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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9월 26일] 올림픽공원 - 올해 첫 노랑딱새

by 두루별 2024. 9. 26.

손을 다쳐서 집에서 쉬고 있는데 지인이 올림픽공원에 흰날개해오라기가 왔다는데 보러 가자고 연락이 왔다.
흰날개해오라기가 온 지 몇 주가 지났는데 뭔 소리여 했더니 깜짝 놀람. 그래도 핑계 삼아 얼굴이나 보기로...

손은 다행히 부기도 많이 빠져서 조심하기만 하면 될 거 같아 카메라를 챙겨서 올림픽공원으로 출발~

작년에도 이 맘 때쯤 축제를 한 거 같은데 올해도 한성백제문화제를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온통 축제 준비로 떠들썩했던 건데 난 무슨 공연하는 줄 알았음...  아무튼 내일부터 일요일 까진 시끄러울 듯...

오랜만에 몽촌호에서 만난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오늘은 한 눈 안 팔고 부지런히 88호수로 직행.
벌써 소문이 났는지 흰날개해오라기를 촬영하러 온 분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가서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얘기해 봐야 입만 아프다. 그냥 신고가 답.

지인을 만났는데 지인도 대놓고 물가에 까지 나와서 자리 잡고 있는 사람 때문에 잔뜩 짜증이 나 있었다. 저렇게 나와 있으면 새가 오겠냐고... 아니나 다를까 흰날개해오라기는 아예 저 멀리 가 있었다.

평소와 다른 곳에서 만난 흰날개해오라기(황새목 / 백로과)
갈대로 숨는 중...
중대백로(황새목 / 백로과)

흰날개해오라기는 포기.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냥 운이 없다고 생각하기로...
나부터 질서를 잘 지키고 욕심을 버려야지 누구를 비난하겠어...

빠르게 포기하고 지인과 편의점 커피를 마시며 새에 대해 얘기 꽃을 피웠다. 역시 무용담이 최고다.

다시 나타난 흰날개해오라기. 여전히 먼 곳이다.
고양이 녀석은 살이 포동포동...
이 와중에도 열심히 사냥 중인 흰날개해오라기
쇠물닭(두루미목 / 뜸부기과)

물가에 있던 사람들은 이제 정리가 됐지만 흰날개해오라기는 다시 갈대숲으로 숨어 버렸다. 
지인과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차라리 잘 숨었다.

흰날개해오라기를 보내주고 지인과 노랑딱새가 왔나 보러 갔는데...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곤줄박이(참새목 / 박새과)
곤줄박이는 때죽나무 열매가 요즘 주식이다.

숲에서 만난 어르신은 며칠 전부터 노랑딱새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이분은 매일 오시는 분이라 확실한 정보.
오늘은 어쩐 일인지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며칠 전에는 여러 마리가 와서 놀다 갔다고 신나서 얘기해 주셨다.

꿀정보를 듣고 노랑딱새를 찾아보려는데 아주 크게 쭈잇~ 쭈잇~ 우는 녀석. 노랑눈썹솔새다.

노랑눈썹솔새(참새목 / 휘파람새과)
혼자서 열심히 울어대던 녀석

올해 처음 촬영한 노랑눈썹솔새. 
대게 나무 높은 곳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목이 아파서 아예 촬영할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낮은 나무에 앉아주는 바람에 쉽게 촬영할 수 있었다. 

어깨에 선명한 두 줄의 줄무늬
정면에서 보면 노랑눈썹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어르신은 지인에게 쏙독새를 촬영한 무용담을 들려주고 계셨는데,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 귀여운 녀석 하나가 날아와서 내려앉았다.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딱새인지 확신이 서지 않음
노랑딱새 같기도 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포로록 날아서 숲속 큰 나무줄기에 내려앉았다.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멱부터 가슴까지 누르스름한 색. 이 녀석 노랑딱새다!

노랑딱새(참새목 / 솔딱새과)

해가 기울면서 숲은 이미 많이 어두운 상태라 셔터를 엄청 낮춰서 촬영해야만 했지만 역시 소니 A1은 저조도에서도 AF가 끝내준다. 어렵지 않게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줌. 니콘 Z8을 사용하는 지인은 입에서 육두문자가... (결국 못 찍었다...)

소니 들고 오기 잘했엉... 

이렇게 올해 첫 노랑딱새와의 짧은 만남은 순식간에 끝.
하필 축제 기간이라 남아 있을지 다른 곳으로 떠날지 모르지만 다음 주에는 노랑딱새를 계속 찾아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정확한 시기에 이동하는 새들을 보면 신기하기만 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