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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7월 12일] 폭우가 지나간 뒤 올림픽공원 탐조

by 두루별 2023. 7. 14.

어제 낮부터 오늘 새벽까지 폭우가 쏟아졌다. 원래는 푸른수목원을 짹이아빠님과 가기로 했었는데, 구로 쪽에 물난리가 났다고 하여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모처럼 비가 그쳤는데 그냥 보낼 수 없어서 혼자 올림픽공원의 새들이 잘 있나 보러 다녀왔다.

집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비가 그렇게 왔는데도 비둘기 녀석은 말쑥한 모습이다. 깃털이 방수가 잘되나? 아니면 비를 잘 피했거나...
비둘기들이야 다리 밑에서도 잘 자니까 비를 잘 피했겠지만 대륙검은지빠귀들이 안전한지 궁금했다. 

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도 말끔함.
눈을 못 뜨는 까치 발견. 비 때문에 밤새 잠을 못 잤나?

대륙검은지빠귀들이 자주 보이는 곳을 둘러보는데 눈에 안 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는데 드디어 한 마리 발견!

대륙검은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나그네새)

바닥도, 나무도 모두 젖었는데 다행히 녀석은 괜찮아 보였다.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먹이를 찾는 걸 보니 다행이다. 
비가 많이 온 탓인지 흙이 많이 씻겨 나간 곳도 있었다. 그래도 나무가 울창한 숲은 피해가 덜한 거 같다. 

우리의 이웃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도 쌩쌩해 보이고...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는 밤새 비를 맞았는지 깃털을 부풀리고 있다.
참새 유조인가 보다. 파리를 먹었나 주둥이에 날개가 붙어있다.
앗! 나무 밑둥에서 대륙검은지빠귀 또 발견!
되지빠귀랑 서 있는 자세도 똑같다. 색만 다름.
대륙검은지빠귀 어린 녀석도 발견했다. 어려서 거리를 잘 준다. 세상물정 모르는...

대륙검은지빠귀들은 괜찮은 거 같았다. 역시 괜한 걱정이었어... 야생에 사는 애들이 나약할리가 없다...
날이 흐려서 그런가 탐조 시작 10분 만에 모기에게 두 방이나 물렸다. 오늘 각오해야 할 듯...

새가 생각보다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저곳에서 제초 중이었다... 소음이 엄청나다...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이런 날이 새보기는 더 좋다.
머리위로 날아가는 중대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공원 이곳저곳에서 제초를 하니까 새소리도 잘 안 들린다. 비가 그치니까 얼른 제초를 하는 거 같다. 
한 참을 돌아다니다 숲 속에서 열심히 노래하는 대륙검은지빠귀를 발견했다. 

목청도 좋은 대륙검은지빠귀

열심히 노래하는 게 누군가를 부르는 거 같다.

근처의 다른 나무에 앉아있던 대륙검은지빠귀 유조. 얘를 부른 건가?
나한테도 관심이 많다.
어미새인지 모르겠지만 땅으로 내려와서 먹이를 찾는다.

대륙검은지빠귀는 이제 텃새가 될 거 같은 느낌. 번식도 잘하고 이곳에 적응해서 잘 살고 있다.
올림픽공원은 폭우의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흘러내려간 토사도 곳곳에 있었고 산속 산책로는 깊게 파여있었다.
허리가 안 좋은 나는 조심조심 걷는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계속 나무 위도 스캔해야 하고 아주 바쁘다.

올림픽공원에서 처음 만나는 어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열매를 하나 물고 있었다.
어치는 낯을 많이 가리나 보다. 조금 쳐다보니까 바로 날아간다.

오늘은 물까치가 안 보이고 어치가 돌아다닌다. 어치는 올림픽공원에서는 처음 본다. 
꾀꼬리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노랫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다녔지만 꾀꼬리는 만나지 못했다.

멀뚱히 바라보는 대륙검은지빠귀. 오늘 자주 본다.
어치를 또 만났다. 얘도 열매를 먹고 있었다.
어치는 깃털 배색이 참 예쁘다. 까치보다 훨씬 예쁜 듯.
꼬질꼬질한 청설모(설치목 / 청설모과)발견.
땅에서 뭐를 먹었는지 입 주변도 온통 흙이다.
아하~ 나무 위에 새끼가 있었구나! 어째 계속 울어대더니만...

아내는 청설모 사진만 봐도 기겁한다. 쥐라고 더럽다고... 청설모야 미안하다 내가 대신 사과할 게... 

