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에 끙끙 앓다 이틀 만에 갑자기 열이 내렸다. 목 아프고 냄새 못 맞는 건 상관없었다. 열이 내리니까 살만해짐.
며칠 전부터 아픈 사람한테 매향리 물때 좋아서 탐조 간다고 놀리던 인간들이 생각나서 나도 주말 아침에 만조 시간에 맞춰 매향리로 향했다. 만조 높이가 조금 낮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도요들을 볼 생각에 신이 난 상태. 아내는 그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지만 이만하면 살만했다. 고위험군이라 이번주를 못 넘길 거라는 둥 악담한 인간들에게 복수하려면 힘을 내야 한다. 아직 컨디션은 별로였지만 열심히 매향리로 달렸다.
도착한 매향리 갯벌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서 도요새들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물은 많이 들어오지 않아 새들이 좀 멀리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 보는 삐삐삐삐~ 하는 도요새들 소리. 너어무 좋았다.
풀숲에서만 계속 짹짹거리던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서 정신없이 관찰하던 개개비사촌이 무리를 지어 날아가 버리고 나자 화성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침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 짧고 굵은 2시간 탐조 끝. 오랜만에 도요를 봐서 기분이 좋아짐. 벌써 지나가기 시작하는 걸 보면 물때마다 매향리를 오면 다양한 도요들을 볼 수 있을 거 같다.
봄에 매향리에 왔을 때 보다 더 다양한 도요를 볼 수 있어서 컨디션 최악이었지만 실실 웃으며 집에 갈 수 있었다. 핫도그도 먹어 봤지만 아무 맛도 안 남. 입맛 돌아올 때까지 강제 다이어트라 나쁘지 않은 듯.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