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누가 나한테 물었다. 요즘도 탐조하냐고.
그래서 나는 탐조 안 한다고 했다. 그냥 사진 찍으러 다닌다고...
탐조한다면 뭔가 그럴 듯 한 걸 하는 거고 사진 찍는다면 진사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탐조하면서 사진 찍는 건 그럼 뭐지? 사진 찍으면서 탐조하는 건? 애매해서 나누기도 힘든 걸 굳이 나눠서 편 가르기 할 필요가 있나?
나는 탐조인도 싫고 진사도 싫다.
어느 쪽이든 남에게 피해 주는 사람들 말이다. (탐조인은 피해를 안 준다는 망상은 좀 버리자...)
타인을 배려하고 질서를 잘 지킨다면 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냥 자연을 촬영하는 게 좋을 뿐이니까.
탐조인은 선하고 진사는 악하다는 이분법을 버리자. 겪어 보니 그놈이 그놈이더라는...
할 얘기는 정말 많지만 여기서 그만...
날씨도 좋은데 집에만 있기 싫어서 오후에 올림픽공원을 잠깐 다녀왔다.
예전엔 몇 시간씩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모든 새를 다 찾아낼 것처럼 다녔는데, 요즘은 어떤 새가 있든 전혀 관심 없다. 고맙게도 내 앞에 나타나 준다면 새, 식물, 곤충, 동물 어떤 대상이든 감사할 뿐...
오랜만에 진박새를 만났다. 이렇게 따뜻한 11월이지만 얘들은 산에서 내려왔구나...
건빵을 주면 냅다 낙엽 사이에 숨기는 까치 녀석.
감 먹느라 정신이 없는 물까치들... 까치, 직박구리도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이다.
관목 안에서 뭔가 소란스러웠다. 들여다보니 되새 무리가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개똥지빠귀.
흰배지빠귀가 먼저 오고 곧 올 줄 알았는데 좀 늦게 보였다. 이제 노랑지빠귀만 오면 되는 건가?
감나무는 직박구리와 물까치 그리고 까치의 치열한 삼파전. 잔뜩 눈치를 보며 대륙이도 자리를 넘본다. 이때 감나무를 평정하러 털이 복슬복슬한 친구가 감나무로 점프~
감나무로 점프해서 거꾸로 감을 먹고 있던 청설모. qnfkf이 있는 걸로 봐서 수컷일 듯...
오늘도 공원에서 만난 지인 때문에 잠깐만 돌아보고 마무리.
11월인데도 한낮에는 땀이 날 정도로 덥지만 하나둘씩 겨울 철새들이 보이는 걸 보면 곧 겨울인 모양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