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비 오던 한 주가 지나고 금요일에 푸른 하늘이 열렸다. 이런 날 별쟁이가 별을 안 보면 벌 받는다고 누군가 그러셨음.
오전에 올림픽공원 탐조를 다녀와서 피곤했지만 장마기간에 하늘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기뻐 장비를 챙겨 출발했다.
아래 사진은 메시에 마라톤을 위해 요즘 주로 사용하는 별 촬영 채비다.
삼각대와 적도의는 항상 차에 실려있어서, 망원경과 파워뱅크, 냉각 카메라와 각종 액세서리가 채비의 전부다. 부피가 있어서 카트에 모두 실으면 이런 모습이 된다.
요즘 주로 사용하는 GSO 8" RC는 접안부를 분리해서 다른 가방에 넣고 나면 이마트의 새벽배송 가방에 쏙 들어간다. 케이스를 고민했었지만 무겁기만 하고 쓸만한 케이스가 없었는데 새벽배송 가방이 아주 딱이다. 나머지는 60Ah 파워뱅크와 냉각 카메라와 케이블 등이 들어있는 박스가 촬영 준비물이다.
요즘은 밤 9시 반이 넘어야 촬영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일찍 관측지에 가도 어두워지기 전까지 모기랑 싸우는 거 말고는 할 일이 없다. 촬영 준비에 1시간 정도가 걸리니까 대충 7시 반쯤 도착하면 될 거 같아 일단 포천으로 갔다.
역시 한가한 공원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런데 오늘은 음악을 틀어놨네...
거기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까치들이 풀 밭을 점령했다.
근처에서 번식을 했는지 온통 까치 투성이다. 갑자기 이게 웬일...
까치도 문젠데 물까치까지 등장했다. 매주 오는 곳이지만 까치와 물까치는 오늘 처음 봤다.
올림픽 공원 물까치들과 달리 얘들은 부끄럼이 많다... 정확하게 얼굴을 안 보여준다.
흔하던 방울새는 다른 곳으로 모두 이주했는지 소리도 안 들린다. 까치가 쫓아냈을까?
저 멀리 전신주 위에 항상 있던 큰부리까마귀만 남아있었다.
경치만 실컷 구경하고는 관측지로 이동했다.
문제는 관측지 도착해서 장비를 모두 설치하고 나서다. 뭔가 빠진 거 같은데...
경통을 올리고 카메라를 장착하려다 어댑터가 없는 걸 알았다. 아아.... 장비 테스트 한다고 내렸다가 안 챙긴 거 같다...
한 참을 멍... 하고 있는데 차가 한 대 들어와서는 어르신 한 분이 내리신다.
내 장비를 보시고는 이거 저거 물어보시는데 한 참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일주 촬영을 하려고 다니시는 분이었다.
이전에는 새 촬영도 하셨다는 말씀에 눈이 번쩍~ 촬영하신 사진도 보여주시는데 완전 전문가시다.
신나서 한 참을 얘기를 나누다 인사를 드리고 돌아왔다. 이렇게 좋은 날을 버리는 게 아깝지만 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