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오전만 비 온다는 기상청 예보를 믿고 철원으로 향했다가 엄청난 폭우를 만났다. 예보는 하루 종일 비로 바뀌어 있는 상황... 결국 포천에서 점심만 먹고 차를 돌려야 했다.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어제 기상청에 당한 게 억울해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일요일에 멀리 가기는 좀 부담스럽지만 아내도 흔쾌히 따라나서는 바람에 신나게 철원으로 달렸다. 근데 일요일이 서울 빠져나가기 훨씬 수월함...
오늘도 화강 주변을 돌아볼 계획인데, 탐조하기 좋은 곳을 찾는 게 목표다. 화강 주변이 생각보다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이동하기는 수월했지만 꽤 넓은 지역이라 몇 번 더 와봐야 알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화강 주변은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서 굳이 탐조를 하지 않아도 좋은 곳이다.
작은 동산이 있어서 올라가 봤는데 새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벌초를 하고 내려오는 주민분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나한테 새 좀 있냐고 오히려 물어보심... 길은 정상까지 갈 수 있으니 올라가 보라고 하셨는데 포장로가 끝나고 나온 흙길은 풀이 그대로라 살짝 들어가기가 겁나서 돌아 내려왔다. 전방이라 지뢰 조심...
오늘은 하천에서 낚시를 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천렵(川獵)을 즐기는 분들도 많아서 물새가 보이질 않았다. 검은댕기해오라기나 흰뺨검둥오리는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아쉽...
하천 쪽엔 사람들이 많아서 작은 개천이 있는 논 쪽으로 가보려는데 작은 댐 수문에 물총새가 똭!
날아간 물총새를 따라 논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뜸뜸뜸뜸~ 하는 뜸부기 소리가 들렸다!
물총새는 바로 잊어버리고 조심조심 논을 훑어보기 시작... 소리 나는 쪽을 봐도 보이질 않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논두렁을 건너 건너편으로 이동했는데 그렇게 울던 녀석이 나를 봤는지 이젠 아무 소리도 안 냈다. 하여간 예민한 녀석...
거리가 멀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얼굴은 제대로 본 뜸부기. 철원에도 있었구나. 하긴 이 좋은 환경에 없으면 이상하지... 공릉천에 비하면 훨씬 좋은 자연환경인데 뜸부기가 좋은 곳을 고른 거 같다.
벌써 5시가 넘었다. 늦게 오는 바람에 별로 돌아보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후딱 지나감.
강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에서 잠수한 민물가마우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둑에 기다란 줄이 하나 걸려 있었다.
탐조를 끝내고 차에서 혼자 과자도 먹고 잘 놀고 있던 아내와 와수리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아직 와수리가 익숙하지 않아 어디서 식사를 해야 할지 몰라서 익숙한 철원 동송으로 이동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왔는데 벌써 또 가고 싶다. 와수리에서 탐조도 하고 싶지만 경치만 바라봐도 좋은 곳... 아내랑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여기 살고 싶다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