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고민의 끝인 올림픽공원으로...
이제는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해져서 좋다. 슬슬 가을 냄새가 나는 듯...
공원 입구 숲에서는 작은 새가 날아다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쇠솔딱새.
오목눈이와 쇠박새도 열심히 나무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는데 금방 겨울이 될 거 같은 기분이 듦.
몽촌호수엔 요즘 새들이 별로 없다. 작년엔 오리와 백로, 왜가리, 가마우지로 시끌시끌했는데 요즘은 조용...
공원에서 자주 뵙는 분들은 요즘 만나면 항상 새가 줄었다고 말씀하신다. 그 많던 오리가 요즘 잘 안 보이기는 한다.
둘러보다 보니 오랜만에 쿠터 종으로 보이는 거북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배갑(背甲)의 모양이나 얼굴의 무늬로 봐서 '리버쿠터' 같다. 예전엔 거북만 보면 '붉은귀거북'이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차이들이 있어서 세심하게 봐야 함.
요즘은 올림픽공원의 대로만 따라다니고 숲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결국 야생화학습장과 88호수만 둘러보는 건데 이렇게 하면 1~2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숲을 안 들어가면 새를 보기 힘들 거 같지만 꼭 그렇진 않다. 새들이 좋아하는 나무가 대부분 이 경로에 있기 때문에 이맘땐 이렇게 다녀도 웬만큼은 볼 수 있다. 나처럼 자주 오는 사람은 그렇단 얘기. 그럼 가끔 오는 사람은? 다 돌아야지...
숲새가 아직도 안 갔다. 더 추워지면 가려나? 고양이들이 바글바글해서 항상 조마조마 함.
가족놀이동산을 지나 최종 목적지인 88호수에 도착!
쇠물닭이 많긴 했지만 오늘은 10마리가 보였다. 가족 총출동인가??
88호수를 좀 둘러보다 가려는데 시끄럽게 깍깍깍깍깍~ 하고 우는 녀석이 있었다.
소리 나는 덤불 안쪽을 찾다가 주인공 발견!
아... 아깝다... 오랜만에 만난 때까치를 이렇게 놓치다니...
엄청 가까웠는데 덤불 속에 숨어서 나오질 않는 바람에 간신히 얼굴만 볼 수 있었다.
포기하고 호수의 다른 새들을 보고 있는데 때까치 녀석 덤불에서 나와서 옆 나무에 내려앉았다.
때까치를 마지막으로 올림픽공원 탐방 끝.
오랜만에 만난 때까치.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거의 2m 정도...
조용히 있었으면 관목 안쪽이라 몰랐을 텐데 굳이 시끄럽게 울어 주는 바람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때까치는 텃새지만 일부 개체는 봄, 가을에 남쪽으로 이동을 한다는데 얘는 이동하는 중이었을까? 궁금증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림...
오늘은 짧은 탐방이었지만 숲새, 쇠솔딱새, 때까치를 만나는 조복 넘치는 날이었다.
이제 슬슬 노랑딱새가 올 시기라 다음엔 노랑딱새를 찾아봐야겠다. 당분간은 올림픽공원에서 살아야 할 듯... 끝.
총 23종 관찰(식물 1종, 새 16종, 파충류 1, 거미 1, 곤충 4종)
# 총 관찰 목록은 촬영된 데이터에서 종별로 분류한 목록. 소리, 육안 관찰은 부정확하기 때문에 포함하지 않는다. 사진이 있어야만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