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려 골골거리다 많이 회복되어 미루고 미뤘던 포항과 울산으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주에 떠나려던 여행이 코로나 때문에 엉망이 되어 버려 뒤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간발의 차로 목표종이 떠나 버리는 사태가 발생. 아쉽긴 했지만 아내와 푸른 바다를 실컷 보고 올 수 있어서 좋았던 여행이었다.
새벽같이 출발해서 도착한 곳은 울산의 솔개공원.
작은 공원이었지만 정비가 잘 되어있었고 해변과 암석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곳이었다.
탐조와 탐초를 다니면서 가보지 않은 곳을 많이 가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 참 많은 거 같다.
이곳은 모래 해안 외에도 자갈로 이뤄진 해안이 있었는데 해초가 떠밀려 와서 수생생물이 많은 듯했다. 많은 수의 도요들은 아니었지만 해초를 뒤지며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잠깐 둘러보고 포항으로 가려는데 카메라를 들고 오신 분이 계셔서 인사를 나누고 잠시 대화를 했는데...
이분 말씀이 도요새를 보려면 포항에 가야지 왜 울산에 왔냐고 하심. 안 그래도 포항으로 이동한다고 했더니 어디 어디 가보라고 신나서 알려주셨는데 알고 보니 포항에서 오셨다고... 본인은 왜 울산에 오신겨...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오늘의 원래 목적지인 포항으로 빠르게 이동.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아내가 아주 좋아했다. (이런 곳을 좋아할 줄 알았음)
처음엔 더워서 시큰둥하더니만 옛날 가옥들과 불량식품 판매소 등을 둘러보더니 추억 돋는다며 아주 신나 함.
포항에 왔으니 물회나 과메기라도 먹을까 했더니 아내는 둘 다 싫단다... (입맛이 아주 까다로우심)
뜻밖에 홍게라면이 드시고 싶으시다고... 분명 어디선가 티비에서 나왔을 거다...
어렵게 홍게라면을 파는 식당에 갔지만 결국 다른 걸 시켰다는 게 함정. 여자들의 변덕은 아직도 이해가 안 됨.
점심 식사 후 구룡포 항구 주변에도 도요들이 보여서 호미곶으로 이동하기 전에 잠깐 둘러봤다.
일반적인 새들의 발에는 앞에 세 개, 뒤에 하나의 발가락이 있다. 이런 형태를 삼전지족(三前趾足)이라고 하는데, 이 발의 특징은 뒤쪽을 향한 첫 번째 발가락, 즉 엄지에 있다. 이 엄지발가락 덕분에 무언가를 움켜쥘 수도 있는 것. 이런 발의 형태는 새들이 나무 위 생활을 위해 나뭇가지를 움켜쥐기 편하게 진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주류인 거 같다.
그런데 세가락도요는 첫 번째 발가락인 엄지발가락이 없다. 앞을 향한 세 개의 발가락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름이 [세가락도요]. 이런 형태의 발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게 아니라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
구룡포를 다 둘러보고 포항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호미곶(虎尾串)으로 향했는데, 호미곶의 호미가 밭을 맬 때 쓰는 호미가 아니란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사실... (진심 호미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음...)
도로 표지판에 적힌 한자를 보고 호랑이 꼬리라는 뜻인 걸 알게 됐는데 내가 너무 무식한 거 같아 살짝 충격받음...
호미곶을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벌써 늦은 오후라 [상생의 손] 주변만 돌아보고 영일만으로 이동했다.
(영일만이라고 하면 조건반사로 최백호 씨의 노래 '영일만 친구'가 생각난다면? 늙은 거다...)
해안가 저 멀리에는 엄청난 수의 갈매기가 모여 있었지만 갈매기는 관심밖이라 도요들만 좀 둘러봤는데, 해안가가 굉장히 길고 넓어서 새들에겐 아주 좋은 휴식 장소였다. 오전에 만난 분이 도요 하면 포항이라고 자랑할만하다.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아내가 예약해 둔 숙소로 이동했는데 숙소는 울산... 다시 울산으로!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못 할 만큼 순식간에 곯아떨어졌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아쉽지만 이제 서울로 올라가야 함.
많이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포항과 울산은 살기 좋은 곳인 거 같았다. 두 도시 모두 외곽까지 정비가 잘 되어 있었고 바다가 근처라 바닷새를 보기엔 아주 좋을 듯. 바닷가라면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도 있지만 인천은... 그냥 말을 아끼련다.
서울로 출발하기 전에 아쉬움에 솔개공원에 다시 들렀다.
빠르게 둘러보고는 서둘러 서울로 출발. 먼 거리라 부지런히 올라가야 한다.
그래도 휴게소 라면은 한 그릇 해야 한다고 아내를 살살 달래서 '삼국유사군위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가 추억의 기차역처럼 꾸며져 있어서 나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라면도 아주 맛있었다!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채 무리해서 감행한 여행. 이번 여행은 탐조보다 아내와 산책도 많이 하고 풍경도 함께 바라보면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탐조 여행이라기 보단 그냥 여행에 잠깐 탐조를 한 수준.
요즘은 탐조를 하러 가도 새는 대충 나와서 보여 주는 녀석들만 보고 마무리. 내 눈에 보이면 보는 거고 안 보이면 일부러 찾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내와 풍경을 감상하거나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은 거 같다. 이번 여행도 목표종은 보지 못했지만 다른 예쁜 도요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포항과 울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다.
젊은 시절엔 바쁘다는 핑계로 가보지 못했던 곳을 나이 먹고 돌아다니려니 힘들지만 한 곳씩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갈 수 있는 것도 다 탐조 덕분이 아닐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