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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8월 10일] 매향리 탐조 - 개개비사촌, 쇠청다리도요 등

by 두루별 2024. 8. 14.

고열에 끙끙 앓다 이틀 만에 갑자기 열이 내렸다. 목 아프고 냄새 못 맞는 건 상관없었다. 열이 내리니까 살만해짐.

며칠 전부터 아픈 사람한테 매향리 물때 좋아서 탐조 간다고 놀리던 인간들이 생각나서 나도 주말 아침에 만조 시간에 맞춰 매향리로 향했다. 만조 높이가 조금 낮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도요들을 볼 생각에 신이 난 상태. 아내는 그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이만하면 살만했다. 고위험군이라 이번주를 못 넘길 거라는 둥 악담한 인간들에게 복수하려면 힘을 내야 한다. 아직 컨디션은 별로였지만 열심히 매향리로 달렸다.

도착한 매향리 갯벌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서 도요새들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물은 많이 들어오지 않아 새들이 좀 멀리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 보는 삐삐삐삐~ 하는 도요새들 소리. 너어무 좋았다.

흰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민물도요(도요목 / 도요과)
배에 김 붙이고 있는 민물도요들과 왕눈물떼새들
왕눈물떼새(도요목 / 물떼새과)
알락꼬리마도요(도요목 / 도요과)
좀도요(도요목 / 도요과)
저 멀리 물가에는 알꼬마와 마도요들이 바글바글...
왕눈물떼새도 많이 와 있었다.
뒷부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왕눈물떼새 보다 눈이 큰 흰물떼새
큰뒷부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가락지에 NRH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도요목인 괭이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어미를 열심히 따라 다니던 저어새(황새목 / 저어새과) 유조와 어미
중부리도요, 꼬까도요, 뒷부리도요들이 마구 섞여 있었다.
뒷부리도요들의 군무
알락꼬리마도요(큰녀석)와 중부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작은녀석)
뒷부리도요들
꼬까도요(도요목 / 도요과)
노랑부리백로(황새목 / 백로과)
중부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좀도요(도요목 / 도요과)
개꿩(도요목 / 물떼새과)
날아가는 알랄꼬리마도요들
개개비사촌(참새목 / 개개비사촌과)
풀숲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짹짹 거리더니 드디어 모습을 드러냄.
신기하게 입 안이 온통 검은색. 오징어 먹물 먹은 거 같은 느낌.
소리만 들리고 모습을 보기 힘들었는데
이날은 다행히 전신을 볼 수 있었다.
금방 다른 개개비사촌들과 어울려 포로록 날아감

풀숲에서만 계속 짹짹거리던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서 정신없이 관찰하던 개개비사촌이 무리를 지어 날아가 버리고 나자 화성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다리물떼새(도요목 / 장다리물떼새과)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청다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순간 청다리도요사촌인 줄...
아쉽지만 청다리도요였다.
대신 청다리도요들과 함께 섞여 있던 쇠청다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발견!
장다리물떼새를 끝으로 탐조 끝...

아침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 짧고 굵은 2시간 탐조 끝. 오랜만에 도요를 봐서 기분이 좋아짐. 벌써 지나가기 시작하는 걸 보면 물때마다 매향리를 오면 다양한 도요들을 볼 수 있을 거 같다. 

봄에 매향리에 왔을 때 보다 더 다양한 도요를 볼 수 있어서 컨디션 최악이었지만 실실 웃으며 집에 갈 수 있었다. 핫도그도 먹어 봤지만 아무 맛도 안 남. 입맛 돌아올 때까지 강제 다이어트라 나쁘지 않은 듯.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