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새 선생님들과 서산과 화성호로 도요물떼새를 보러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화성호 주변을 돌아보고 오후 5시에 만조인 매향리 갯벌에서 도요새를 볼 예정이었는데, 그걸 굳이 서산 갯벌이 훨씬 넓고 도요도 더 많은데 쥐콩만한 매향리에서 왜 보냐고 내가 조동아리를 잘못 놀리는 바람에 서산행으로 결정.
만조는 오후 5시라 그전에 근처에서 탐조를 하기로 했는데 도착한 곳은 '검은여'라는 곳이었다. 의상대사와 선묘 낭자의 설화가 있는 곳이라는데 설화 같은 건 관심 없고 검은 돌이 신기하긴 했다.
검은여 건너편의 무논이 탐조 포인트. 무논 사이에 20여 미터 정도의 넓은 수로가 있었는데, 문제는 무논에 있는 대상들의 거리가 최소 50m에서 300m에 이르기 때문에 작은 새들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거. 촬영은 그냥 확인용이고 필드스코프로 관찰을 해야 하는 거리였다. 대상을 새끼손톱보다 작게 보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촬영이 안 되는 거리는 흥미가 뚝...
다들 신나 하는데 나만 흥미가 뚝 떨어지니 뻘쭘해졌다. 어슬렁 거리다 그래도 최대한 가까이 온 녀석들을 담아 봤는데 꼬마물떼새, 알락도요 등도 확인이 될 정도로 촬영이 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검은여 탐조가 너무 일찍 끝나서 천수만을 돌아보기로 했다. 기왕 온 거 황새 새끼들도 볼 계획.
황새 둥지엔 부화한 새끼 세 마리가 어미와 함께 있었다. 세 마리라니... 진정 잘 컸으면 좋겠다...
천수만은 지난달에 왔을 땐 흑두루미 수천 마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새가 없었다. 아무것도...
이제 도요새를 보러 아산만 방조제 갯벌로 이동했는데 결론적으로 아산만 갯벌엔 도요가 한 마리도 없었다는 거...
작년 5월에 방문했을 땐 아래 사진처럼 수 km에 달하는 갯벌에 도요가 바글바글했었는데...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아산만 갯벌엔... 혹부리오리만 바글바글... 이렇게 많은 혹부리오리를 한 번에 보는 건 처음이다.
그냥 매향리 갈걸... 괜히 도요지옥이니 뭐니 떠들어 대는 바람에 망했다. 긴급회의... 도요가 없는데 회의는 무슨... 그냥 매향리 갯벌로 달려가기로 했다. 아직 만조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으니 가능성이 있다. 달려라 달려...
많은 종류가 있지는 않았지만 붉은어깨도요도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라도 감지덕지... 역시 입은 함부로 놀리는 게 아니다.
이제 갯벌 탐조는 접고 화성호로 이동. 어떤 녀석들이 있는지 둘러봤다.
이렇게 오랜 시간 운전한 탐조 여행이 끝이 났다. 개피곤...
이번 탐조 여행은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과연 내가 새를 좋아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일단 별처럼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 아닌 건 확실하다. 결국 새를 촬영하는 게 좋았던 거다. (별은 반대. 보는 게 더 좋음) 그러니 촬영 거리를 벗어난 대상은 아예 관심이 제로다. 관찰도 좋지만 그것도 거리가 확보될 때의 이야기. 나에겐 대상의 스토리가 필요했던 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