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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1월 23일] 한파에 조용했던 올림픽공원 탐조

by 두루별 2024. 1. 23.

아침 일찍 볼일이 있어 집을 나섰다. 오후에도 약속이 있었지만 일단 장비는 챙겨서 출발~
예상보다 볼일이 후딱 끝나는 바람에 그대로 올림픽공원으로 직행했다. 몽촌토성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밀려오는 한기...
헙... 예상을 뛰어넘는 추위다. 날카로운 찬 바람이 얼굴을 콕콕콕 찔러 댐. 잠시 망설였지만 아 몰라 일단 고.

첫 손님은 힝둥새(참새목 / 할미새과, 나그세새)다.
추위에 몸을 잔뜩 부풀리고 먹이를 찾고 있었다. (뭘 좋아할까? 내가 먹이 좀 사다 주고 싶다...)
올림픽공원에서 한동안 안 보이던 되새(참새목 / 되새과, 겨울철새)도 여러 마리 있었다.
그래도 올공 터줏대감은 역시 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진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가 가로등에 붙어 있는 고치를 탐내고 있었다.
득템!!!
양지바른 곳에는 집비둘기들이 좀비처럼 모여서 일광욕 중.
햇볕을 가리니까 노란 눈을 뜨고 무섭게 째려봄.
니들 뒤에 고양이 있다...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도 세상 포기한 표정으로 낙엽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말똥가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가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안 씀.
나를 보자마자 모여드는 곤줄박이(참새목 / 박새과, 텃새)들...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박새들도 모여들기 시작...

얘들 배고팠나 보다... 땅콩을 주면 곤줄박이들은 잘 받아먹지만 박새나 쇠박새는 맴돌기만 할 뿐 손에 올라오는 법이 없었는데, 오늘은 땅콩을 쥔 손을 펴자마자 난리 법석으로 달려들더니 박새도 쇠박새도 손에서 먹이를 물어갔다. (올린 영상에서는 박새만 물어감. 그리고 빨리 돌린 거 아님. 정상 속도.)

오색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는 함께 준 들깨와 해바라기씨도 아주 좋아한다.
이 와중에도 곤줄박이는 땅콩파.
붉은머리오목눈이(참새목 / 붉은머리오목눈이과, 텃새)
개똥이를 미워하는 노랑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겨울철새)
개똥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겨울철새)
고인 물이 얼어서 얼음을 깨고 있었다.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도 얼음을 깨서 먹고 있었다.
꽁꽁 얼어버린 작은 웅덩이를 바라보는 곤줄박이.
진박새도 얼음... 먹이와 함께 물도 줬어야 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동고비(참새목 / 동고비과, 텃새)도 파티에 슬쩍 참석.
내가 있으니까 멀리서 눈치만 보고 있는 어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다른 녀석도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서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내가 빠져 주마...
또 오색딱따구리. 거꾸로 붙어 있어서 보는 내가 어지럽다.
땅에서 낙엽을 뒤지고 있던 흰배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
흰꼬리딱새 자세를 하고 있던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물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들이 떨어진 산수유 열매를 먹고 있었다.
오오 금강앵무다!! 딱 봐도 말똥가리보다 큼...
항상 가지고다니는 초정밀 온도계는 영상 1도란다. 내다 버려야겠...
딱새(참새목 / 딱새과, 텃새) 암컷도 몸을 잔뜩 부풀리고 사냥중.
갈대 베어낸 곳에 모여있던 밀화부리(참새목 / 되새과, 겨울철새)
바닥을 뒤지느라 밀화부리들도 바쁘다.
큰부리밀화부린 줄 알았다...
멀뚱히 쳐다보던 노랑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겨울철새)
청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수컷.
까치들에게 건빵 주다가 해오라기(황새목 / 백로과, 텃새)를 깨워 버렸다. 기분 나쁜 표정... 쏴..쏴리...

까치들이 쫓아오길래 건빵을 좀 나눠주고 있는데 이것들이 시끄럽게 깩깩거려서 옆 나무에서 쿨쿨 자던 해오라기를 깨워 버림... 짜증이 가득한 표정보다 꼬리 깃에 붙어 있는 얼음에 더 눈이 감. 아... 떼어주고 싶다...

발이 안 보였으면 몰랐을 쇠백로(황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들.
왜가리(황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텃새)

올림픽공원에 있는 물이란 물은 모두 꽁꽁 얼어버렸다. 성내천도 꽁꽁 얼어서 물새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청둥오리랑 쇠오리 몇 마리가 땅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그걸 또 깨워 버리는 까치...

자다 봉변당한 쇠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암컷들
참샌줄 알았더니 전부 되새였다. 되새가 갑자기 많아짐...
안면 있는 분. 좀 앉아서 쉴랬더니 옆에 와서 알짱 거린다... 뭐 없냐? 딱 이 표정...
쇠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를 끝으로 탐조 끝.

올림픽공원도 되새가 많이 늘었다. 이동할 때가 됐나? 오후에 또 약속이 있어서 일단 급하게 탐조는 마무리. 
가까운 잠실에서 약속을 잡아둔 덕에 시간을 잘 쓸 수 있었다. 그렇게 또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서 얘기 꽃을 피우고는 집에 가려는데 잠실역에 알라딘 서점이 있더라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가 있나...

뭐여?? 조류 도감은 왜 없어???

쳇... 알라딘 실망이다. 새와 관련된 책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 찾기 귀찮아서 살짝만 돌아봄...
그래도 오랜만에 서점을 들렀더니 책 냄새가 향긋했다. 이 책냄새가 좋아서 은퇴하고 서점을 하고 싶었는데 했으면 폭망이다. 그냥 아련한 추억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