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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2월 1일] 남산 탐조 - 쇠동고비

by 두루별 2024. 2. 1.

어제 남산에 '쇠동고비'를 보러 갔었는데 하필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와 있었다. 세상 정말 좁다... 
그 양반도 쇠동고비를 보러 왔는지 소나무 숲 쪽에서 움직이지를 않는 바람에 대충 둘러보다 돌아왔더랬다.

오늘은 다리도 아프고 컨디션도 별로라 집에서 쉴까 했는데 벌써 봄이 오는 느낌이라 새들이 떠나기 전에 얼른 '쇠동고비'를 찾아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아내의 만류에도 낑낑 거리며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어제 안 사실인데 우리 집에서 남산까지 버스로 가면 30분이면 갈 수 있더라는... 전철 타면 내려서 등산도 해야 하는데 버스를 타면 남산 공원 입구에 딱 내려줌. 이거 개꿀.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강남역에서 남산 가는 다른 버스로 환승하면 끝.
출근 시간을 피해서 오니까 앉아서 편하게 남산 공원 앞에 금방 도착.

남산은 새들이 숨을 데가 많아서 그런가 의외로 새가 많지 않다. 새를 보는 건 올림픽공원이 제일 편함. 그래도 쇠동고비의 관찰 기록은 남산이 제일 많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곳이지만 어제 봐둔 장소에서 천천히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입구에서 어제 점찍어 둔 장소로 가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 있는 나무의 높은 가지에 작은 새 하나가 표로록 날아와서 앉는 게 보였다. 근데 앉아 있는 자세가 박새류와는 다르다... 바로 직감했다. 쇠동고비닷!!

쇠동고비(참새목 / 동고비과, 텃새)
동고비랑 비슷하긴 한데 검은 머리와 진한 흰눈썹이 눈에 확 띈다.

오예~! 도착하자마자 목표종 달성. 오늘 탐조 끝. 30분 걸려서 왔는데 5분 만에 끝이라니... 
더 관찰하고 싶었지만 몇 초 앉아 있다가 바로 숲으로 날아가 버려서 더 볼 수도 없었다. 운이 좋았다 정말...
이대로 가기엔 좀 아쉬워서 살짝만 돌아보기로 하고 편한 마음으로 산책과 탐조를 즐겼다.

내용이 궁금했는데 텅 비어 있었다.
구름송편버섯(구멍장이버섯목 / 구멍장이버섯과)
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여러 마리가 땅에서 솔방울을 뒤지고 있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참새목 / 붉은머리오목눈이과, 텃새)
땅콩을 안 가져갔지만 발밑에까지 와서 알짱거리던 곤줄박이(참새목 / 박새과, 텃새)
나무발발이(참새목 / 나무발발이과, 겨울철새)
여기저기 나무 발발이가 보였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나무발발이 소리가 들릴 정도.
나무가 많아서 그런가 남산에서는 비교적 쉽게 볼 수 있었다.
진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들도 땅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눈을 먹고 있던 어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흰배지빠귀를 찍으려는데 휙 날아와서 쫓아 버린 노랑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겨울철새)
최애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작은 새들이 모두 땅에서 떨어진 씨앗 등을 찾고 있었다.
멧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어디서 새우깡을 물어온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이제 집에 가려고 내려가는데 인도에서 산책 중이던 꿩(닭목 / 꿩과, 텃새)님을 만남.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나한테 다가와서 내가 뒷걸음질을 쳤다. ㄷㄷㄷ
우리나라 텃새 중에 꿩이 제일 화려할 듯.
그래도 대충 500m는 걸었으니 이제 집에 가야겠다. 탐조 시작 45분 만에 퇴근.
남산은 벌써 푸릇푸릇 해지고 있었다. 새순이 마구 올라옴. 이제 금방 봄이구나...
여기가 경리단길인 거 처음 알았음. 근데 뭐 하는데야??

이렇게 쇠동고비 탐조는 조기퇴근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탐조 시작과 동시에 목표종 보고 끝내기는 또 처음이네...
이제 당분간은 남산 올 일이 없겠다. 정말 이제는 국립수목원에 가야 할 땐가 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