멀쑥한 어치. 오늘은 어치를 많이 본다.
멧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흑백알락나비(나비목 / 네발나비과)

출현 시기에 따라 봄형과 여름형이 있다는 흑백알락나비. 봄에 나오는 애들은 유백색이고 여름에 나오는 여름형은 위 사진처럼 검은 바탕에 흰 무늬다. 남쪽에서는 보기 힘들고 경기 일부 지역과 중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나비라고 한다. 

길막하고 있는 집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따뜻한 도로에 몸을 지지고 있던 집비둘기들. 일광욕을 좋아하나 보다. 
그 옆 나무에는 박새들이 바글바글하다. 왜 여기에 이렇게 잔뜩 모여있나 궁금해서 지켜보니까 비가 와서 물이 고인 얕은 웅덩이에서 열심히 목욕을 하고 있었다. 어제 비를 안 맞았나?

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들이 땅에 내려와서 부산을 떨고 있다.
박새랑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가 함께 목욕중.
이제 쇠박새가 목욕탕을 독차지했다.
직박구리가 날아와서는 자기도 목욕을 한다.

신나게 목욕중인 박새들

오목눈이(참새목 / 오목눈이과, 텃새)도 목욕 차례를 기다리나 보다.

귀요미들이 잔뜩 모여서는 부산을 떨고 있는 게 재밌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그때 박새들의 짹짹 소리가 소란스러운 와중에 찌이익~ 하는 쇠딱따구리 소리가 들린다!! 바로 옆 나무였다!

쇠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열심히 나무를 타고 다니다 나무를 도로로록~ 하고 쫀다.

쇠딱따구리를 쫓아내는 아물쇠딱따구리

쇠딱따구리가 열심히 나무를 파고 있는데 갑자기 아물쇠딱따구리가 날아와서는 쇠딱따구리를 쫓아버렸다.
아물쇠딱따구리가 쇠딱따구리보다 50%는 커 보인다.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까 크기 차이가 실감이 났다. 

아물쇠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아물쇠딱따구리는 금방 가버렸다.
쫓겨났던 쇠딱따구리 다시 등장.
어라? 쇠딱따구리의 뒷통수가 살짝 불긋불긋하다. 아까랑 다른 녀석이다.
나는 쇠딱따구리 네가 더 귀여워. 힘내라.

쇠딱따구리가 떠나자 소란스럽던 박새들의 목욕도 끝났다.
꽃밭은 이미 풀베기가 끝나 버려서 새를 찾기는 힘들 거 같아 88 호수로 이동해서 파랑새나 물총새를 찾아봐야겠다.

가는 길에 있던 정이품송 장자목. 장자목이 뭔가 했더니 정이품송의 아들 나무구나.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귀한 대접 받고 있으니 잘 자라기를...
88 호수에는 부유물들이 잔뜩있었다. 그 와중에 왜가리와 오리 한 마리 발견.
왜가리(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는 역시 건재했다.

숲길을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새소리만 들릴 뿐 새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못 찾은 거겠지만...
되지빠귀도 보이 지를 않아서 지난주 딱따구리가 많이 보이던 곳으로 이동했지만 까치 말고는 딱히 새가 없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식육목 / 고양이과)가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다들 도망갔나...
고양이가 있건 없건 까치는 신경 안 쓰나 보다.

다시 숲길을 한 바퀴 돌고 있는데 사진을 촬영하고 있던 탐조인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고는 많이 보셨냐고 물어보니 동고비, 청딱따구리 등등 많이 보셨단다. 부럽다 ㅠㅠ... 탐조인을 만나는 건 언제나 반갑다. 한참을 서서 얘기를 하다가 약속시간이 다 돼서 부지런히 입구로 출발했다.

숲속에도 어치가 있었다.
잘생겼네. 까치보다 인물은 어치가 났다.
참새가 앉아있던 조각상은 뱀이 뽀뽀를 하고 있었다.
입구로 가는 길에 만난 대륙검은지빠귀. 저 자세가 트레이드마크다.
무심한 듯 먹이를 찾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8월이 지나도 남아있나 봐야겠다. 남아있으면 이제 텃새로 봐야 할 듯.
오늘 처음 보는 물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얘는 어린 개체인가 보다. 뭔가 어색하다.
참나리(백합목 / 백합과)

약속 시간에 늦어서 헐레벌떡 입구로 가면서도 대륙검은지빠귀도 보고 물까치도 구경하다가 약속에 늦어버렸다...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의 올림픽공원은 질퍽하고 축축했지만 새들은 잘 있는 거 같아 다행이다. 당분간은 계속 비가 올 텐데 날이 개면 또 찾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