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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12월 11일] 일본 탐조 여행 정리 (1)

by 두루별 2023. 12. 11.

일본 탐조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정리는커녕 매일매일 탐조를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더는 미룰 수 없어서 비 오는 날을 틈타 자료를 정리하고 일본 탐조 여행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본다.

이번 일본 탐조 여행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일본 버드 페스티벌 2023」에 참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쿄의 여러 공원을 다니면서 실제로 탐조를 하는 것이었다. 출발 전부터 일본과 우리나라의 새가 달라야 얼마나 다를까 싶었는데 실제로 다녀오고 나니까 정말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새를 보기에는 올림픽공원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그래도 일본의 탐조 문화를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탐조인 연합에 해당하는 일본야조회(日本野鳥の会 Wild Bird Society of Japan)를 방문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어서 좋았다. 정신없는 3박 4일의 일정을 압축해서 살펴보면...

일본 아비코에서 열린 일본 버드페스티벌의 일본야조회 부스.

첫날은 버드 페스티벌 참관이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일본 전역의 탐조 모임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라 실제로 축제를 하는 분위기였다. 모임별로 부스를 열고 새와 관련된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걸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제일 재밌었던 곳은 조류 박물관이었는데, 전시물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았고 잘 정리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종류별로 표본이 잘 정리되어 있던 조류 박물관

일본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걸그룹이 노래를 하고 있었고 팬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컬처쇼크...
버드 페스티벌에 걸그룹이 올 수는 있겠지만 노래가 끝나고는 덕후 아저씨들과 돌아가며 한참 얘기를 해주는 게 인상적...

걸그룹 멤버와 시간을 보내는 덕후 아저씨들 완전 신남.

그 외에는 사실 딱히 볼 게 없는 페스티벌이었다. 새와 관련된 상품 판매가 주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 별을 보는 사람들의 축제인 스타파티도 후원 업체들이 나와서 제품 홍보와 판매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정보 교류가 목적인 경우가 많은데  일본 버드 페스티벌은 내 눈에는 굉장히 생소하고 볼 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혼자서 카메라 들고 어슬렁 거리며 새를 찾아봤는데, 일본에는 솔개가 흔하다더니 정말 솔개가 많이 날아다녔다. 그것도 낮게 천천히 날아가는데도 아무도 관심이 없더라는... 버드 페스티벌인데 걸그룹이 더 인기인 세상...

솔개(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먹다 남은 물고기를 들고 날아다님.

가끔 행인이 들고 있는 음식을 낚아챈다고 해서 일본에서는 별로 달갑게 보지 않는다고 하던데 정말 너무 무관심해서 나 혼자 열심히 촬영하고 다녔다. 그래도 아무도 안 쳐다봄...

물수리(매목 / 물수리과, 나그네새)

물수리도 여유롭게 날아다니는 이상한 곳이었는데, 역시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흔하면... 

까마귀(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큰부리까마귀만 보다가 까마귀를 보니까 귀여웠다.
내륙에서 만난 바다직박구리(참새목 / 지빠귀과, 텃새)

함께 간 분들은 축제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혼자 어슬렁 거리며 탐조를 하고 있자니 살짝 현타가 왔다. 아무도 새에 관심을 안주는 버드 페스티벌이라니... 말 그대로 그냥 축제였다.

이렇게 첫 날 일정이 끝이 남. 이동하느라 시간을 다 써서 축제도 길게 못 봤지만 볼 거 없어서 차라리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