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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4월 10일] 서산, 화성호 탐조

by 두루별 2024. 4. 15.

서울의새 선생님들과 서산과 화성호로 도요물떼새를 보러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화성호 주변을 돌아보고 오후 5시에 만조인 매향리 갯벌에서 도요새를 볼 예정이었는데, 그걸 굳이 서산 갯벌이 훨씬 넓고 도요도 더 많은데 쥐콩만한 매향리에서 왜 보냐고 내가 조동아리를 잘못 놀리는 바람에 서산행으로 결정.

만조는 오후 5시라 그전에 근처에서 탐조를 하기로 했는데 도착한 곳은 '검은여'라는 곳이었다. 의상대사와 선묘 낭자의 설화가 있는 곳이라는데 설화 같은 건 관심 없고 검은 돌이 신기하긴 했다.

초망원으로 풍경을 찍는 위엄...

검은여 건너편의 무논이 탐조 포인트. 무논 사이에 20여 미터 정도의 넓은 수로가 있었는데, 문제는 무논에 있는 대상들의 거리가 최소 50m에서 300m에 이르기 때문에 작은 새들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거. 촬영은 그냥 확인용이고 필드스코프로 관찰을 해야 하는 거리였다. 대상을 새끼손톱보다 작게 보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촬영이 안 되는 거리는 흥미가 뚝...

다들 신나 하는데 나만 흥미가 뚝 떨어지니 뻘쭘해졌다. 어슬렁 거리다 그래도 최대한 가까이 온 녀석들을 담아 봤는데 꼬마물떼새, 알락도요 등도 확인이 될 정도로 촬영이 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수로에 있던 발구지(기러기목 / 오리과, 나그새)
알락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청다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가운데 작은 녀석)
쇠백로(황새목 / 백로과, 겨울철새)
알락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여름철새)
꼬마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여름철새)
꺅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알주머니 같은 걸 달고 다니던 별늑대거미(거미목 / 늑대거미과)
노랑부리저어새(황새목 / 저어새과, 겨울철새)
꼬마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여름철새)
참매(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어디론가 떠나가는 발구지들...
제비(참새목 / 제비과, 여름철새)
밭종다리(참새목 / 할미새과, 겨울철새)
땅이랑 색이 비슷해서 내려 앉으면 찾기 힘듬

검은여 탐조가 너무 일찍 끝나서 천수만을 돌아보기로 했다. 기왕 온 거 황새 새끼들도 볼 계획.

넓적부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무당벌레(딱정벌레목 / 무당벌레과)
칠성무당벌레(딱정벌레목 / 무당벌레과)
황새둥지엔 황새 한 마리가 있었다.
엇! 새끼 한 마리 추가!
헐!! 두 마리가 더 있었다. 새끼 총 세마리!

황새 둥지엔 부화한 새끼 세 마리가 어미와 함께 있었다. 세 마리라니... 진정 잘 컸으면 좋겠다...
천수만은 지난달에 왔을 땐 흑두루미 수천 마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새가 없었다. 아무것도...

이제 도요새를 보러 아산만 방조제 갯벌로 이동했는데 결론적으로 아산만 갯벌엔 도요가 한 마리도 없었다는 거... 
작년 5월에 방문했을 땐 아래 사진처럼 수 km에 달하는 갯벌에 도요가 바글바글했었는데...

물이 좀 빠져서 거리가 멀어졌을 뿐 처음엔 5m도 안 떨어진 곳에서 도요새를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까지 전부 도요였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아산만 갯벌엔... 혹부리오리만 바글바글... 이렇게 많은 혹부리오리를 한 번에 보는 건 처음이다.

혹부리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그냥 매향리 갈걸... 괜히 도요지옥이니 뭐니 떠들어 대는 바람에 망했다. 긴급회의... 도요가 없는데 회의는 무슨... 그냥 매향리 갯벌로 달려가기로 했다. 아직 만조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으니 가능성이 있다. 달려라 달려...

지난 번 떼까치 떼를 만난 곳에서 찌르레기(참새목 / 찌르레기과, 여름철새)도 만남
다행히 매향리 갯벌엔 도요가 있었다.
서산에서 봤던 도요떼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오늘은 이정도가 최선이다...
개꿩(도요목 / 물떼새과, 나그네새)
알락꼬리마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마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괭이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텃새)의 울음소리는 정말 고양이 소리 같았다.
붉은어깨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많은 종류가 있지는 않았지만 붉은어깨도요도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라도 감지덕지... 역시 입은 함부로 놀리는 게 아니다.
이제 갯벌 탐조는 접고 화성호로 이동. 어떤 녀석들이 있는지 둘러봤다.

오리 짬뽕. 온갖 종류가 뒤섞여 있었다.
저어새(황새목 / 저어새과, 여름철새)
갯벌에서 날아 오른 도요들...
음... 아까 못 본 녀석들인데... 큰뒷부리도요로 보이는 녀석들이다.
어디서 날아 오는지 점점 많아지는 녀석들
해지는 서해 하늘에서 도요 군무를 볼 줄이야...
검은머리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겨울철새)
이젠 머리가 완전히 새카매졌음
큰뒷부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청다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저어새(황새목 / 저어새과, 여름철새)
가락지를 하고 있는 녀석들도 여럿 있었다.
노랑쐐기나방(나비목 / 쐐기나방과) 알집
왕사마귀(사마귀목 / 사마귀과) 알집
붉은어깨도요 무리
해가 지기 시작해서 너무 어둡게 나왔지만 많은 수의 붉은어깨도요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운전한 탐조 여행이 끝이 났다. 개피곤...

이번 탐조 여행은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과연 내가 새를 좋아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일단 별처럼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 아닌 건 확실하다. 결국 새를 촬영하는 게 좋았던 거다. (별은 반대. 보는 게 더 좋음) 그러니 촬영 거리를 벗어난 대상은 아예 관심이 제로다. 관찰도 좋지만 그것도 거리가 확보될 때의 이야기. 나에겐 대상의 스토리가 필요했던 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