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날이 맑다. 이대로라면 저녁에도 맑을 거 같았다. 예보상으로는 확률은 반반. 하지만 구름 사진을 보면 서쪽이 맑다. 내부에서 생성되는 구름만 없다면 저녁에는 맑을 거 같았다.
고민이다... 올림픽공원에 들렀다가 철원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바로 철원으로 가서 근처에서 탐조를 할 것인가... 고민만 하다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벌써 해도 짧아졌는데 더 지체할 수 없어 일단 철원으로 출발했다.
소이산 탐방로를 따라 항상 돌아보던 길을 다니며 새를 찾았는데 한 마리도 없다... 왜가리도 백로도 어떻게 한마리도 안 보이는지... 새가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항상 있던 새들도 안 보인다. 그 와중에 어린 개체로 보이는 물총새 두 마리가 장난치다 나를 보더니 쏜살같이 도망갔다.
아내가 좋아하는 최북단 카페까지 걸어왔는데도 새가 없었다. '그나저나 카페 이름이 적혀있던 현수막이 다 떨어졌네... 저러면 누가 카페로 알고 들어가겠어...' 남 걱정이 제일 쓸데 없는 걱정인데 새는 안 찾고 남 걱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짧은 탐조 끝... 그래도 노랑할미새, 딱새, 제비 등을 볼 수 있었으니 됐다. 이제 관측지로 이동할 시간이다. 그전에 저녁부터 먹어야겠다. 배가 너무 고팠다.
읍내에서 짬뽕 한그릇 흡입하고 밤에 먹을 간식도 챙겨서 관측지로 향했다. 이때가 제일 설렌다. 이제 해가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별이 떠오를 거다. 밤늦게 까지 별과 나 밖에 없는 시간.
관측지에는 딱새와 박새들이 시끄럽게 돌아 다녔지만 어둑어둑해져서 촬영은 하지 않았다. 밝은 달이 떠 있는 관측지의 풍경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다. 오랜만에 이제 별을 만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