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기일이라 납골당에 들러 아버지를 뵙고 근처인 파주로 수리부엉이를 보러 다녀왔다.
얼마 전에 파주의 다른 곳에서 수리부엉이를 찾다 실패한 경험이 있고 칡부엉이의 은신술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잘 찾을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됐지만 일단 출몰한다는 장소로 이동.
도착해 보니까 의외로 수리부엉이가 살 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절벽과 나무가 있는 산.
절벽을 살살 들여다보는데 아래쪽에 배설물이 있어서 위치는 대충 짐작이 됐다. 그렇게 쌍안경으로 훑어보던 중...
절벽의 틈 사이로 수리부엉이의 귀처럼 생긴 깃털 발견! 기가 막히게 숨어 있어서 얼굴은 전혀 안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뒤에 낮은 언덕이 보여서 그 위로 올라가서 들여다보다가 깜놀...
아이고 놀래라... 눈이 마주칠 줄이야... 자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
수리부엉이는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활동을 한다고 한다. 그래도 잠을 잘 자야 사냥도 잘하겠지...
그렇게 수리부엉이와 충격적인 첫 만남을 하고 주위를 좀 더 둘러보는데 나무 아래에서 또 다른 배설물 흔적 발견! 주변 나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다가 다른 수리부엉이를 찾을 수 있었다.
뇌피셜이지만, 절벽에 있던 녀석은 아마 암컷으로 추정. 알을 품고 있거나 아니면 낳으려고 준비 중인 게 아닐까...
그리고 둥지 주변의 나무에 있던 녀석은 수컷으로 사냥해서 암컷을 부양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한 마리 보러 왔다가 두 마리를 보다니... 일타쌍피...
그런데 이곳이 좀 알려졌는지 수리부엉이를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포를 들고 휴일 아침부터 모이는 걸 보니 얘들 잠 푹 자기는 그른 듯... 부디 무사히 육추에 성공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