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문관련/촬영기

[관측기] 2010년 7월 28일 관측기

by 두루별 2010. 7. 29.

오전에 출근하면서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사이로 보이는 푸른빛이 예사롭지 않다. 굉장히 청명한 하늘...
기대를 해봐도 좋을듯 했다. 

오후되면서 구름이 듬성듬성 걷히기 시작한다. 저녁 식사 후 올려다본 하늘은 드디어 절반이 걷힌상태!!
그래! 청명도도 좋고 오늘 좀 볼 수 있겠다. 저녁 8시쯤 주섬주섬 장비를 챙겨서 회사 옥상으로 향한다. 
남, 서쪽은 구름이 꽉 찬상태. 북, 동쪽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장비를 설치해 놓고 경통이 냉각되기를 기다리면서 우선 북극성을 한 번 겨눠본다. 
FLT98CF 경통이 생각보다 더 괜찮은 상을 보여준다. 칼같이 점으로 떨어지는 북극성. 깔끔한 모습이다. 
토성을 고배율로 관측해보려 하는데 서쪽이 열리질 않고 되례 구름이 더 몰려온다... 

30분 정도 앉아있으려니 이제는 전 하늘이 구름이다. 이랜... -ㅅ-

습도도 많고 끕끕하지만 바람이 그나마 서늘하게 불어온다. 기왕 올라온거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기다리는 동안 서쪽이 안열릴 경우 달이 올라오기 전에 M4 구상성단을 한 번 봐야겠다 생각한다. 

Stellarium으로 Pentax XL28mm 아이피스 시야를 넣어 미리 확인해 본 결과 전갈자리의 안타레스를 시야 중앙에 넣으면 시야내에 M4가 함께 보여야 한다. 

안타레스와의 거리는 대략 1도 17분 정도 떨어져있는데 실시야가 2.94도니까 충분히 한 시야에 들어올거라 생각됐다.

하늘이 걷히기를 기다리면서 음료수를 하나 뽑아들고 이리저리 방황해 본다. 풀도 좀 뽑아보고, 땅도 좀 파보고...
그렇게 30여분을 더 기다리니 드디어 동쪽과 남쪽이 열리기 시작한다. 전갈자리 전체가 보일정도로 청명도도 좋다!! 토성은 서쪽이 열리지를 않으니 포기하고 전갈자리의 안타레스로 망원경을 겨눈다. 

어디보자... M4야 어딨니... 시야를 구석구석 훑어보지만 이 커다란 구상성단(크기가 보름달만 하다. 그래서 더 어둡다.)이 영 보이지를 않는다. 밝은 옥상에 광해에 노란색인 남쪽하늘에서 M4를 3.5인치 망원경으로 확인하는게 불가능한 일인가?? 혼자 곰곰히 생각해 본다. 

위 그림에서 안타레스 왼쪽으로 세개의 별이 대각선으로 줄지어 있는것이 보일것이다. 그 녀석들이 모두 8등성들인데 시야에 모두 확인이 된다. 그래서 M4도 확인은 가능할거라 생각했지만 쉽게 보이지를 않았다. 
그래.. 이렇게 된거 똑딱이 밖에없고 경위대뿐이지만 사진을 찍어서 확인해 보자. 

주섬주섬 Nikon coolpix4500을 아이피스에 달았다. LCD로 보이는 별은 "안타레스" 뿐이다. 경위대라 추적이 안되니 별은 궤적을 그리고 찍힐것이고 4초와 8초로 노출을 줘서 찍어 보기로 한다. 

그렇게 혼자 야밤에 아무도 없는 회사건물 옥상에서 경위대와 똑딱이 카메라로 메시에 대상을 촬영하게 된것이다. 으흐흐 어처구니 없는일이지만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이런... 안 보인다. 우선 노이즈가 너무 심하다. 별은 구분이 가는데 성운이나 성단은 힘들겠다... DSLR을 사야하나.. 확대 일주촬영이라는 남들이 안하는 새로운 시도를 한 번?? ㅋㅋ
그렇게 1시간여를 더 관측을 하자니 구름이 이제는 전 하늘을 덮는다. 집에 가라는 거군. 

그렇게 철수를 한 후에 컴퓨터로 찍어온 확대 일주촬영 이미지를 확인했다. 노이즈가 너무 심해서 마땅히 더 처리를 할 수는 없었지만 이미지를 반전시켜서 그레이칼라로 변경을 하니 별이 더 선명하게 확인이 된다. 
그리고... M4가 있어야 할 자리에 희미한.. 아주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찍혀있는 것이었따!!

각각 4초, 8초 노출을 준 사진이다. 사진의 질이 많이 형편없어서 처음엔 모니터에 붙은 먼지려니 했지만 이건 확실히 뭔가가 찍혀있는 것이었다. 

회사 직원들한테 보여주니 먼지네, 침묻었네, 직접 그렸네 등등.. 초치는 놈들은 싹 치워버리고 확실히 뭔가가 있다는 얘기를 한 애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M4가 찍혔다는 결론이다. 위치상으로도 정확히 그 위치거든. 

맨날 달하고 행성만 찍어봤지 사진으로 메시에는 처음 찍어본.. 그것도 똑딱이에 경위대로.. 그렇다고 성야사진이나 딥스카이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관측한 결과를 이렇게나마 기록 할 수 있다는게 굉장히 재밌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서울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메시에 대상을 한번 이딴식으로 사진에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