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계획에 없던 1박이 추가되어 아내가 급히 예약했던 창원의 숙소는 대박이었다. 싸고 시설 좋고...
방충망 뒤로 보이는 풍경은 별로지만 너무 좋았다고 아내가 스스로를 대견해했음. 바로 동판 저수지로 출발!
이른 아침이지만 몇 분이 촬영을 하고 계셨는데, 지난번과 달리 물꿩이 거리를 주지 않았다. 게다가 이름 아침이라 빛이 문제. 해가 좀 올라오기를 기다려야 할까 고민됐다.
물꿩은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외부 공격을 암컷이 막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육아는 수컷이 담당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컷이 아기들을 데리고 호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 너무 멀리 있어서 그냥 확인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함께 물꿩을 보시던 아주머니 한 분이 갑자기 장비를 접으셨다. 9시도 안 됐는데 불볕더위에 새들은 가까이 올 기미가 없다며 나보고 물꿩 포기하고 호반새 보러 영천이나 가라고 알려 주셨다. 안 그래도 영천을 갈 계획이라고 했더니 속닥속닥 솔부엉이 위치도 알려 주심. 간 김에 다 보고 올라가라며 엄지 척을 해주시며 아주머니 쿨하게 퇴장.
저 멀리 있는 물꿩을 보다 나도 얼른 이동하는 게 낫겠다 싶어 장비를 챙겨 인사를 드리자 벌써 가냐며 아쉬워하시는 어르신들을 뒤로하고 별의 고장 영천으로 출발!
호반새가 육추 중이라는 영천의 한 공원에는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모여 계셨다. 빠르게 인사드리면서 한자리 차지하고 장비를 설치하자마자 호로로로로로~ 호반새 노랫소리가!!!
청호반새와 달리 근처 나무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고 둥지로 날아가는 습성 때문에 사진 찍기는 호반새가 훨씬 편하다.
이제 또 지루한 기다림의 시작... 공원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그래도 견딜만했다.
좀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벌써 오후다. 점심 먹고 이제는 솔부엉이를 보러 갈 시간.
위치 확인을 위해 아내를 시켜서 어르신들에게 슬쩍 물어봤더니... 이 분들 내가 물어보면 시큰둥하게 알려 줄 분들이 아내가 물어보자 우르르 몰려서 지도까지 펴 놓고 토론을 하신다...
연천에서 뵀던 분들도 계셔서 반갑게 인사드리고 멀지 않은 곳의 솔부엉이를 보러 다시 출발. 점심은 해물짬뽕을 추천해 주셔서 중간에 들러 먹고 갔는데 역시 경상도! 맛이 읎어...
솔부엉이 가족이 있다는 공원은 엄청 큰 느티나무가 즐비했는데 솔부엉이가 좋아할 만한 장소였다. 아무도 없어서 직접 찾아야 했는데 어렵지 않게 솔부엉이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솔부엉이 어미가 새끼들을 내려다보며 높은 곳에 앉아 있었고, 세상 신기한 솔부엉이 유조 3형제는 대낮인데도 잠도 안 자고 세상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솔부엉이 가족을 끝으로 영천 탐조 끝. 호반새는 다음날 모두 이소 했다고 함. 이소도 보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탐조 계획은 모두 마무리 됐고, 영천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영천 하면 떠오르는 곳. [보현산 천문대]를 올라가 보기로 했다!! 사실 아내는 높은 곳을 싫어해서 마지못해 가자고...
보현산을 40분은 달려 올라 간듯... 화천 조경철 천문대 가는 길 보다 더 험했던 보현산 천문대 가는 길...
국내 최대 망원경이 있는 보현산 천문대를 방문하면서 모든 일정 끝. 사실 볼 게 없었는데 아내가 좋다고 해줘서 다행이었다. 산을 내려와서 부지런히 서울로 올라왔다.
3일 내내 운전만 했던 휴가여행. 많은 새를 본 것도, 새로운 종을 본 것도 아니었지만 여름 탐조가 그렇듯 새를 본 것만으로도 좋았다. 거기다 아름다웠던 남도의 풍경. 정말 고창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됐던 여행이었다. 내년엔 반대로 동해 일주를 계획해 봐야겠다. 끝.