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전. 물수리를 볼 생각으로 화성호로 출발!
가는 내내 걱정되는 건 철문의 개방 여부.
운 좋게 열려 있으면 감사! 하지만 닫혀 있으면...
일단 화성방조제에 도착해서 도요가 좀 있나 둘러봤는데,
하늘과 매향리 갯벌을 점령한 기러기들!!
큰기러기, 쇠기러기들이 모여서 와글와글 떠들고 있었다.
너무 정겨운 기러기 울음소리.
이제 가을이구나...
기러기가 이렇게 반갑다니...
화성호에는 쇠오리가 쉬고 있었는데,
청다리도요와 쇠청다리도요도 볼 수 있었다.
민물도요도 있었는데 너무 멀었...
작은 호수 옆의 큰 호수도 기러기가 점령!
온통 기러기 울음소리로 시끌시끌... (기러기 울음소리 너무 좋음)
수많은 기러기들 틈에서 희귀한 친구를 찾아야 하는데,
진득하게 한 마리씩 찾는 건 취향이 아니라...
다음 기회로 미루고 후다닥 화옹지구 입구로 향했다.
역시나 굳게 닫혀 있는 철문.
잠시 기다리자 짐을 실은 트럭이 한 대 나오고 있어서
쪼르륵 가서 인사를 하려는데...
기사님 나를 보자마자 '안 돼요 안돼!!' 하심.
못 들어간단 얘긴 건 알겠는데 화들짝 놀라실 것 까지야...
그분 말씀으로는...
낚시를 하던 사람들끼리 자리다툼으로 칼부림이 났다고... (헐)
그래서 자물쇠 모두 교체하고 아무도 출입 못하게 하라고 했단다.
열어주면 자기가 열쇠 뺏긴다고 이해 좀 해달라고 하심.
사고가 있어서 출입금지가 됐다는 건 들었는데 저런 사연이...
안된다는 거 억지로 들어갈 생각은 없어서 깔끔하게 포기.
어딜 갈까 고민하다 천수만을 가보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천수만 A지구. 간월호 주변을 둘러봤다.
고북면의 끝없이 펼쳐져 있는 논.
중간중간 수확을 마친 논도 있었는데 그런 논에는 기러기가 한가득.
기러기 말고는 새가 안 보여서 수로를 둘러봤는데,
풀숲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가봤다가...
종달인지 할미샌지 모를 작은 새들을 몇몇 봤지만
호다닥 날아가 버려서 누군지는 모르겠음.
벌써 해가 얼마 남지 않아서 천수만 B지구인 부남호 쪽으로 이동.
가는 길에 황새를 본 적 없는 아내를 위해 잠시 버드랜드에 들렀다.
엄청 큰 황새를 보며 주변 백로들이 작아 보인다고 아내가 신기해했다.
부남호 주변 수로에는 물총새가 아주 많았는데,
해가 지고 있는데도 열심히 사냥을 했다.
해가 저물어 가면서 많은 새들이 잠자리를 찾아 날아갔는데,
꺅도요들도 떼를 지어 날아올라 기러기들과 함께 날아갔다.
기러기들의 비행을 보면서 큰기러기와 쇠기러기가 섞여서 날아가는 걸 처음 알았다.
큰기러기들은 큰 기러기들끼리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줄 알았는데 살짝 충격 먹음.
작은 관목에서 황조롱이 같은 녀석이 날아올라 근처 나무에 앉는 걸 발견
잠깐 앉아 있던 뻐꾸기는 바로 부남호 쪽으로 날아가 버림.
잠깐 뿔제비갈매기가 아닐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게 했던 구레나룻제비갈매기.
해지는 서해에서 늦게 까지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는 모습을 끝으로 탐조는 끝.
서산 류방택천문대 옆에 있는 카페에서 아내와 커피를 한 잔 하면서 휴식.
새 본다는 남편 따라다니느라 고생이 많은 아내를 위한 시간이다.
그런데 커피 맛이 편의점 커피 맛... 커피 맛있다는 후기 달은 사람들은 뭐지...
서울 가서 먹기엔 너무 늦은 시각이라 도로변의 해장국집을 방문.
나는 해장국을 좋아해서 선지와 양만 들어 있어도 맛있다고 먹는데,
까다로운 아내는 냄새만 나도 못 먹는다. 근데...
이 집 해장국은 국물이 너무 맛있다며 완뚝 해버림.
전에도 방문했던 체인점인데 지점마다 맛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이 집은 너무 맛있었음. 다음에 서산 오면 또 들러야지...
물수리 보겠다고 시작한 탐조가 화성에서 시작해서 서산에서 마무리.
물수리는 못 봤지만 오랜만에 엄청난 수의 기러기를 봐서 너무 좋았다.
기러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겨울 생각이 나는데 벌써 겨울이 오는 듯...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