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에 남이섬으로 향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남이섬을 가다니...
사실 일찍 갈 필요가 없다. 해가 진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데 그 일을 보러 가는 중이기 때문.
일단 남이섬에 들어왔는데 아직 해가 지려면 2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온 김에 솔부엉이와 파랑새가 육추 하는 곳에 가 보려고 했는데 파랑새는 오늘 오전에 다 이소 했다고 먼저 와 계시던 분들이 알려주셨다. 그럼 솔부엉이라도 잠깐...
솔부엉이 둥지가 세 군데였는데 한 곳은 얼마 전에 이소 했다고 한다. 오늘 들른 둥지들도 곧 이소 할 거 같은데 남이섬을 또 와야 하나 고민 중...
간단히 남이섬을 둘러보고 [큰소쩍새]들이 자고 있는 나무로 왔다. (그러고 보니 올빼미를 안 보고 왔네...)
나무 위에는 [큰소쩍새] 삼 형제가 쿨쿨 자고 있었는데, 해가 지면 야행성인 이 녀석들이 슬금슬금 활동을 시작할 거다. 오늘 온 이유가 바로 해진 후 활동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오후 늦게 온 거)
이제 [큰소쩍새] 나무 밑에 자리 잡고 해가 지기를 기다리면 되는데, 해가 지기 전에 내려와 주면 해피하겠지만 늦게 내려오면 촬영이 쉽지 않을 거 같다. 언제 내려 올진 알 수가 없으니 일단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음...
저녁 7시가 넘은 시각. 해는 벌써 산 뒤로 넘어갔는데 이 녀석들은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점점 어두워지는 게 눈으로도 보일 정도. 7시가 한참 지나서 갑자기 나타난 청설모가 [큰소쩍새]들을 쫓아내는 바람에 움직이기 시작한 녀석들.
이 녀석들이 늦게 내려오는 바람에 30분도 못 보고 너무 어두워져서 철수해야 했다. 청설모 아니었음 보지도 못했을 듯.
선착장엔 외국인 몇 명이 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을 뿐 썰렁했다. 저녁 8시 반에 배를 타고 남이섬 탈출.
오후 늦게 들어와서 거의 마지막 배를 타고 나왔지만, 언제 떠날지 모를 [큰소쩍새]들의 활동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서 대만족.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그땐 2배 텔레컨버터 빼고 F2.8로 촬영해야겠다. 너무 어두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