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서울식물원]은 개개비의 육추로 떠들썩했었다. 그때 방문했어야 했지만 개개비 보러 이 먼 곳을 오기는 싫어서 꼼지락 거리다 시기를 놓쳤다. (그래놓고 이천까지 개개비를 보러 다녀왔었음...)
[서울식물원]은 집에서 은근히 먼 곳이라 가볼 생각을 안 했는데, 갑자기 갈 만한 곳이 없어지는 바람에 마지못해 다녀오게 됐다. 시작부터 기대감 제로. 전철 타고 궁둥이가 뻐근해질 즈음 [서울식물원]에 도착.
도착해서 지도를 살펴보니까 생각보다 규모가 좀 되는 곳이었는데, 조성한 지 얼마 안 됐는지 나무가 많이 어렸다. 그 바람에 그늘이 없음... 날씨도 어찌나 더운지 머리가 뜨끈뜨끈... 편의점이나 자판기 등 편의시설 제로. 휴지통 제로. 음수대도 제로... (다녀 볼수록 올림픽공원만 한 곳은 정말 없는 거 같다...)
느낌은 [서울숲]이랑 쌍둥이. 편의시설 없는 것도 쌍둥이. [서울숲]처럼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원이라 전부 평지다. 걷기는 편하지만 자연의 느낌은 없었다. 볼수록 마음에 드는 구석은 하나도 없었지만 멀리 왔으니 일단 둘러보기로...
오리들은 물가 주변 수풀에 모여 있었는데 산책로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마음 편히 쉴만한 곳이 없어 보였다.
호수공원은 볼 게 없었다. 호수 주변의 물풀도 볼 게 없었고 벌레도 눈에 띄지 않았다. 정원식으로 조성된 곳이라 새들이 먹을 만한 씨앗과 열매를 제공할 나무도 마땅치 않아서 봄, 가을에 나그네새를 만나기도 어려워 보이는 곳이었다.
볼 게 없어서 [서울식물원]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입장료가 있었는데, 이 더운 날 온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고 가장 큰 문제는 장비가 조류 촬영 전용. 식물원은 어떤지 좀 찾아본 후에 괜찮으면 다시 방문하는 걸로 마무리.
서둘러 습지원으로 향했다. 습지원이 오늘의 희망이다...
민물가마우지도 더운지 입을 벌리고 헐떡이고 있었는데, 이렇게 뜨거운 날 이런 벌판에 모자도 없이 온 나도 익어감...
그나마 습지원에는 볼만한 새들이 있었는데, 물새들이 살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호수공원 쪽은 너무 인공적이고 조경을 위한 식물만 심어놔서 새들이 살만한 환경이 아니었는데, 습지원은 갈대도 많고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위치여서 물새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였다.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개개비 육추가 아니면 거길 왜 가냐던 선지자의 말이 떠 올랐다. 역시 선지자의 말은 귀담아 들어야 했다. 이미 땀범벅에 수분 부족으로 입술은 갈라지기 시작. 빠르게 포기하고 철수했다. 자판기만 있었어도 더 있는 건데...
[서울식물원]에 와서 제일 인상 깊었던 도시형 스마트팜. 직접 쌈채소를 재배하고 포장해서 판매하는 걸 보고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했다. [서울식물원]은 특별한 새가 발견됐다고 하기 전에는 일부러 올필요 없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