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새』에서 매년 봄에 실시하는 '한강 오리 개체 수 조사'에 잠깐 참여했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됨.
하루 종일 네 곳의 지점을 조사하는데 이걸 3월 한 달 동안 하신다니 정말 대단들 하시다...
많은 단체에서 동참해서 전국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면 정말 좋은 데이터가 되긴 할 텐데 일단 정부가 좀 나서주면 좋겠다.
이 오리들을 센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 강물에도 파도가 있다 보니 오리가 파도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데다 둥실둥실 흘러 다니니까 세다 보면 얘들이 합쳐졌다 멀어졌다 한다. 처음 해보는 나로선 컬처쇼크!!
오리와 갈매기의 수를 세는 건 변수가 아주 많은 작업이었다. 새들이 민감해서 조금만 놀라도 바로 날아오르니 세는 도중이었으면 처음부터 다시... 인내심과 꼼꼼함이 필요한 작업. 나에게 없는 덕목이 두 가지나 필요함...
여의도 아라호 선착장 쪽으로 이동해서 갈매기를 관찰하려고 하는데 또 방해꾼들이 나타났다. 하필 삼일절이라고 아침부터 손에 태극기 들고 모터보트와 제트스키 타고 헤집고 다니는 통에 갈매기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방화대교 근처 강서생태습지공원에 조사를 위해 들렀을 때는 잠깐 칡부엉이가 잘 있나 보고 왔는데, 원래 있던 위치에 애들이 없었다. 당황하고 있는데 미리 와 계시던 분이 위치를 알려 주셔서 다행히 잘 자고 있는 두 녀석을 확인.
마지막으로 오전에 훼방꾼들 땜에 제대로 세지 못한 오리들을 보러 아라호 선착장 부근을 다시 갔는데 여기서 적갈색흰죽지를 만났다. 얏호 종추!!
선생님들은 하루 종일 오리와 갈매기를 세느라고 고생하시는데 나는 혼자 종추해서 신나있는 상황. 그래도 종추는 즐겁다.
흰죽지들 사이에서 이 녀석만 색이 튀는데, 흰죽지랑 배색만 다르고 형태는 같으니까 같은 종으로 인식하는지 흰죽지들 틈에서 함께 지내는 게 나는 항상 신기함... 새들을 너무 무시하는 건가...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한강 오리 개체수 조사는 늦은 오후가 돼서야 끝이 났다. 아직 오리 구분도 잘 못하는 나는 괜히 껴서 민폐만 끼친 거 같았지만 나름 열심히 고민을 했다. 조사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카메라로 전경을 촬영해서 집에 와서 세어 보니까 의외로 셀만함. 좀 더 확대해서 촬영하면 개체도 확인이 가능할 거 같은데 올해 적용하기는 힘들고 고민을 좀 해서 내년에는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면 여러분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경감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기대해 본다.
일단 도움이 안 되더라도 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 참여할 생각. 자꾸 해야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