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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9월 18일] 유부도 여행 - 넓적부리도요, 붉은갯도요 등

by 두루별 2024. 9. 24.

추석 연휴 마지막날.
다들 귀경길에 올랐을 시각 아내와 나는 도요 성지인 유부도를 가기 위해 군산으로 달렸다.
(반대 차선은 꽉 막히는데 우리 차선은 뻥 뚫려서 너무 좋음.)

어머! 이건 뭐람??

중간에 들른 정안 슬라임 휴게소에서 득템을 시도했지만 아내의 철벽 수비로 득템 실패...

휴게소에서 만난 알락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이때 이상함을 감지했어야 했는데... 
카메라의 설정이 APS-C 모드로 되어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바람에 이날 촬영은 죄다 크롭 모드로 촬영됨...

뱃시간은 오후라 오전에는 군산 주변을 돌아볼 생각으로 유명한 수라 갯벌에 먼저 들렀는데,

깨끗했다. 오리 몇 마리 말고는 아예 새가 없음.
아무리 둘러봐도 새가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수라 갯벌에서 시간을 보내다 배를 탈 생각이었는데 수라 갯벌이 망하니까 할 게 없어짐. 
할 수 없이 군산의 유명한 600살 먹은 팽나무를 보러 갔다. (사실 팽나무 종추가 목적)

팽나무(쐐기풀목 / 팽나무과)

차 한 대가 간신히 다닐 정도의 좁은 시골 도로를 따라 팽나무를 구경하고 잠깐 주변을 둘러봤다.

불쌍한 팥중이가 왕사마귀에게 산채로 잡아 먹히고 있었음... 머리 반쪽이 없...
호기심 많은 제비가 나를 계속 바라봤다.

다양한 새소리가 들렸지만 바로 옆이 군산 공항이라 전투기 이륙 소리에 묻혀 찾는 건 불가.
할 게 없어서 군산항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일찍 선착장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유부도 배 타는 곳이라고 안내 되어 있음.
안내를 따라 가면 막다른 길인데 우측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다 부서진 선착장이 하나 나오는데 여기서 유부도 가는 배를 탐.
이 배가 우리가 탈 배. 아내는 안전장구가 없다는 사실에 경악함.
물 무서워 하는 아내와 나는 꼭 붙어서 벌벌 떨었다... (물이 마구 튐)
3분 탔나? 바로 유부도 도착.
운 좋게 경운기 얻어타고 도착한 유부도 철새 해안
아직 물이 들어 오지 않아 새들이 멀리 있었다
풍경이 너무 좋았던 유부도...

하지만 이날 엄청난 인파가 몰렸는데, 연휴인 데다 물때가 좋아서 그랬던 듯.
다행히 일찍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으니 망정이지 자칫 2열에 서서 관찰할 뻔...
예전에 자주 뵙던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서울의새' 선생님들도 오셔서 오랜만에 같이 도요를 관찰했다.

서서히 물이 차오르고 드디어 도요들이 가까이 오기 시작!

유부도 첫 손님은 세가락도요(도요목 / 도요과)
흰물떼새가 떼로 날아 다녔다
얘는 좀도요
왕눈물떼새로 착각했는데 알고보니 검은가슴물떼새였다.
등의 황금색이 선명함
온갖 도요가 섞여서 날아 다니기 시작하니까 정신이 없었다.
개꿩들은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모두 날아가 버림
많은 수가 좁은 해안에 내려 앉았는데 방해하는 녀석이 나타남
새호리기(매목 / 매과)가 도요 하나를 열심히 쫓았지만 사냥 실패
그 바람에 도요들이 모두 날아올랐다.
다리 다친 흰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잘 살아야 할 텐데...
큰왕눈인 줄 알고 잠깐 설렜던 왕눈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좀도요들과 있으니까 엄청 커보이는 세가락도요
두 배는 커 보인다
송곳부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매향리에선 한 마리 보기도 힘들었는데 유부도엔 많은 개체수가 있었다.
붉은갯도요(도요목 / 도요과)

