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에 맞춰 새벽에 서해로 탐조를 갈 생각이었지만 눈떠보니 아침이었다. 이왕 늦은 거 파주의 납골당에 들러 아버지를 뵙고 식사를 하고 나니까 벌써 오후다. 꼼지락 거려서 발생한 참사랄까... 아쉬운 대로 강화도로 가보기로 했다.
강화도는 처음이라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일단 강화대교를 건너 신당리의 논에서 탐조를 해보기로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강화도에 들어서자마자 뭔가가 눈에 띈다. 전신주에 앉아 있는 맹금 한 마리. 멀리서 봐도 맹금이었다.
아마 어린 개체인듯한 새호리기. 두 마리중 어미로 보이는 녀석은 날아가고 혼자 앉아 있었다.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새호리기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날아다니는 모습만 봤지 이렇게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은 처음. 오늘 조복 폭발이다.
평야에 도착하자 어디로 가야 하나 막막했다. 워낙 넓은 곳이라 방법이 없다. 그냥 논길을 따라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벼는 많이 익어서 벌써 고개가 숙여지고 있었다. 몇 주 후면 이곳의 풍경은 180도 바뀔 거다. 추수가 끝나고 다시 와봐야겠다.
논두렁 투어를 끝내고 갯벌로 가보기로 했다. 뜸부기도 보고 싶었지만 찾는다고 찾아지는 녀석이 아니니까 다음 기회로...
도착한 갯벌은 생각보다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갯벌이 거의 2km는 되는 듯...
새들이 너무 멀리 있어서 500mm 망원렌즈로는 무리다. 새들이 확인은 되는데 동정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갯벌 탐조를 위해 준비한 필드스코프가 나올 차례다.
40배 정도의 배율에서 정말 선명하게 대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역시 필드스코프는 갯벌 탐조에 필수다.
필드스코프 40배 + 아이폰 2배 줌으로 촬영한 청다리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 80m 정도 거리의 대상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했다. 거리가 있다 보니 대기의 일렁임은 어쩔 수 없지만 도요새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청다리도요 근처에서 자고 있던 저어새(사다새목 / 저어새과, 여름철새). 여러 마리의 저어새가 자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 영상 중간에 깃털을 고르고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신기하다. 하루 종일 봐도 질리지 않는...
농게(십각목 / 달랑게과)가 굴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갯벌에는 정말 많은 생명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갯벌에는 왜가리와 흰뺨검둥오리도 잠을 자고 있었는데 몇 시간 뒤면 물이 들어올 텐데 왜 저기서 자고 있는 걸까...
갯벌에 있는 새들을 관찰하다 보니 물이 멀리까지 빠지지 않은 곳이 있나 궁금했다. 그럼 모여있는 새들을 보기 쉬울 거 같아 강화도 남쪽을 돌아봤는데 강화도 주변은 갯벌이 넓은 모양이다. 너무 멀어서 바다의 경계도 안 보였다.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아쉬워서 초지대교 부근의 논을 마지막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오늘 귀한 맹금을 두 종류나 만났다. 새호리기와 황조롱이. 둘 다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였다. 이런 날이 또 있을까 싶다.
쇠백로를 마지막으로 탐조 끝. 강화도 탐조는 처음이었지만 제주도와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새를 만날 수 있었다. 화산암이 없는 해안가는 대신 멋진 갯벌이 있었고 많은 생물을 볼 수 있었다. 다음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