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7월 24일] 서울식물원 - 해오라기 등

by 두루별 2024. 8. 5.

얼마 전까지 [서울식물원]은 개개비의 육추로 떠들썩했었다. 그때 방문했어야 했지만 개개비 보러 이 먼 곳을 오기는 싫어서 꼼지락 거리다 시기를 놓쳤다. (그래놓고 이천까지 개개비를 보러 다녀왔었음...)

[서울식물원]은 집에서 은근히 먼 곳이라 가볼 생각을 안 했는데, 갑자기 갈 만한 곳이 없어지는 바람에 마지못해 다녀오게 됐다. 시작부터 기대감 제로. 전철 타고 궁둥이가 뻐근해질 즈음 [서울식물원]에 도착.

입구 안내센터 앞에 있는 곰돌이 조형물

도착해서 지도를 살펴보니까 생각보다 규모가 좀 되는 곳이었는데, 조성한 지 얼마 안 됐는지 나무가 많이 어렸다. 그 바람에 그늘이 없음... 날씨도 어찌나 더운지 머리가 뜨끈뜨끈... 편의점이나 자판기 등 편의시설 제로. 휴지통 제로. 음수대도 제로... (다녀 볼수록 올림픽공원만 한 곳은 정말 없는 거 같다...)

느낌은 [서울숲]이랑 쌍둥이. 편의시설 없는 것도 쌍둥이. [서울숲]처럼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원이라 전부 평지다. 걷기는 편하지만 자연의 느낌은 없었다. 볼수록 마음에 드는 구석은 하나도 없었지만 멀리 왔으니 일단 둘러보기로...

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갈대 사이로 개개비가 날아 다녔지만 버드콜을 하지 않으면 보기 힘들 듯...
넓기만 한 호수는 중간에 구조물이 없어서 새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오리들은 물가 주변 수풀에 모여 있었는데 산책로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마음 편히 쉴만한 곳이 없어 보였다.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가새쑥부쟁이(국화목 / 국화과)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호수공원은 볼 게 없었다. 호수 주변의 물풀도 볼 게 없었고 벌레도 눈에 띄지 않았다. 정원식으로 조성된 곳이라 새들이 먹을 만한 씨앗과 열매를 제공할 나무도 마땅치 않아서 봄, 가을에 나그네새를 만나기도 어려워 보이는 곳이었다.

볼 게 없어서 [서울식물원]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입장료가 있었는데, 이 더운 날 온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고 가장 큰 문제는 장비가 조류 촬영 전용. 식물원은 어떤지 좀 찾아본 후에 괜찮으면 다시 방문하는 걸로 마무리.

서둘러 습지원으로 향했다. 습지원이 오늘의 희망이다... 

민물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민물가마우지도 더운지 입을 벌리고 헐떡이고 있었는데, 이렇게 뜨거운 날 이런 벌판에 모자도 없이 온 나도 익어감...

앗! 해오라기?
나랑 눈이 마주치자 마자 바로 날아 오름.
건너편으로 슝~
해오라기(황새목 / 백로과) 유조
백운산원추리(백합목 / 백합과)
인상 좀 더러운 녀석이 보였다.
머스코비오리(기러기목 / 오리과)가 왜 여기에...
쇠백로(황새목 / 백로과)

그나마 습지원에는 볼만한 새들이 있었는데, 물새들이 살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호수공원 쪽은 너무 인공적이고 조경을 위한 식물만 심어놔서 새들이 살만한 환경이 아니었는데, 습지원은 갈대도 많고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위치여서 물새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였다. 

논병아리(논병아리목 / 논병아리과)
논병아리 유조
엄마를 졸졸 따라다님...
쇠물닭(두루미목 / 뜸부기과)
참새(참새목 / 참새과)
간버섯(구멍장이버섯목 / 구멍장이버섯과)
어디가 아픈지 뼈만 남은 고양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까치
왜가리(황새목 / 백로과)
방아깨비(메뚜기목 / 메뚜기과)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중대백로(황새목 / 백로과)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개개비 육추가 아니면 거길 왜 가냐던 선지자의 말이 떠 올랐다. 역시 선지자의 말은 귀담아 들어야 했다. 이미 땀범벅에 수분 부족으로 입술은 갈라지기 시작. 빠르게 포기하고 철수했다. 자판기만 있었어도 더 있는 건데...

[서울식물원]에 와서 제일 인상 깊었던 도시형 스마트팜. 직접 쌈채소를 재배하고 포장해서 판매하는 걸 보고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했다. [서울식물원]은 특별한 새가 발견됐다고 하기 전에는 일부러 올필요 없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