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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8월 21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탐조 - 청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붉은배새매

by 두루별 2023. 8. 23.

어제 강화도에서 돌아와서 쉬고 있는데 오후에 짹이아빠님께 문자가 왔다. 어린이대공원에서 호반새가 관찰됐다는 엄청난 빅뉴스! 세상에 호반새라니!!! 올림픽공원에서 후투티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아침 일찍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했다. 사실은 가면서도 반신반의... 호반새의 습성상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옮겨 다닌다는데 어린이대공원도 아마 지나다 발견된 게 아닌가 싶었다. 호반새를 못 보더라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어린이대공원에서 탐조를 하면 되니까 문제는 아니었다.

앞을 지나만 가봤지 처음 들어가 보는 어린이대공원. 두근두근...
생각보다 넓었다. 올림픽공원의 절반 크기는 되는 듯...

이른 아침인데도 운동하는 수많은 어르신들과 새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한 공원 안은 엄청나게 북적였다. 처음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공원 지도를 보다가 일단 호수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왕건이를 발견한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
어린 녀석인가 보다. 겁이 없다.
수련(수련목 / 수련과)
헐... 박정희... 추억돋는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
청설모(설치목 / 청설모과)
올림픽공원과 달리 이곳 청설모는 사람을 별로 안 무서워했다. 먹이 주면 받아먹을 기세.
청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암컷.
이곳은 새들도 경계가 덜하다.
세상에 국민교육헌장이라니... 머리 줘 맞으며 외우던...
다른 청딱따구리 암컷을 발견했다.
해가 떠 오르자 열기가 느껴진다. 얘들도 더운지 연신 헐떡인다.
앗!! 이번엔 청딱따구리 수컷이다!
숲도 아니고 인도 주변 나무에 철썩 붙어있다.
역시 새들은 화장실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수줍은 많은 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헐! 오색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다!!
이러다 딱따구리 종류를 모두 만나겠다.

아침부터 부산하게 먹이를 찾는다.
하늘에는 5마리의 맹금이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붉은배새매(매목 / 수리과, 여름철새)다!!
맹금의 나는 모습은 언제봐도 멋있다.
큰부리까마귀(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물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1973년에 공원을 만들면서 이후로 거의 바뀐 게 없는 모양이다.
이건 새로 설치한 게 틀림없다.
능소화(현삼목 / 능소화과)
나를 감시중인 멧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멧비둘기 둥지에는 새끼 두마리가 있었는데 어미가 엄청 경계해서 바로 떠났다.
피..핑크퐁?
큰부리까마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참새목 / 붉은머리오목눈이과, 텃새)
관목 사이를 날아 다니던 뱁새들.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어린녀석이다. 이곳도 직박구리들이 많이 번식했나 보다.
참매미(노린재목 / 매미과)
동물원도 있길래 슬쩍 들어가 봤는데...
촛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앉아있다가 나를 바라보던 아누비스개코원숭이.
두 평 정도 되는 땅에있는 풀을 뜯어 먹던 돼지꼬리원숭이.
암사자는 잠만 잔다. 깨도 할 게 없어 보인다. 우리가 너무 좁다.
호랑이도 마찬가지... 그냥 감옥 살이다.
코끼리도 두 마리가 있었다.
코끼리들도 덩치에 비해 우리가 너무 비좁았다.
그 와중에 우리 틈새에 핀 풀을 뜯어 먹고 있다.

동물원은 충격이었다... 저렇게 열악하고 좁은 곳에 굳이 동물들을 가둬놓고 구경을 해야 하나 싶었다. 아누비스개코원숭이의 초점을 잃은 눈빛이 내내 잊혀지지가 않아 얼른 돌아 나왔다.

구구오오 우는 멧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처음 돌아보는 어린이대공원은 생각보다 넓었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발길 가는 대로 돌았더니 금방 지쳐버렸다. 새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는데 도착해서 입구에서 본 새가 거의 전부였다. 처음 도착했을 때 그렇게 소란스럽던 새들이 8시 반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더위의 영향도 큰 거 같다.

다음에는 '서울의새' 모임에 참석해서 따라다니면서 탐조 루트를 익혀야겠다. 어쨌든 조만간 또 방문할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