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달 사진을 찍는데 사용했던 카메라는 Nikon Coolpix 4500(이하 CP4500)이다. 2002년도에 구입해서 지금껏 잘 사용해 오고 있었다. 한동안 업무에 정신없어서 마음만 있었을 뿐 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들어 포터블 장비를 새로 영입하면서 잊고있던 별에 대한 그리움이 슬슬 살아나고 있었다.
CP4500은 처음 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 녀석이었고 당시 똑딱이면서도 수동기능을 대부분 지원하는 몇 안되는 기종중 하나다. DSLR이 아직은 비싸던 시절이라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4메가 픽셀에 쓸만한 화질을 보여줬고 무엇보다 좋은것이 줌 기능인데 다른 녀석들과 달리 이 녀석은 렌즈가 카메라 내부에서 움직이는 방식인지라 확대촬영도 다른 똑딱이들에 비해 어댑터만 깎으면 얼마든지 망원경에 쉽게 부착이 가능한 실로 다재다능한 녀석이었다.
다만 아쉬운것이 있다면 1.5" LCD인데 너무 크기가 작아서 Live View로 대상을 확인하는건 좋은데 달을 찍을때도 실제로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하기가 영 쉽지가 않았다. 다행히 자동 초점으로도 꽤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지만 칼 같은 초점에 대한 갈망은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던 어느날... 두둥...
올림푸스에서 Micro 4/3(Four thirds) 방식의 쓸만한 DSLR이 출시되었는데 PEN E-P1이 그 녀석이다.
크롭이니 머니 그런걸 다 떠나서 335g 밖에 되지 않는 가벼운 바디에 3" 액정이 달려있고 1230만 화소나 된다. 간편하게 달을 찍거나 하는데 매우 요긴한 놈으로 생각됐다. 당근 Live view 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사양도 출시당시 입이 쩍 벌어지게 좋았던 녀석인데 가격도 그렇고 당시에는 별과는 무관한 생활을 하고 있던터라(사실 작년만해도 차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던 때다..) 그냥 쓸만한 녀석이구나 생각하고 말았었다.
그런데 최근 포터블 장비 구입에 열을 올리면서 다시 이녀석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직원중에 한 놈이 이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당장 빌려서 이런 저런 기능을 확인하던중 놀라운 기능이 눈에 띄었는데, 수동모드에서 초점 확인을 위한 확대 기능이었다. 이 카메라에만 있는 기능은 아니지만 다른 무거운 DSLR에 있는 기능보다 한수 위였고 무엇보다 디지털 확대가 아닌 해당 부분의 이미지를 CCD 영역에 받아들인 그대로 화면에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확대가 촬영되는 크기대로 미리 볼 수 있게 해주는 엄청난 기능!!!
위 사진에서 초록색 사각형 부분이 중심 부분이다. 이 부분을 확대 기능을 사용하면 아래 처럼 보인다.
줌이나 이미지 확대가 아닌 초록색 사각형 영역만큼 CCD에 기록된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이라 깨짐이나 뭉게짐이 전혀 없다는!!
이 기능 하나에 나는 완전히 넋을 잃었다.. 여태 1.5" 액정을 눈이 빠지게 들여다 보면서 초점을 맞췄는데 이 녀석은 대상을 중앙에 넣고 확대만 해서 보면 실제로 촬영되는 크기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쉽게 초점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조절할 수 있다는 거... 이거 대박아닌가!
달을 찍는데는 이 카메라가 최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능을 더 살펴보던중 또 한 번 놀라게된 사실 하나.. Motion JPEG.
그렇다 동영상 저장방식이 M-JPEG다. Bit rate가 무려 33.7Mbps...
이 E-P1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가장큰 불만이 M-JPEG 방식의 동영상 촬영이다. 왜냐면 용량이 MPEG-4에 비해 훨씬 크거든. 개별 프레임을 JPEG로 저장하고 연결해서 만드는 동영상 방식이다 보니(단순히 생각해서다 실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저장된다.) 화질은 끝내주지만 영상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HD로 10분정도 촬영하면 2GB는 가뿐하다고들 한다. 그러니 촬영된 동영상을 다른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한 번 더 인코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다른 사용자들은 모두 불만인데 왜 나만 급방긋이냐면... ㅋㅋ
보통 행성을 촬영할때 많은 프레임을 캡춰해서 합성을 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웹캠이나 비디오 카메라를 많이 이용한다. 특히 웹캠의 경우 우선 저렴하고 촬영된 동영상을 원하는 코덱을 선택하여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PC에 저장 공간만 널널하다면 무압축 AVI 포맷으로 저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용량은 크지만 깨끗한 프레임을 얻을 수 있기때문에 Registax등의 프로그램등으로 쉽게 많은 프레임을 합성해서 세부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된다. 하지만 늘 촬영을 위해 노트북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조루 배터리를 위해 별도의 전원 장치가 필요하게 되고.. 등등등... 점점 가지고 다녀야 할 장비의 양과 무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얘기가 샜는데.. 암튼 HD 화질로 동영상을 찍지만 개개의 프레임은 JPEG로 저장된 M-JPEG다 보니 다른 MPEG-4 동영상에 비해 깨끗한 프레임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된다. 그렇다면 이 E-P1 하나만 들고가면 행성 동영상도 고화질로 찍어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것이다.
물론 아직 적용해 보지 않았으니 동영상 부분은 실제로 찍어서 확인을 해 봐야 할 일이지만 실제로 가능하다면 나에게는 엄청난 매력이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 녀석이 Micro Four Thirds(M4/3) 방식이다 보니 어댑터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어렵사리 수소문해서 중고로 M42-M4/3 어댑터를 하나 구입했으니 이제 릴리즈만 구하면 테스트 촬영을 해 볼 수 있을거 같다.
위 사진은 중고로 구입한 M42-M4/3어댑터. 요즘은 구하기 힘든 M42 바디용 카메라 렌즈를 마이크로 포서드 마운트에 부착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어댑터다. 새거는 가격이 8만원이나 한다.
망원경에 붙여서 테스트 해보니 초점은 잘 맺힌다. 이제 릴리즈를 구하러 가봐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