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최애 음식이 있을 거다. 난 콜라와 라면.
콜라는 정말 신의 음료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을까... 라면도...
하지만 나는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아내가 못 먹게 한다는 거. 몰래 먹기야 하지만 제대로 먹으려면 나가서 먹어야 한다.
그런데 올림픽공원에서 자주 만나는 지인이 지난주에 오늘 편의점에서 한강라면을 한 그릇 하자는 솔깃한 제안을 하는 바람에 점심도 거르고 신나서 올림픽공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도착해서 연락을 해도 이 인간이 연락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주술회전에서나 볼 법한 불길한 오라가 공원을 덮기 시작... 까마귀들이 눈을 번뜩이며 시끄럽게 울고 까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불길했다...
불길함을 떨치기 위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주변의 새들을 둘러봤다.
평화의 광장에 있는 편의점을 지나며 나처럼 라면을 좋아하는 집비둘기들을 찾아봤지만 오늘따라 얘들도 보이지 않았다. 진정해야 한다. 별일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천천히 몽촌호로 이동을 했다.
그때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엔 맹금이 한가득 떠 있었는데...
초망원이라 좁은 시야에 촬영된 녀석들만 이 만큼.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맹금들이 공원 하늘을 빙빙 돌고 있었다.
요즘 맹금의 이동 시기라 여기저기서 목격담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올림픽공원에서도 목격이 될 줄이야...
대부분 벌매로 보였는데, 그나마 낮게 날고 있던 녀석들은 확인이 됐지만 높이 날고 있는 녀석들은 확인 불가.
말똥가리도 섞여 있는 걸 보면 왕새매도 있을 확률이 높아 보였지만 흐리고 역광이라 빠르게 포기.
야생화 학습장 근처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지인과 연락이 됐는데 나랑 약속한 거 까맣게 잊고 다른 데 갔단다...
어이가 없어서... 나의 라면이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쓴 입맛을 다시며 혼자 공원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공원 여기저기서 울새가 보이는 걸 보면 올해는 많은 수가 올림픽공원에 왔나 보다.
88 호수에서 예전에 '서울의새'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을 오랜만에 만나 신나게 얘기를 했는데, 탐조하러 온 분을 심심한 내가 붙잡고 탐조도 못하게 했다. 이게 다 약속을 맘대로 깨버린 그 양반 탓... 못 지킬 약속은 하지를 말자...
지난주엔 진홍가슴 수컷도 있었다는데 이후로 관찰 기록이 없는 걸로 봐서는 떠난 거 같다고 하셨다. 작년엔 암컷이 왔었는데 올해는 수컷이 방문한 모양. 올림픽공원은 참 신기한 곳이다.
근데 놀라운 사실 하나.
지난 포항 당근 여행 당시 구룡포에서 사진작가 한 명을 봤었는데 그 사람이 이분이라고... 세상 좁다...
해오라기를 끝으로 탐방 끝.
'서울의새' 선생님을 만난 거 말고는 특별할 게 없었던 올림픽공원. 올해 울새가 많아져서 그런가 사람들이 울새에 대해 시큰둥 한 걸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나저나 서울에서도 맹금이 저렇게 많이 보이는데 다음 주에 이동하는 맹금들 보러 소청도 가는 분들이 부럽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