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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3월 1일] 한강 오리 개체 수 조사(1)

by 두루별 2024. 3. 3.

『서울의새』에서 매년 봄에 실시하는 '한강 오리 개체 수 조사'에 잠깐 참여했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됨.
하루 종일 네 곳의 지점을 조사하는데 이걸 3월 한 달 동안 하신다니 정말 대단들 하시다...
많은 단체에서 동참해서 전국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면 정말 좋은 데이터가 되긴 할 텐데 일단 정부가 좀 나서주면 좋겠다.

한강 중간에 오리들이 긴 띠를 형성하며 모여있다.

이 오리들을 센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강물에도 파도가 있다 보니 오리가 파도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데다 둥실둥실 흘러 다니니까 세다 보면 얘들이 합쳐졌다 멀어졌다 한다. 처음 해보는 나로선 컬처쇼크!!

그 와중에 해양경찰이 지나가면서 갈매기를 날려 버림.
물에 있어도 세기 힘든데 날아 오르니 셀수가 읎다...
재갈매기와 괭이갈매기가 마구 섞여 있는 상황...

오리와 갈매기의 수를 세는 건 변수가 아주 많은 작업이었다. 새들이 민감해서 조금만 놀라도 바로 날아오르니 세는 도중이었으면 처음부터 다시... 인내심과 꼼꼼함이 필요한 작업. 나에게 없는 덕목이 두 가지나 필요함...

오리와 갈매기는 뒷전. 딱새(참새목 / 딱새과, 텃새)를 보니 너무 반가움.

여의도 아라호 선착장 쪽으로 이동해서 갈매기를 관찰하려고 하는데 또 방해꾼들이 나타났다. 하필 삼일절이라고 아침부터 손에 태극기 들고 모터보트와 제트스키 타고 헤집고 다니는 통에 갈매기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춥지도 않나... 영하 7도가 넘는데 저 사람들은 신났다.

방화대교 근처 강서생태습지공원에 조사를 위해 들렀을 때는 잠깐 칡부엉이가 잘 있나 보고 왔는데, 원래 있던 위치에 애들이 없었다. 당황하고 있는데 미리 와 계시던 분이 위치를 알려 주셔서 다행히 잘 자고 있는 두 녀석을 확인.

소란 스러웠는지 슬쩍 눈을 뜨고 바라보던 칡부엉이(올빼미목 / 올빼미과, 겨울철새)(천연기념물 제324-5호)
다른 녀석은 그러거나 말거나 꿀잠중...
백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겨울철새)
마지막 조사 위치는 옥수역 아래.
재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겨울철새)를 여기서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괭이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텃새)

마지막으로 오전에 훼방꾼들 땜에 제대로 세지 못한 오리들을 보러 아라호 선착장 부근을 다시 갔는데 여기서 적갈색흰죽지를 만났다. 얏호 종추!!

적갈색흰죽지(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머리부터 가슴까지 와인빛 붉은색을 띠고 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어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은 하루 종일 오리와 갈매기를 세느라고 고생하시는데 나는 혼자 종추해서 신나있는 상황. 그래도 종추는 즐겁다.

흰죽지들 사이에서 이 녀석만 색이 튀는데, 흰죽지랑 배색만 다르고 형태는 같으니까 같은 종으로 인식하는지 흰죽지들 틈에서 함께 지내는 게 나는 항상 신기함... 새들을 너무 무시하는 건가...

흰죽지(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한강 오리 개체수 조사는 늦은 오후가 돼서야 끝이 났다. 아직 오리 구분도 잘 못하는 나는 괜히 껴서 민폐만 끼친 거 같았지만 나름 열심히 고민을 했다. 조사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카메라로 전경을 촬영해서 집에 와서 세어 보니까 의외로 셀만함. 좀 더 확대해서 촬영하면 개체도 확인이 가능할 거 같은데 올해 적용하기는 힘들고 고민을 좀 해서 내년에는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면 여러분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경감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기대해 본다.

일단 도움이 안 되더라도 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 참여할 생각. 자꾸 해야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