLT98CF 경통으로 배율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파워메이트 2.5에 7mm 아이피스를 써서 220배를 얻을 수 있었다.
220배로 본 토성은 깔끔하게 떨어지는 고리. 칼같은 테두리의 토성을 보여주었고 남쪽의 줄무늬는 힘들이지 않고 확인이 가능했다. 물론 위성 2개도 깔끔하게 보인다. 220배 정도지만 크게 어두워지는 느낌없이 굉장히 날카로운 상을 보여주었다. 다음에 구입해볼 경통 후보는 TSA-102, SKY90 인데 나중에 성능을 제대로 비교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윌리엄옵틱의 FLT98CF 경통은 굉장히 인상적인 상을 보여주었다.
내가 안시를 하고 있는 동안 옆에서는 두놈이 연신 낑낑거리며 뭔가를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직초점으로 달을 찍어보는 중이었는데 1300mm인 막스도프 망원경인지라 건물의 자잘한 진동까지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내는 모양이다. 셔터를 빠르게 가져가지 않는한 진동으로 상이 흐려졌다. 그 진동을 해결하느라 연신 끙끙대고 있었던듯...
FLT98CF의 접안렌즈에 직접 카메라를 손으로 대고 찍은 사진이 그나마 더 잘 나와보였다.
안시로 본 달은 최고였다. 너무 눈이 부셔서 오래도록 볼 수는 없었지만 분화구에 드리운 그림자, 산맥의 세부와 그림자에서 도드라진 작은 분화구들... 마치 석고로 만들어놓은 표면을 보는듯 세부를 고배율에서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맑고 청명한 하늘덕에 새로운 굴절 망원경을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T-MOUNT는 정말 훌륭했다. 고배율에서도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부드럽게 미동이됐고 비록 삼각대의 강도가 떨어져 바람에 흔들리기는 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정말 잘 만들어진 기계라는 느낌을 갖게했고 실제 사용에서도 함께 관측한 친구들 마져 침을 흘릴정도로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
FLT98CF 경통도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전에 사용했던 굴절들과 비교해서 생각해봐도 더 좋은 상을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좋은 경통과 훌륭한 마운트. 이번 지름은 성공인듯 하다. 이제 3.5인치급 굴절 컬렉션에 몇개 남지 않은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