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따뜻해졌다. 산이 푸릇푸릇해지고 있으니 봄이 오긴 온 듯.
그동안 사용하던 시그마 200-600mm 렌즈를 방출하고 소니 200-600mm 렌즈로 기변 했다. 바꾸는 김에 카메라도 고화소 카메라인 A7R5로 바꿔버렸다. 원거리의 새를 촬영하는 게 목적인데 촬영된 새가 작을 때 크롭하게 되면 아무래도 고화소 카메라가 유리할 거 같아서 아내에게 당당히 바꾼다고 큰소리치고 눈치 보며 바꿈.
시그마 렌즈는 아주 선명하고 좋았지만 캐논 카메라에도 사용할 생각으로 캐논용으로 구매를 하는 바람에 어댑터를 이용해서 소니 카메라에 연결해서 사용 중이었다. 대부분의 경우는 문제가 없었는데 날아가는 새를 촬영하려면 영 초점을 잡지를 못한다.
렌즈 문제인지 카메라 문제인지 확신을 할 수 없었는데, 소니 렌즈로 기변하고 테스트해 보니 기가 막히게 초점을 잘 잡는다. 렌즈 호환 문제인 듯. 시그마에서는 시그마 어댑터를 사용하면 소니 카메라에서 사용해도 초점에 문제없다고 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초점에 문제가 많았다... 캐논용을 소니에 사용한 내가 잘못이지 뭐...
기변도 했겠다 이제 날아다니는 새도 마구 찍어줄 수 있으니 신이 나서 새 장비를 챙겨서 또 철원으로 떠났다.
두루미를 찾아다녔는데 다들 떠났는지 자주 보이던 곳에 가도 썰렁하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드디어 발견!
두루미는 언제 봐도 다른 세상에서 뚝 떨어진 생명체 같다. 이런 생명체가 같은 세상에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
마누라 보다 큰 키에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다니지만 겁은 얼마나 많은지 계속 주위를 경계한다. 그래서 진짜 가깝게 가봐야 50m 정도 되는 거 같다. 대부분은 수백 미터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논에서 열심히 부리로 땅을 파헤치면서 뭔가를 찾아서 먹고 있는데 도대체 뭐를 먹는 건지 너무 궁금함.
뭔지는 모르지만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돌아가려면 열량이 많이 필요할 테니까...
이제는 거의 다 돌아가고 몇 마리밖에 안 남은 두루미들. 먼 길 잘 다녀와라~
두루미를 보고 돌아서는 그때 건너편 산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무리 발견!!
이제는 날아가는 녀석들도 촬영이 가능해짐. 움흐흐흐... 초점을 얼마나 잘 잡는지 기특하다!
주둥이를 보니 이 녀석들의 정체는 '쇠기러기'인듯하다. 주둥이가 이렇게 다 다르다니...
신나서 몽땅 날아다니는 애들만 찍어댐. 앉아 있는 애들은 이날은 관심 밖이었다.
항상 들르는 저수지에 가보니까 이제는 얼음이 모두 녹아버렸다. 그 바람에 새들을 가까이서 보기는 힘들어졌지만 물에 착륙하는 녀석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큰부리큰기러기로 보이는 녀석들이 떼로 날아다녔는데, 물에 내려앉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장면을 눈으로 보다니...
여전히 물음표 모양의 목을 하고는 저수지 주변에서 물고기를 째려보고 있는 대백로.
(중대백로랑 대백로 사이에서 고민을 했는데 결정적으로 다리 윗부분이 노란색인 것이 대백로가 확실함.)
쟤들은 어떻게 저렇게 하얗고 깨끗할까 신기했는데 그냥 하루종일 짬나는 대로 그루밍을 열심히 해서 깨끗하다고...
새로운 카메라와 렌즈로 처음 촬영을 해 봤는데, 고화소 카메라라 사진 용량이 무지막지해서 금방 메모리가 다 차버리는 문제 말고는 엄청난 초점 속도와 쨍한 선예도까지... 나는 마음에 쏙 든다. 새 찍는 다른 분들 장비를 슬쩍 보니까 니콘을 많이 쓰시던데 나는 소니의 길을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