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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8월 12일] 강화도 탐조 여행 - 새호리기, 황조롱이

by 두루별 2023. 8. 16.

물때에 맞춰 새벽에 서해로 탐조를 갈 생각이었지만 눈떠보니 아침이었다. 이왕 늦은 거 파주의 납골당에 들러 아버지를 뵙고 식사를 하고 나니까 벌써 오후다. 꼼지락 거려서 발생한 참사랄까... 아쉬운 대로 강화도로 가보기로 했다.

강화도는 처음이라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일단 강화대교를 건너 신당리의 논에서 탐조를 해보기로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강화도에 들어서자마자 뭔가가 눈에 띈다. 전신주에 앉아 있는 맹금 한 마리. 멀리서 봐도 맹금이었다.

헐... 투구를 쓴 듯한 저 모습...
으엇!! 새호리기(매목 / 매과, 여름철새)다!!
바로 앞에서 촬영을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깃털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새호리기를 만나다니 오늘 탐조는 여기서 접어도 되겠다.

아마 어린 개체인듯한 새호리기. 두 마리중 어미로 보이는 녀석은 날아가고 혼자 앉아 있었다.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새호리기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날아다니는 모습만 봤지 이렇게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은 처음. 오늘 조복 폭발이다.

새호리기 건너편엔 겁없는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가 있었다.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도 겁을 상실했나 보다.

평야에 도착하자 어디로 가야 하나 막막했다. 워낙 넓은 곳이라 방법이 없다. 그냥 논길을 따라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벼가 많이 자라서 백로가 고개를 숙이면 볼 방법이 없었다.
중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논두렁에 동글동글한 궁둥이가?
오오~ 꿩(닭목 / 꿩과, 텃새)이다. 암컷 까투리.
백로가 날아다니는 비현실적인 풍경.
전신주에서 내려다 보던 중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중백로. 중백로가 많았다.
멧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논마다 백로가 한 마리씩은 있는 거 같았다.
멧비둘기도 논두렁에서 열심히 뭔가를 먹고 있었다.
민가 주변에도 중백로.
다른 곳에서는 좀 처럼 보기 힘든 광경. 백로의 개체수가 아주 많았다.
댕기까지 달린 쇠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댕기 때문에 발이 노란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겁이 어찌나 많은지 카메라만 들이대면 바로 날아간다.
그렇다고 또 멀리 가는 것도 아님.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
길막중인 황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노란 깃이 듬성듬성 빠져있다. 겨울 깃으로 갈아입는 중인 듯.
옆 논에도 황로...
이곳은 황로 아니면 중백로다.
백로가 날아다니는 건 아주 흔한 풍경.
옆에만 지나가면 머리 빼고 쳐다보는 중백로.
황로 밀도가 높은 논 발견.
하얀 애들도 다 황로다.
온통 백로들. 아... 이런 곳에 살고 싶다...
아내가 논두렁에 개가 있다고 해서 확인해 보니 고라니(우제목 / 사슴과)였다.
수로에는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가 바글바글했다.

벼는 많이 익어서 벌써 고개가 숙여지고 있었다. 몇 주 후면 이곳의 풍경은 180도 바뀔 거다. 추수가 끝나고 다시 와봐야겠다.
논두렁 투어를 끝내고 갯벌로 가보기로 했다. 뜸부기도 보고 싶었지만 찾는다고 찾아지는 녀석이 아니니까 다음 기회로...

도착한 갯벌은 생각보다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갯벌이 거의 2km는 되는 듯... 

저 멀리 쉬고 있는 도요새가 보였는데 망원렌즈로는 이정도가 한계였다.

새들이 너무 멀리 있어서 500mm 망원렌즈로는 무리다. 새들이 확인은 되는데 동정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갯벌 탐조를 위해 준비한 필드스코프가 나올 차례다.

스와로브스키 ATX 85mm와 아이폰의 조합

40배 정도의 배율에서 정말 선명하게 대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역시 필드스코프는 갯벌 탐조에 필수다.

필드스코프 40배 + 아이폰 2배 줌으로 촬영한 청다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80m 정도 거리의 대상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했다. 거리가 있다 보니 대기의 일렁임은 어쩔 수 없지만 도요새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청다리도요 근처에서 자고 있던 저어새(사다새목 / 저어새과, 여름철새). 여러 마리의 저어새가 자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 영상 중간에 깃털을 고르고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신기하다. 하루 종일 봐도 질리지 않는...

농게(십각목 / 달랑게과)가 굴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갯벌에는 정말 많은 생명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갯벌에는 왜가리와 흰뺨검둥오리도 잠을 자고 있었는데 몇 시간 뒤면 물이 들어올 텐데 왜 저기서 자고 있는 걸까...

갯벌에 있는 새들을 관찰하다 보니 물이 멀리까지 빠지지 않은 곳이 있나 궁금했다. 그럼 모여있는 새들을 보기 쉬울 거 같아 강화도 남쪽을 돌아봤는데 강화도 주변은 갯벌이 넓은 모양이다. 너무 멀어서 바다의 경계도 안 보였다.

괭이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텃새)
왜가리는 호수, 강, 바다 모두에서 사냥을 할 수 있나 보다.
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텃새)
갯벌에 오니까 중대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를 볼 수 있었다.
칠게(십각목 / 칠게과)
갯벌에는 셀수도 없이 많은 칠게가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아쉬워서 초지대교 부근의 논을 마지막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이곳도 논에는 중백로가 많았다.
헛! 전신주에 앉아있는 황조롱이(매목 / 매과, 텃새)(천연기념물 제323-8호) 발견!!~
내가 카메라를 겨누자 불안한지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점프~
휘릭~~ 멀리는 아니고 앞쪽 전신주로 날아갔다.

오늘 귀한 맹금을 두 종류나 만났다. 새호리기와 황조롱이. 둘 다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였다. 이런 날이 또 있을까 싶다.

머리에 댕기는 없지만 발이 노란 쇠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겨울에 오는 대백로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백로는 오늘 다 만났다.

쇠백로를 마지막으로 탐조 끝. 강화도 탐조는 처음이었지만 제주도와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새를 만날 수 있었다. 화산암이 없는 해안가는 대신 멋진 갯벌이 있었고 많은 생물을 볼 수 있었다. 다음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