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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2월 16일] 눈 덮인 남한산성과 국립수목원 - 청도요

by 두루별 2024. 2. 17.

어제는 하루종일 눈이 펑펑 내리더니 하루 만에 날씨가 너무 좋다. 탐조하기 딱 좋은 날씨!!
오늘은 엊그제 다녀온 국립수목원을 다시 갈 생각. 멀리서 바라본 청도요를 다시 찾아볼 생각이었는데 『서울의새』 선생님들도 국립수목원을 가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냉큼 선생님들 틈에 껴서 함께 가기로 했다.

국립수목원을 가기 전에 오전에는 남한산성에 들러 들꿩도 찾아볼 계획. 그렇게 도착한 남한산성.

하얗게 변한 남한산성. 오는 길도 절경이었다.
나뭇가지에 눈이 쌓여서 세상 아름다웠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청설모(설치목 / 청설모과) 혼자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었다.
나무며 땅이며 모두 눈에 덮이는 바람에 새들도 먹이 활동을 안 하는지 숲속은 조용...
눈 덮인 관목 사이로 노랑턱멧새(참새목 / 멧새과, 텃새) 발견!
새는 몇 종 못 봤지만 눈은 호강했다.
눈 덮인 현절사를 끝으로 짧은 남한산성 탐조 끝.

전날 내린 눈으로 덮여 버린 남한산성은 들꿩은커녕 박새 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빠르게 탐조 마무리. 

주차장에서 말똥까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두 마리를 만남.
특유의 삐요오우우~ 하는 울음소리를 처음 들어봤다. 완전 소름!!

들꿩은 눈이 좀 녹으면 3월쯤 다시 찾아보기로 하고 빠르게 국립수목원으로 향했다. 선생님들과 새와 개구리에 대한 얘기를 하며 이동하니 금방 도착. 혼자 갈 땐 드럽게 멀더니만... 

선생님들도 몇 년 만에 방문하시는 거라고 한다. 입구 다리 주변의 하천이 많이 달라졌다고... 예전엔 입구 다리에서 청도요를 봤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나무 데크로 산책길도 만들어 놔서 인공 하천의 느낌이 난다.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

며칠 전엔 입구부터 작은 새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오늘은 조용... 개울가에 오리 몇 마리가 전부였다. 불길하다...
청도요가 있을만한 곳은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이동을 했지만 은신술이 뛰어난 녀석이라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며칠 전에 봤던 곳 근처까지 이동했을 때 선생님 한 분이 둠칫둠칫 거리고 있는 청도요를 발견!

청도요(도요목 / 도요과, 겨울철새)

거리가 꽤 됐지만 다행히 개울가로 내려가서 살짝 다가갈 수 있는 거리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이 녀석 우리가 지켜보자 긴장했는지 납작 엎드린다.

위협을 느꼈는지 거리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배를 붙이고 납작 엎드림. 꼼짝 않고 이렇게 엎드려 있으면 정말 찾기 힘들 거 같다. 자기들이 돌이랑 비슷한 걸 알고 있는 모양.

지나가던 수목원 선생님들도 청도요를 보여 드리니까 박수 치며 좋아함. 이분들은 매일 볼 수 있을 테니 부럽다...
그렇게 청도요를 떠나 개울가를 따라 계속 이동하던 중 다른 선생님이 '더 있는 거 아닐까?'라는 말씀과 함께 바로 다른 녀석을 또 발견!!

첫 번째 녀석보다 가까운 거리!!
이 녀석은 꼬리깃이 밝은 주황색이었다.

한 마리 보기도 힘들었는데 선생님들과 오니 벌써 두 마리째다. 거기다 거리도 가까워서 충분히 관찰하고 촬영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녀석은 우리가 보고 있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둠칫둠칫 거리며 먹이 사냥을 계속했다.

특유의 행동인 둠칫둠칫~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여러 가지 설이 있는 걸로 보아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청도요에게 물어볼 수도 없으니...

벌써 청도요를 두 마리나 봤지만 왠지 더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에 계속 개울을 보며 이동하다 부서진 시멘트 블록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청도요를 또 발견!! 헐... 세 마리째...

얘는 너무 가까워서 쌍안경도 필요 없었다. 그냥 맨눈으로 보면 되는 거리. 나랑 눈이 맞자 바로 웅크린다.

점점 더 가까운 거리에서 발견되는 청도요. 얘는 너무 가까워서 뒷걸음을 쳐야 했다.

너무 가까워서 한 화각에 들어오지 않는 거리. 눈동자도 선명하게 보였다. 발견할 때마다 더 가까워지는 거리. 너무 가까워서 불안했는지 웅크린 목을 쭈욱 빼고 다른 돌 옆으로 이동하는 청도요.

목이 없는 줄 알았더니 잔뜩 움츠리고 있었던 거...
목을 빼고 걸으니 일반 도요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미안하다... 난 목이 없는 줄 알았다...
조금 떨어진 돌이 마음에 드는지 도착하자 다시 움츠리는 청도요.

세 마리나 봤으니 이제 미련 없이 개울을 떠나 수목원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뿌듯함...

말똥가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노랑턱멧새(참새목 / 멧새과, 텃새)

「큰산개구리」 울음소리 가득한 화목원의 작은 연못을 보고 있는데 옆 개울가에서 몇 분이 뭔가를 촬영하고 있었다. 슬쩍 가보니까 올림픽공원에서 자주 뵙던 분도 계시길래 뭐 하세요? 하니까 청도요를 보고 계시다고... 네 마리째다...

네번째 청도요. 얘는 개울 건너편에 있었다.
둠칫 거리며 열심히 사냥중.

이제 청도요는 정말 끝. 그만 찾아봐도 되겠다. 이 개울에 있는 청도요는 다 본 거 같다. 당분간 청도요 안 봐도 될 듯...

화목원의 작은 연못엔 큰산개구리(무미목 / 개구리과)들로 바글바글했다. 낮부터 울어대서 엄청 소란 스러움.
연못에 왜가리(황새목 / 백로과, 텃새)가 날아오자 갑자기 조용해짐.
산림박물관 앞 나무에 있는 빛 바랜 크낙새 모형.

박물관 앞 나무에 매달려 있는 크낙새 모형. 실제 크기라고 하던데 실제로 보면 꽤 크다. 멸종이 아니라 어디서 잘 살고 있었으면 진심 좋겠음... 까막딱따구리라도 얼른 보고 싶은데 봄에 다시 도전해 봐야 할 듯...

개구리를 사냥한 대백로(황새목 / 백로과, 겨울철새)
작은 둥지가 땅에 떨어져 있길래 슬쩍 나무 위에 올려 놓고 찰칵.
낮게 날아가던 말똥가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이렇게 국립수목원 탐조 끝. 다양한 새를 볼 수는 없었지만 청도요를 네 마리나 본 엄청난 하루였다. 국립수목원은 시기를 잘 맞춰 오면 귀한 새들을 볼 수 있으니 이젠 철마다 와야겠다. 오늘 함께해 주신 『서울의새』 선생님들께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