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올려다 본 하늘은 습기가 많아 보였지만 저녁에 맑을거 같았다.
간만에 햇볓아래 접안렌즈와 가방을 내다 오후내내 말렸더니 뽀송뽀송하다. ㅋ
저녁이 되었을때는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간만에 관측을! ㅋ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 일을 좀 하다보니 벌써 저녁 9시다. 주섬 주섬 장비를 챙겨서 회사 옥상으로 향했다.
3주전에 주문했던 빅센 SX-HAL-130 알루미늄 삼각대가 막 도착한터라 어떤지 테스트도 겸하기로 했다.
SX-HAL-130 삼각대는 일반 AL-110 삼각대에 비해 무게는 두 배 정도. 하지만 강성은 Synta사의 GMT128 삼각대(미드사의 LXD75 적도의용 삼각대도 동일한 삼각대다.)보다 좋아 보인다. 무게는 GMT128에 비해 1.5kg 정도 가볍다.
T-Mount를 올린 후 툭툭 건드려 봐도 진동이 바로 멈추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옆에서 사람이 뛰면 AL-110 삼각대는 진동이 느껴졌지만 SX-HAL-130 삼각대는 진동을 느낄 수 없었다. 역시 돈이 좋은거야 -_-;;
오늘 관측에 사용될 장비는 다음과 같다.
망원경 : William Optics FLT98CF Triplet APO(D=98mm f=618mm F/6.3)
경위대 : T-Mount + SX-HAL-130
경통이 냉각될 동안 잠시 금성을 보기로 한다. 시간은 저녁 9시가 약간 넘은 시간.
금성은 고도가 너무 떨어져서 맞은편 건물 옥상위에 낮게 떠있다. 광해 때문에 세밀하게 보기는 힘들었다. 잠시 토성을 겨눠본다. 배율을 올려 보기도 전에 광해에 묻혀 버린다. 토성도 이젠 시즌이 끝난듯 하다.
시야각이 65도인 아이피스는 안되겠고 시야각이 72도 정도되는 40mm 정도 아이피스면 한 시야에 금성, 토성, 화성을 담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9시 20분이 되어가는 시점에 지평선 부근은 광해와 먼지때문인지 너무 뿌옇게 보인다. 안타레스가 희미하게 보일정도이니... M4를 볼 생각이었지만 일단 포기한다.
천정을 올려다 보니 여름철 대삼각형이 또렷이 보인다. 거문고자리의 네개의 별이 모두 보인다! 오호 시상은 괜찮은듯하다 청명도는 많이 떨어지지만 3등성 정도는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하늘이 아니다 싶었지만 M57을 찾아보기로 한다.
위치야 뻔한데... XL28mm 아이피스로는 확인이 힘들다. 배율을 조금 올려본다. XL14mm로 바꿔본다.
여전히 안 보인다. 9등급은 역시 무리인가... 암적응을 조금 더 한 후 바닥에 앉은 자세로 가만히 응시해 본다.
뭔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오오... 미동장치를 살살 좌우로 돌려본다. 확실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게 몇년만이냐 ㅋㅋ 희미한 구름 덩이가 미동에 따라 좌우로 함께 흔들리는게 확실히 보인다. 함께 관측하던 후배녀석도 확실히 보인다고 한다. 환영은 아닌듯 ㅋㅋ
더 배율을 올리는건 무의미 해 보인다. 대상이 떠오르듯 보이는게 무척 재미있다.
천정 부근은 광해가 그나마 적다. 내친김에 M13도 한 번 찾아 보기로 한다.
음... 헤라클레스 자리의 확인도 어렵다. 언뜻언뜻 보였다 안보였다 할 정도다. 3등성인데 역시 서울은... ㅠㅠ
몇분을 올려다 보느라 목이 뻐근하지만 헤라클레스 자리의 절구 모양이 확인된다. 놓칠세라 얼른 파인더로 겨눈다.
일단 망원경 시야에 기준별을 도입하는데 성공!
아이피스의 정보를 입력해 놓은 스텔라리움을 성도대신 들고 올라간 노트북에 띄워본다.
XL14mm 시야로 보도록 설정한 후 주변 별들의 모양을 망원경 시야와 하나하나 천천히 비교해 보았다.
그렇게 시야를 두 번 정도 이동한 후 스텔라리움 상에서 시야 외곽에 M13이 보이는것을 확인. 망원경 시야에 실제로 보이나 보았다. 결과는 너무 잘 보인다. 역시 밝은 대상 ㅋㅋ 5.9등급이라고 하지만 굉장히 선명하고 시야 가득히 들어온다. 44배로는 주변부 별을 분해해 볼 수는 없었다. 한 참을 그렇게 올려다 보고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9시 40분을 넘어가고 있다. 이번엔 얼마전에 안시로는 위치 확인에 실패한 M4를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한다. 안타레스에서 가깝기 때문에 찾기는 무척 쉬운 대상이다.
등급은 M13과 같은 5.9등급이다. 하지만 밀도가 낮고 넓기 때문에 실제 밝기는 절반이나 될까 싶다. 광해까지 함께 겹쳐서 정말 확인하기가 쉽지않다. 있어야 할 위치를 한 참동안 가만히 응시한다... 구상성단 옆에 있는 6등급 별은 확실히 보인다. 그렇다면 보일법도 한데.. 한참을 응시한다. 미동장치를 또 살살 좌우로 돌려본다.
오오!! 드디어 어렴풋이 확인된다!!
아이고 거기 있긴 있구나.. ㅋ 허긴.. 사진으로는 있는걸 확인했으니까 ㅋ
무슨 구상성단이 이리 어둡냐.. 서울에서 보기 참 힘든 대상이다. 구경이 좀 컸으면 쉽게 보았을텐데 3.85인치 구경으로는 힘들게 확인이 되었다. 8인치 반사가 그립다...
너무 한 곧을 오래 응시했나 보다 눈이 뻐근하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퇴근을 위해 철수했다.
서울에서도 밝은 대상들은 충분히 재밌게 관측 할 수 있다는걸 새삼 느꼈다.
관찰기록/천체 촬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