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린 이후 몸상태가 말이 아니다. 온몸이 쑤시고 난리도 아님. 한 주를 조용히 쉬었는데도 나아지기는 커녕 무기력해 지는 거 같아 광복절 오후에 장비를 챙겨 새호리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한 분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늘에서 쉬고 계셨는데 오랜만에 뵙는 분이었다. 오전 11시에 왔는데 새호리기들이 앉아서 쉬는 모습만 보셨다고... (아이고 이 더위에 고생하셨겠...)
새호리기 유조들도 더운지 그늘에 앉아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는데...
원래는 4형제였는데 제일 발육이 좋던 녀석 하나가 지난주에 혼자 비행 연습한다고 날아다니다 건물에 충돌... 바닥에 떨어진 걸 촬영하던 분들이 야생동물보호센터에 연락해서 이송됐다고... 그래서 지금은 3형제만 남아있다.
어미는 같은 나무에 있지 않고 좀 떨어진 나무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일단 선선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새호리기 둥지 주변에서 박새 유조들과 붉은머리오목눈이 유조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겁 없는 놈들...
다른 곳의 새호리기들은 이제 공중급식도 자주 하는 모양인데, 여긴 아직 어려서 물어다 주는 먹이만 먹는 모양이었다. 먼저 와 계셨던 분의 얘기를 들어 보니 오전엔 여러분 계셨는데 움직임이 없자 오후 되면서 모두 떠나셨다고 한다.
그늘에 앉아서 한 시간이나 기다렸을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며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 이때 유조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이예!!!~~
얼마나 기다렸을까...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나무 사이에서 새호리기가 다시 튀어나왔다!
기대했던 대로 날이 선선해지자 바로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 새들. 황조롱이처럼 새호리기도 잠자리가 주식인 모양이다.
미립자 팁 : 새호리기 성조와 유조는 어떻게 구분을 할까? 가슴의 깃털 색과 눈과 부리 주변의 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성조는 가슴 깃털이 흰색 바탕에 얇고 진한 검은색 세로줄무늬를 하고 있고, 눈과 부리 주변은 노란색이다. 반면에 유조는 약간 붉은빛이 도는 바탕에 흐리고 두꺼운 세로줄무늬를 하고 있고 눈과 부리 주변은 푸른색이다. 추가로 다리가 붉은 깃털이면 성조임. 참 쉽쥬?
오후 늦게 더위가 살짝 꺾이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사냥을 시작하는 새호리기.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한 시간 기다린 것도 힘든 몸상태라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왔다.
가 볼 곳은 많은데 몸상태가 엉망이라 꼼짝도 못 하고 있어서 답답함. 이번 주말엔 무리를 해서라도 아내와 함께 어디라도 좀 다녀와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