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전날 강화도 탐조를 다녀왔지만 올릭픽공원의 새들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아내를 살살 졸라서 오후에 올림픽공원으로 산책 겸 탐조를 다녀왔다. 어제 탐조로 피곤한 아내는 공원 입구의 카페에서 쉬라고 하고 나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한 바퀴 돌아봤는데 더운 오후라 역시 새를 보기는 쉽지 않았다.
범상치 않은 어르신을 만났다. 인사드리고 촬영 많이 하셨냐고 여쭈니 오늘은 새가 없다고 하셨다. 특별한 일 없으면 매일 나온다고 하시는데 체력이 대단하시다. 잠깐 대화를 나누고는 인사를 드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았지만 아까 만난 어르신 말씀대로 새가 없었다. 입구로 돌아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들러봤더니 아직도 그 자리에 계셨다. 곁에서 잠깐 말동무를 해 드리다 보니 정말 새에 대해 해박하신 걸 알게 됐다. 이곳을 지나가는 새들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어르신의 얘기 보따리는 끝이 없다. 매일 나오신다니 다음에 또 뵙겠다고 인사를 하고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카페로 향했다.
요즘은 밤에 눈을 감으면 박새들이 나온다. 이제 흰눈썹황금새도 나오겠다. 저 귀여운 녀석들이 눈에 아른거려서 조만간 또 올림픽공원에 나와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