부리 모양이나 크기가 비슷해서 민물도요로 착각할 뻔한 붉은갯도요. 다행히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는데, 매형이 나타나는 바람에 날아간 다음 다신 보지 못했다. 잠깐이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

붉은어깨도요(도요목 / 도요과)도 여러 마리를 볼 수 있었다.
흰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앗! 검은가슴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다!
혼자 황금색이라 눈에 확 뜀
쪼꼬미들하고 섞여 있어도 숨을 수가 없다. 존재감 최고.
은근슬쩍 앉아서 쉬고 있던 붉은어깨도요
넓적부리도요를 찾으려고 좀도요들을 계속 훑어 보는 중...

오늘 목표종은 넓적부리도요. 이곳저곳에서 목격담이 들렸다. 하지만 너무 많은 도요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어서 찾기가 아주 힘들었는데, 또 다른 목표종인 큰왕눈물떼새도 찾으려고 정신없이 둘러봤지만 보이는 건 왕눈물떼새뿐...

순간 앗! 했던 왕눈물떼새
민물도요(도요목 / 도요과)
좀 살펴볼만 하면 날아올라서 리셋...
얘는 꿋꿋이 자리를 지켜줬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도요들 사이에서 넓적부리도요를 찾아야 한다.
음... 송곳부리도요구나...
여기도 송곳부리도요... 순간 넓부도로 보임...
멀리 해안에는 알락꼬리마도요 무리 사이로 매형 등장!
아주 시원하게 도요를 모두 날려 버리심...
오늘의 빌런 매(매목 / 매과)
의연한 알락꼬리마도요들
너도 왕눈이...
너도... 큰왕눈이는 안 보임...
송곳부리가 꽤 많이 있었다
얘는 민물도요...
붉은어깨도요가 다른 도요들 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이때 필드스코프로 나를 향해 정면으로 걸어오는 넓부도(넓적부리도요) 발견!!
우왓! 선명한 다이아몬드 부리. 이제 촬영만 하면...

어디 간겨??
이 와중에 또 날아 오름...

아까비... 필드스코프로는 정말 선명하게 봤는데 촬영은 실패...
그나마도 못 본 분들이 많았지만 촬영을 해야만 종추로 치는 나는 종추 실패다...
다들 날아올랐으니 또 리셋...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함. 매형 너무 하네...

정말 거대해 보이는 알락꼬리마도요(도요목 / 도요과)
음... 민물도요고...
얘도 민물도요...

얼마나 많은 도요를 본 걸까?
이제 눈이 슬슬 빠져나오려는데 부리가 희한한 녀석이 걸어가는 걸 발견!

오옷!! 넓적부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발견!!

필드스코프로 발견하고 후다닥 촬영했는데 촬영도 성공!
한 장 촬영하고 매형 때문에 또 날아오르는 바람에 정면은 촬영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촬영 성공이다! 유후!!

이제 편한 마음으로 물떼새들을 관찰하기 시작
매형 다시 등장
좀 한 번에 성공해서 오지 말지 계속 날아옴...
이렇게 좁은 지역에서,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많은 도요를 보기는 처음이다.
비록 큰왕눈이 찾기는 실패했지만...
수 많은 도요와 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물이 슬슬 빠지기 시작하는데 뒤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아내가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가자고 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급하게 주변에 인사를 하고 후다닥 장비를 챙겨 배 타고 나왔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같이 온 다른 분들이 가시는 걸 보고 배 못 탈까 봐 그랬다고... 섬에 버려질까 봐 무서웠다고...

그 바람에 좀 일찍 철수하게 됐지만 수많은 도요를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뭔가 꿈을 꾼 거 같은...

빠질 수 없는 휴게소 라면

올라오는 길도 막히지 않아서 금방 서울에 도착. 아내는 배 타는 게 무서워서 다신 안 간다는데 나는 벌써 또 가고 싶다. 끝.

총 31종 관찰(식물 7종, 조류 17종, 거미 2, 곤충 5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