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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8월 4일] 제주도 탐조 여행 - 4일차 (당산봉, 애월항)

by 두루별 2023. 8. 9.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이다. 오후에는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

숙소 거실 창밖 풍경. 저런 정원을 가진 집이면 집에서 탐조 가능할 듯.

숙소에서 쉬다 공항으로 이동해도 되지만 3일 동안 새를 거의 보지 못해서 마지막 탐조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어제 흑로와 몇몇 새를 볼 수 있었지만 제주도는 환경에 비해 의외로 새가 많지 않았다. 

새벽같이 체크아웃을 하고는 섬휘파람새와 바다직박구리등이 많이 목격된 고산항구 뒤편의 당산봉을 오르기로 했다. 

지고있는 월령 17일의 아침달

500mm 망원렌즈로 달의 분화구가 아주 선명하게 잘 보인다. 손떨방이 좋아서 손으로 들고 촬영해도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서울에서 연사로 촬영해서 합성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음 월령에 도전해 봐야겠다.

칼새(칼새목 / 칼새과, 여름철새)
고산포구 쪽으로 칼새 무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가장 흔한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출처: 카카오맵

당산봉은 올레길이 여럿 연결되어 있었는데 나는 사진에 표시된 붉은 원이 있는 지점의 작은 공터까지 차를 몰고 갔다. 차가 딱 한대 지나갈 수 있는 임도였는데 저기를 걸어서 올라온 부부를 만났는데 존경스러웠다. 난이도가 엄청남...

공터에는 정자도 하나 있었는데 주변은 온통 새소리로 가득했다. 당산봉의 정상에 올라서 새를 찾아보고 싶었는데 어디로 가야 정상인지 알 수도 없고 딱히 표시가 되어 있지도 않았다. 아내의 불안해하는 표정이...

좀 넓어 보이는 길로 등산을 시작했는데 곧바로 들리는 섬휘파람새의 울음소리! 정말 선명하게 들린다. 이번에 찾지 못하면 섬휘파람새는 영영 보지 못할 거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리가 들리는 곳은 작은 나무였는데 잎이 너무 무성했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나무 안쪽을 뒤지다가 드디어 작은 새를 발견했다...

섬휘파람새(참새목 / 휘파람새과, 텃새)
섬휘파람새 유조였다.

이렇게 맑고 고운 소리를 내다니... 섬휘파람새는 가창력 원탑이다. 성조(成鳥)가 후~쿠루쿠~ 하고 울면 유조(幼鳥)가 후~후쿠루쿠~ 하고 대답하는 식이었는데 이소 한 지 얼마 안 됐는지 털이 아직 뽀송뽀송한 어린 녀석이었지만 소리가 너무 예쁘다.

제주도 탐조는 끝이다. 흑로에 섬휘파람새까지... 기대도 안했던 큰 수확이다. 얘 촬영한다고 모기에게 거의 헌혈 수준으로 털렸지만 촬영하는 내내 너무 흥분됐다. 정상으로 더 오르고 싶었지만 뒤를 돌아보니 아내가 거의 죽어가는 표정... 등산은 포기하고 애월읍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양한 새를 보여준 고산은 정말 잊지 못할 거 같다. 

대왕거저리(딱정벌레목 / 거저리과)
방울새(참새목 / 되새과, 텃새)
방울새가 전선 가득 앉아있었다.

애월항에 도착.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벌써부터 엄청난 열기에 걷기조차 힘들다. 

괭이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텃새) 유조.
괭이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텃새)
애월읍 어딘가...
때까치(참새목 / 때까치과, 텃새)
바다직박구리(참새목 / 지빠귀과, 텃새) 암컷.
그렇게 안 보이던 바다직박구리 발견.
수컷은 끝내 눈으로만 보고 끝인가 보다.
엇? 처음 보는 새가 날아간다.
대박!! 검은이마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길 잃은 새)다!
우리나라에 있으면 안되는 녀석인데 요즘은 자주 보인다고 한다.
귀한 녀석을 만나다니 오늘은 조복이 좋다.

숲속보다 확실히 민가 주변에 새가 많다. 새들도 인간 주변에 사는 게 편한가 보다. 그렇게 환경 좋은 곳을 찾아다닐 때는 안 보이던 녀석들이 마구 얼굴을 보여준다. 동네 담벼락에 차를 대고는 한참 동안 제주에서의 마지막 탐조를 했다.

이제 공항쪽으로 이동해서 점심을 먹고 차를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시간이 꽤 남아있는 상태...

점심은 고기 국수에 육전. 담백한 맛이다. (일본 라멘의 깊은 맛을 기대하면 안 됨.)
점심먹고는 용두암 근처의 카페에서 달달한 디저트로 마무리.
4일 동안 바다는 실컷 봤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태풍은 올라오다 오키나와에 멈춰 있단다. 그래서 내내 날이 맑았다.
벌써 서울에 다 왔다. 우리나라 정말 작구나 금방 와서 좋다.
이제 착륙~

3박 4일의 제주 탐조 여행이 이렇게 끝났다. 많이 걷고 하루 종일 운전해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각종 새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겨울에 하도리 철새 도래지에 철새 보러 다시 오고 싶다. 그때는 하도리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